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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EBS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제작팀 지음 / 해냄 / 2015년 3월
평점 :
인상깊은 구절
우리는 정답을 찾아 살아가지만 진짜 삶은 질문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pg 301)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된지도 벌써 5년차에 접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돌이켜 생각해 봐도 내가 대학에 갔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아직 기억력이 감퇴할 나이는 아니니 분명 별 이유가 없었음에 틀림없다.
웃기지만 현재 월급을 받고 있는 곳도 대학이다.
이 책은 바로 이 대학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최근 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영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 하는데 방송을 보지 못한 터라 흥미롭게 읽어갔다.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사회인이 보기에도 지금 대학은 내가 다니던 시절의 대학과 느낌이 다르다.
우리때도 분명 1학년부터 도서관에 쳐박혀 토익을 공부하던 이들이 있었고
3, 4학년이 되면 너도나도 CPA 준비를 한다며 고시생 코스프레를 하고는 했었다.
하지만 우리 때는 혼밥(혼자 먹는 밥)과 독강(혼자 듣는 강의)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1학년부터 OT조를 중심으로 같이 수강신청을 하고 비교과 활동이었던 학회 활동도 나름 열심히 했었다.
지금은 학생들 사이에서 혼밥과 독강이 뚜렷한 추세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끔 학생회나 동아리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날이 갈수록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학생들이 학점이나 스펙에 관계 없는 비교과 활동에는 점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회 활동이 대학 생활의 전부였던 나로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인간 관계까지 포기해 가며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학생들에서 시작한다.
(아래부터 나오는 푸른 글씨는 모두 원문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힌다.)
자발적 아웃사이더는 대인 관계에 이상이 있어서 혼자 지내는 사람이 아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스스로 한시적으로 혼자이기를 택한 사람들이다. (pg 52)
이미 많은 대학생들에게 대학은 그저 사회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더 좋은 간판을 따기 위해 편입 준비를 하고 반수를 하는 학생들도 늘어가는 추세다.
하지만 스스로 소외된 삶을 지속하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기에 이른다.
이는 분명 취업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사회 구성원이 되기 위해 고립을 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어느 소속 집단에도 발붙이지 못하게 하고,
교감이나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 생활을 더욱더 힘들게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혼자 있는 편안함이 습관이 되어 불편함을 못 느끼게 된다는 주장이었다. (pg 52)
시간은 없고 취업은 해야겠고...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의 2장에서는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연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대학교수, 기업 인사담당자, 헤드헌터 등의 전문가들을 붙여 멘토링을 진행한다.
다양한 과제들을 수행하면서 대학생들은 결과적으로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만들어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인재'란 무엇이며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매우 편협했다.
결국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자신에게 어떤 문제를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재란 자기 삶의 국면에서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pg 177)
위와 같은 문구는 얼핏 그럴듯 해 보이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상당히 공허한 말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문제를 던지고 성장해 간다고 한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사회'라고 말하는 기업에서 인정해주거나 창업으로 고객의 인정을 받지 않으면 말짱 헛짓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어떤 사람이 인재인가 아닌가는 타인의 평가에 기초한다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생각해보면 상당히 비참한 일이다.
어떤 사람의 노력이라는 것도 결국 타인의 인정이 없이는 아무 가치도 지니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에서 진행한 멘토링이 어떤 효과를 거두었는지 진지하게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라는 것도 결국에는 프로그램에서 인정한 '전문가'들의 시각에서나 그런 것이다.
오히려 어떤 인사담당자들에게는 변화 전의 모습이 더 좋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겉모습과 내면을 일치시키기 위한 연습 같은 건 없다.
아기가 배고프면 울고, 기분 좋으면 웃듯이 사람은 본래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다.
오히려 내면과 다른 겉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금까지 연습해 온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필요한 건 자신의 본래 모습에 충실하려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는 것이다. (pg 127)
인재의 모습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우리는 인재로 타고났다는 것이다.
단지 그 인재의 모습에 무엇을 담아낼지는 각자의 몫이다. (pg 193)
본래 자신의 모습에 충실하고자 했는데 사회에서 선택받지 못하는 자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고작 각자의 몫에 맡기고자 한다는 결론이 못내 아쉬웠다.
마지막 3장에서는 질문을 빼앗긴 우리들에 대한 분석이 이어졌다.
사실 나도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질문을 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나마도 내가 질문이라는 것을 해볼 수 있었던 것은 학회 생활을 했었기 때문이다.
동아리조차 하지 않는 요즘 대학생들에게 질문은 매우 낯선 것이기 마련일 것이다.
그도 당연한 것이 학교륻 들어가면 점차 선생님이라는 어른이 말씀하시는 데 딴 소리를 하는 행동 자체가 제지되기 시작한다.
우리의 초, 중, 고등학교 12년 동안 정답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교과서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는다.
-중략-
오히려 생각이 많을수록 틀릴 수 있다는 걸 배운다. (pg 217)
이런 상황에 어찌 질문을 하는 학생이 나올 수 있겠는가.
일방적인 강의만큼 지루한 것도 없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은 수업 끝나는 시간만 기다리게 되는데 거기에 누군가 질문이라도 할라치면 그 지루한 수업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질문한 학생은 자연히 다른 아이들에게 찍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조용한 독서실에 쳐박히는 것보다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쌍방으로 소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공부법이라 말한다.
실제로 그런 공부법을 장려하는 대학의 사례도 등장한다.
이러한 공부법을 통해 신장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메타 인지이다.
메타 인지는 바로 나의 사고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자 내가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구분하고 파악하는 능력이다.
(pg 259)
여기에서 교육기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도출된다.
제공하는 교육으로 학생들의 메타 인지를 신장시켜 줄 수 있어야 한다.
배움이란 본연의 가치가 중심에 서고, 여기에 시대의 특성과 현실적 필요성이 균형있게 맞물릴 때
대학은 지식 사회의 심장으로서 세상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pg 229)
얼핏 보면 굉장히 일반적이고 당연한 말 같지만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배움이라는 가치가 교실에서 온전히 실현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다가 시대적 특성과 현실적 필요성까지 만족시키려면
어지간한 물적, 인적 자원으로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교육기관이라면 반드시 추구해야 할 목표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물론 책 자체가 TV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지만 책을 구성하고 있는 3개 챕터의 연관성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
마치 세 개의 책을 한 권으로 묶어둔 느낌이랄까.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고민이 조금 더 있었으면 했지만
개인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다룬 대한 비중이 조금 더 컸던 것 같아 못내 아쉽다.
게다가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 학생들에게 질문을 되찾아주는 일은 대학 보다는 중, 고등학교에서 더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이면 이미 사회화가 너무 충분히 진행되어 이들을 변화시키려면 상당히 큰 언러닝 과정이 수반된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어릴 때 이러한 공부법을 접하게 해주는 것이 효과면에서 더 탁월할 것이다.
아쉬운 부분을 다소 길게 쓴 느낌이지만, 그만큼 고민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박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는 반증이니 말이다.
서술도 알아보기 쉬우면서도 문체가 깔끔해 언제 읽기에도 좋은 책이었다.
교육기관 종사자나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