신비아파트 특별판 조선퇴마실록 애니북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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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아이가 차만 타면 그렇게 신비아파트 노래를 틀어달라고 한다.

나도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는데 특이하게도 아이 어린이집에서 이 만화를 보여주지 말라는 특별 지시(?)가 내려온 적이 있어서 굳이 영상을 보여주려고 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유령, 귀신, 도깨비들이 나오는 작품이라 아이들이 밤에 무서운 꿈을 꿀 수 있어서 보여주지 말라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도 어떻게 아는지 아이는 신비아파트 속에 나오는 캐릭터 이름들을 귀신같이 잘 외운다.

어차피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하는 만화를 보지 못하게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이미 등장인물을 다 외우는 수준인지라 청각까지 자극돼 더 무서울 수 있는 영상보다는 그래도 책이 좀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아이의 첫 신비아파트 원작 경험은 만화책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굳이 '애니북'이라는 단어를 붙일 이유가 있었을까 싶었는데 책을 펴니 그 표현이 이해가 된다.

정말 영상을 하나하나 캡처해 대사를 입력한 것처럼 영상을 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퀄리티로 제작되어 있다.

아무래도 아이들은 영상으로 보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고 부모는 인쇄 매체를 더 선호하게 마련일 테니 둘 사이의 간극을 좀 더 아이들 편에서 절충하려는 시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여하간 책이지만 꽤 박진감 넘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특별판'이라서 더 좋았던 부분은 앞뒤 스토리가 연계되지 않고 이 한 권으로 이야기가 모두 끝난다는 것이다.

스토리는커녕 등장인물도 잘 몰랐던 나도 조금만 훑어보면 충분히 내용이 이해되는 수준이었다.

아이에게 시리즈물을 사줄 때 전체 세트를 사 줄 것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중간에 끊어지기 마련이라 신경이 쓰이는데 이 책은 '극장판'처럼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책들을 더 사 줄 필요가 없어서 실용적인 부분에서도 신경이 덜 쓰였다.

스토리는 제목에 충실하게 신비아파트의 주인공 캐릭터들이 신비로운 힘 때문에 조선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이다.

물론 거기에서도 사람들을 괴롭히는 나쁜 괴물들이 있고 이를 신비와 친구들이 힘을 합쳐 물리친 후 다시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오는 굉장히 직선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다.

너무 어린아이들이 보기에는 다소 무서울 수 있는 괴물들이 등장하지만, 당연히 잔인할 정도로 묘사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초등학생 정도라면 무리 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도 너무 좋아해서 책을 받은 날 세 번을 내리읽었다.

확실히 IP 하나 잘 만들어 놓으면 이를 통한 파생 상품들이 무궁무진하게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실감된다.

딱히 특별한 스토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미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있으니 충분한 재미가 보장되고, 우리 역사 속에서도 고조선, 삼국시대, 고려 등등 시간 여행으로 갈 수 있는 다른 시간대도 충분히 많기 때문에 앞으로도 비슷한 콘셉트로 얼마든지 다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찾아보니 국산 콘텐츠라던데 앞으로도 명맥을 잘 유지해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IP가 되기를 바란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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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 법과 정의에 대한 19가지 근원적 질문들
폴커 키츠 지음, 배명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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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에 산다는 것은 누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누군가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규정된 바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법치국가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법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은 독일의 저자가 독일의 헌법소원 사례들을 통해 법이라는 것이 고정 불변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총 19가지의 법 관련 질문이 등장하는데, 대체로 기존의 사회통념상 당연하던 개념들이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때 누군가가 헌법소원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이 의견이 타당하면 법이 바뀌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즉 법도 사회의 산물인 만큼 사회가 변하면 법도 변하게 마련인 것이다.

다양한 예시가 등장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나 젠더의 다양성이 법적으로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결혼 관련 법령이 제정될 당시만 하더라도 결혼은 당연히 한 명의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의미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성 간에도 결혼이 가능하며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 정식 가족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길이 법적으로도 점점 더 보장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인터넷과 SNS의 보급 역시 법을 변화시킨다.

술자리에서 특정 인물을 허위 사실로 비방하거나 심지어는 그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말한다 하더라도 이를 범죄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즘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듯이 인터넷에 그 말을 그대로 올리면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 말에 대한 파급력과 확산 정도가 술자리에서의 푸념과는 차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에 따라 법이 달라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법이 서로 상충되는 가치를 보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삶은 달걀 두 개를 달걀 두 개보다 조금 더 작은 통에 담아야 하는 일로 비유한다.

즉 어느 달걀이 조금 더 찌그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양쪽이 추구하는 가치를 조금씩 절충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쪽이 '인간의 존엄성'처럼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삶지 않은 날달걀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던 가치가 새로운 가치에게 그 자리를 조금 더 양보해 주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게 된다고 이해했다.

법은 모든 '철학적' 물음을 실질적 물음으로 바꿔 답을 내놓는다. - 중략 -

철학과 달리 법은 어떤 사건도 열린 결말로 둘 수 없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는 문제뿐 아니라 학술적으로 불확실한 물음일 때도

어떻게든 결말을 내야 한다.

(pg 13)

법 관련 책을 많이 본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이해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별로 없었다.

그러면서도 읽는 재미는 꽤 높은 편이었으니 대중들을 위한 법학 입문서로 이만한 책이 없지 않을까 싶다.

비록 먼 독일의 사례들이지만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도 비슷하게 발전해 왔다.

물론 사회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법은 매우 느리게 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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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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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작품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전작이 하나의 사건을 다룬 장편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총 세 개의 사건('사연'이라 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이 등장하는 단편집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번 작품의 주인공 역시 전직 마술사라는 설정의 '블랙 쇼맨', '가미오 다케시'다.

첫 에피소드에서 전작의 희생자 딸이었던 '마요'가 등장하고 가미오 다케시의 성격이나 능력도 이전 작품에서 충분히 다뤄지기 때문에 이를 읽지 않았다면 작품의 매력이 상당히 반감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전작을 꼭 먼저 읽고 이 책으로 넘어올 것을 추천하고 싶다.

각 에피소드들의 제목은 각각 맨션의 여자, 위기의 여자, 환상의 여자로 블랙 쇼맨이 이 세 여성을 돕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내용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여성이 세 번째에 카메오로 등장하니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겠다.

호흡이 짧은 이야기들이어서 긴 장편 추리소설처럼 긴밀한 트릭들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각기 다른 고민거리를 가진 여성들의 사연이 소개되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비밀을 블랙 쇼맨이 특유의 잔꾀와 관찰력으로 밝혀주는 이야기들이라 보면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고 뒤로 갈수록 흥미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모든 이야기들을 다 읽고 나면 블랙 쇼맨이라는 캐릭터에게 좀 더 애정이 생긴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책 소개에 작가가 최근에 가장 공들여 만든 캐릭터가 바로 블랙 쇼맨이라는 언급이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이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 대비 아주 재미있는 축에는 들지 못하겠으나 작가의 후속 작품들까지 온전히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꼭 읽고 넘어가야 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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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퀴즈 백과 100 - 풀수록 똑똑해지는 바이킹 어린이 퀴즈 백과 시리즈
신기한 생각 연구소 지음, 구연산 그림 / 바이킹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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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자랑하면 팔불출이라지만 올해 7세인 딸 자랑을 하나 하자면 책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다.

아침잠이 많은 부모보다 늘 일찍 일어나 자기 방에서 책을 읽는 아이를 보면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책에서 읽은 내용을 자랑하고 싶어서인지 문제를 많이 낸다.

읽는 정보량이 늘어감에 따라 내는 문제들도 꽤 어려워지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던 차에 아예 문제로 된 책이 나와 아이에게 선물하게 되었다.



이름에 충실하게 곤충에 관한 상식들을 퀴즈 형태로 수록한 책이다.

앞 장에 문제가 두 문제씩 나오고 바로 뒷장에 정답이 수록되어 있어서 아이가 바로바로 확인해 보기 쉬웠다.

각각의 문제들마다 소개되는 곤충의 실사진도 잘 수록되어 있고 정보 전달도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그림과 대사로 처리해 한글을 이제 막 깨우친 아이라 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퀴즈도 단순히 객관식 답안 선택형만 있지 않고 주관식이나 칸 채우기, 선 연결하기, 알맞은 퍼즐 조각 찾기 등 다양한 형식으로 되어 있어 아이들이 오래 집중해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한 점이 좋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옆에서 읽으면서 계속 문제를 내고 있는 것을 보니 책이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이다.

아직 시리즈로 나온 것 같지는 않은데 동물이나 식물, 공룡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주제로 계속해서 나올 수 있을 형식이어서 나올 때마다 아이와 함께 보고 싶은 책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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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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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을 하면서도 작품마다 최소한의 재미는 보장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 다른 추리 소설이다.

'블랙 쇼맨'이라는 또 하나의 걸출한 탐정 캐릭터를 만들어낸 모양인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 작품에도 늘 그렇듯 한 명의 중년 남성이 살해된 채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피해자의 친동생이자 왕년의 유명한 마술사인 '다케시'라는 인물이 마술사 특유의 손재간과 뛰어난 사고력으로 형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내용이다.

특이하게도 용의자가 모두 피해자 딸의 동창들이고 피해자는 그들의 은사로 존경받아 온 사람이었다.

보기 드문 참 스승의 모습을 보여 온 피해자에게 누가 어떤 원한으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단서를 전혀 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본격 추리소설처럼 독자가 모든 미스터리를 직접 풀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전직 마술사라는 설정을 활용해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 원하는 정보를 이끌어 내는 다케시의 독특한 수사법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머리가 좋지만 아버지를 잃은 조카를 뜯어 먹으려는 수전노 설정까지 더해져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다만 사건의 전말이나 동기가 의외라면 의외였지만 아주 마음에 와닿는 것 같은 느낌은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제와 개성 넘치는 인물들로 인해 읽는 재미는 충분했다.

최근에 후속 작품이 발간된 모양인데, 그 작품에서는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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