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얼마나 정의로운가 - 법과 정의에 대한 19가지 근원적 질문들
폴커 키츠 지음, 배명자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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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국가에 산다는 것은 누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누군가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 규정된 바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법치국가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법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을 품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책은 독일의 저자가 독일의 헌법소원 사례들을 통해 법이라는 것이 고정 불변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총 19가지의 법 관련 질문이 등장하는데, 대체로 기존의 사회통념상 당연하던 개념들이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때 누군가가 헌법소원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의를 제기하고 이 의견이 타당하면 법이 바뀌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즉 법도 사회의 산물인 만큼 사회가 변하면 법도 변하게 마련인 것이다.

다양한 예시가 등장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나 젠더의 다양성이 법적으로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결혼 관련 법령이 제정될 당시만 하더라도 결혼은 당연히 한 명의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의미하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성 간에도 결혼이 가능하며 아이를 낳거나 입양해 정식 가족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길이 법적으로도 점점 더 보장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

인터넷과 SNS의 보급 역시 법을 변화시킨다.

술자리에서 특정 인물을 허위 사실로 비방하거나 심지어는 그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말한다 하더라도 이를 범죄로 처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즘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듯이 인터넷에 그 말을 그대로 올리면 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 말에 대한 파급력과 확산 정도가 술자리에서의 푸념과는 차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의 변화에 따라 법이 달라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법이 서로 상충되는 가치를 보호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삶은 달걀 두 개를 달걀 두 개보다 조금 더 작은 통에 담아야 하는 일로 비유한다.

즉 어느 달걀이 조금 더 찌그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양쪽이 추구하는 가치를 조금씩 절충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한쪽이 '인간의 존엄성'처럼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삶지 않은 날달걀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던 가치가 새로운 가치에게 그 자리를 조금 더 양보해 주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게 된다고 이해했다.

법은 모든 '철학적' 물음을 실질적 물음으로 바꿔 답을 내놓는다. - 중략 -

철학과 달리 법은 어떤 사건도 열린 결말로 둘 수 없다.

사람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는 문제뿐 아니라 학술적으로 불확실한 물음일 때도

어떻게든 결말을 내야 한다.

(pg 13)

법 관련 책을 많이 본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이해함에 있어서 어려움이 별로 없었다.

그러면서도 읽는 재미는 꽤 높은 편이었으니 대중들을 위한 법학 입문서로 이만한 책이 없지 않을까 싶다.

비록 먼 독일의 사례들이지만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도 비슷하게 발전해 왔다.

물론 사회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법은 매우 느리게 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할 수 있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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