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 장자 - 자연의 피리 소리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4
채지충 지음, 이신지 옮김 / 들녘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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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만화를 잘 몰라서 저자의 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대만의 만화가로 중국 고전과 동양철학 관련 만화를 그려 상당한 인기를 얻은 유명 작가라고 한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 시리즈가 중화권에서만 무려 4천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만하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시리즈는 맹자, 노자, 열자, 한비자 등의 사상가들과 논어, 손자병법 등의 고전을 합쳐 총 8권으로 출간되었고 나는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 선뜻 손이 가기는 어려운 내용인데 확실히 만화라는 형태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술술 잘 읽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장자의 핵심 사상들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읽기보다는 그림과 글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만화 치고는 텍스트의 양이 적지 않은 편이기는 하나, 그래도 노장사상이라는 하나의 사상 체계를 수립했던 인물의 세계를 담아내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장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핵심 사상이 담긴 그림과 글을 보며 감상하되 그의 사상을 보다 깊게 공부하고 싶다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장자와 관련된 교양서를 좀 읽어본 경험이 있어서 지난 독서 경험들을 떠올리며 되새기는 마음으로 읽으니 상당히 좋았다.
특히나 추상적인 글로만 접했던 그의 사상이 시각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자 구체성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연을 힘센 장사에 비유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pg 75)


오래된 사상이 현시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대인들의 삶에도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인위적인 것을 멀리하고 자연 그대로의 삶을 강조했던 장자의 사상은 인간관계는 물론 사회, 경제 모든 측면에서 디지털화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특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직위와 경제력, 소비하는 브랜드에서 찾고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인지하는 현대인들에게 장자는 너는 너고 나는 나이며, 태어난 그대로, 자연 상태를 유지하며 사는 삶을 주창한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인' 다큐멘터리가 좋아지는 때가 오고,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스스로 만든 문명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그리워하는 아이러니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닐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얄팍한 삶에 그의 가르침은 묵직한 울림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pg 125)


어려운 텍스트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변형하는 것에는 늘 일장일단이 따른다.
하지만 심리적인 장벽을 낮춤으로써 한 명이라도 더 읽을 수 있다면 소소한 단점들은 다 부차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장자뿐 아니라 동양철학이라고 할 때 누구나 손꼽을 수 있는 고전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추운 겨울 만화지만 진지한 사색을 곁들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만화 동양철학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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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나의 집
한동일 지음 / 열림원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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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해피엔딩은 보는 사람도 기분 좋게 한다지만 막상 읽고 나면 '픽션이니까 이렇지. 현실이 어디 그렇게 녹록한가.'라고 생각될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문학이든 영상물이든 끊임없이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생산되고 소비된다.
비극적인 인물들을 보며 내 현실보다는 낫다고 위로하기도 하고, 가상 인물들이 경험하는 극단의 좌절을 통해 세상의 모순을 관찰함으로써 개인의 불행이 온전히 개인의 잘못만은 아님을 인지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이 책 역시 그러한 비극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단편집이다.

포문을 여는 작품부터 인생의 진한 비극을 맛볼 수 있다.
학창 시절에 교사들로부터 적지 않은 폭력을 경험한 바 있는 한 여성이 교사가 된 후 변화된 사회의 폭력에 시달리는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이제 갓 40대의 문턱에 진입한 나 역시 학교를 다닐 때에는 손바닥이나 엉덩이를 맞는 정도의 체벌은 저학년 때부터 경험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통제되지 않는 학생들에게 언성만 조금 높여도 소송을 당하고 유튜브에 박제되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교내 폭력에 눈을 감을 수는 없지만, 이제는 힘의 역학 관계가 완전히 역전되어 온전한 약자가 되어버린 교사들의 처지에도 진한 연민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표제작인 '불 꺼진 나의 집'은 진정한 사랑을 경험해 보지 못했던 한 남성의 이야기다.
아내가 힘든 과정을 겪고 임신을 하지만 아이가 다운증후군이라는 이야기에 그는 임신 중절을 권유한다.
하지만 끝내 아이를 낳고자 하는 아내를 말릴 수는 없었고, 결국 태어난 아이도 몇 년 만에 사망하고 만다. 
그런 남편에게 질려버린 아내도 떠나버린 후 홀로 남겨지지만, 그는 끝끝내 자신의 불행함만을 인지한다. 
타인과의 관계를 제대로 맺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외로움의 형태를 맛볼 수 있었다.

수록작 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작품은 '냄새'라는 작품이었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알코올 중독에 빠져 가족을 떠나 방황하다 결국 시체로 발견된다.
가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무연고자로 처리될 뻔했지만 친구에 대한 연민 때문에 자신이 장례를 떠맡게 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백미는 제목처럼 후각적인 상징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영화 '기생충'에서도 냄새가 가난의 상징으로 쓰였던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친구가 세상을 떠난 후 남긴 냄새는 그의 외롭고 비참했던 삶을 그대로 반영하며 강렬한 인상으로 남았다.
친구의 죽음 앞에서도 자신이 떠맡은 경제적 부담을 원망하던 그에게 몇 푼의 돈이 남겨지고, 그 돈을 통해 친구의 사체 냄새가 자신의 몸에도 전이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그 밖에도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가 보험금이라도 아들에게 남겨주고자 죽을 방법을 모색하는 이야기인 '죽음을 맞이한 방', 자신에게 걸린 소송 때문에 세상 모든 것을 의심하게 되는 이야기인 '소송' 등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마지막 작품인 '팽팽하게 감긴 태엽'의 경우 다른 작품들과 달리 굉장히 몽환적이고 판타지스러운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개인적으로는 다른 작품들과 이질감이 커서 깊은 인상은 남기지 못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작품이었는데 이 책이 작가의 첫 단편집이기도 한 모양이다.
마지막 수록작을 제외하면 꽤 현실적이면서도 날카로운 느낌의 작품들이라 개인적으로는 꽤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도 계속 비극적인 작품을 써나갈지는 알 수 없지만 다음에 발표할 작품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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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동물병원 5 -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 공식 동물 만화 백과 쪼꼬미 동물병원 5
권용찬 지음, 이연 그림, 최영민 감수 / 서울문화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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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우리 집 아이는 학습만화라면 다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중에서도 최애 만화들이 있다.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는 그중 1, 2위를 다투는 시리즈다.
1권이 나왔을 때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새 책이 나올 때면 택배가 오는 순간부터 한동안 이 책만 읽어서 등교 전에 집에서 읽다가 바로 학교에 가지고 가서 읽기도 할 정도로 좋아한다.
이번에 5권이 나오게 되어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4권까지는 주로 병원에 찾아오는 반려동물들 위주로 소개되었다면 이번 편부터는 원장님이 직접 세계 이곳저곳으로 떠나 신기한 동물들을 진료한 경험을 들려준다.
남극에서는 턱끈펭귄과 웨들바다표범을, 학술회의에 가서는 페넥여우와 이집트코브라를 치료해 주는 등 여전히 평소에 보기 힘든 동물들의 이야기를 재미난 만화로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사실 병원을 찾는 동물들의 종류는 한정될 수밖에 없어서 시리즈가 어떻게 이어지려나 내심 기대되었는데 원장님이 직접 떠나 만나게 되는 이야기로 풀어낼 줄은 몰랐다. 
이번 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동물은 긴팔원숭이 '꾸리'의 이야기였다.
평소 어깨 위치보다 머리가 아래에 있는 경우가 많아 머리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재미난 원숭이다.
멸종 위기종이라 하는데 어떤 사연으로 소개되는지 살펴보니 질병 예방을 위한 접종을 실시하는 내용이었다.

(pg 84)

나무 위에서 시속 50km 정도로 이동하는지라 접종을 하려고 해도 잡기가 쉽지 않다. 
일단 먹이 등으로 유인해서 접종을 하고 나면 나중에는 스스로 와서 주사를 맞고 가는 개체도 있다고 해서 놀라웠다.
물론 원숭이가 예방접종의 효과를 알기 때문에 알아서 맞으러 오는 것은 아닐 테지만 약간의 아픔을 감수하면 꽤나 맛있는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학습효과는 있는 모양이다.  

(pg 94)


아픈 동물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이고 멸종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접종까지 실시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사실 인간의 경제 활동 때문에 멸종 위기에 몰린 것일 테지만 그래도 이렇게 동물들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6차 대멸종의 시기가 최대한 늦춰지지 않나 싶다.
마땅히 우리와 함께 지구를 공유해야 하는 동물들의 소중함을 재미있는 만화로 느껴볼 수 있는 시리즈라 앞으로도 계속 나와줘서 우리 딸의 최애 학습만화로 오래도록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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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되지 않는 사회 - 인류학자, 노동, 그리고 뜨거운 질문들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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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한때는 노동 문제에 관심이 참 많았다.
그러다 이제는 더 이상 관심이 있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워졌다.
현실은 오래도록 변하지 않았고 나 역시 누군가의 희생이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명확한 구조 안에서 감히 그 모순을 지적하지 못하는 처지이기에, 고통받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 자체가 괴로워 눈을 감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목을 가진 책들을 보면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다.
최소한 이렇게 읽어내고 내 나름대로의 생각을 덧붙여 사회에 뿌려대기라도 해야 그나마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 것이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 가장 필요하면서도 가장 저평가되는 가치인 노동의 현실에 주목하고 있다.

책을 펼치면 얼마 넘기기도 전에 수많은 죽음들을 만나게 된다.
과로로 죽고 사고로 죽고,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스스로 비참해져 죽기도 하는 이들.
저자는 노동계에서의 죽음이 일상화된 현실을 두려워한다.
 

무서운 건 이것을 멈추려는 노력보다 나만 아니길 바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모습과 어찌할 수 없었던 일이라 무심하게 반응하는 모습들이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깊은 회의감이 들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는 산재 사망 사고들, 그리고 변하지 않는 사망자 수치들, 그럼에도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한 듯 바삐 움직이는 세상.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직면한 문화적 사실이다. (pg 86-87)


사고는 언제나 발생하고 사고가 발생한 후 이런저런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같은 사고가 계속 반복되고 그때마다 같은 잘못을 지적한다면 그건 이미 의지의 문제다.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우리 사회는 노동의 가치를 높일 생각이 없다. 
노동자가 '나와 같은 사람 '이라 인식하는 경영진은 없다. 
노동자를 '나에게 돈을 벌어다 주는 고마운 존재'가 아닌 '내 몫을 가져가려고 혈안이 된 존재'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노동환경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지금도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있는 윤 모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우리는 노동시간의 합법적인 증가라는 선물을 되돌려 받았다.
그 대가로 모든 것의 가격이 끝을 모르고 뛰고 있는 지금, 우리의 임금만이 겸손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고 그 덕분에 국가의 내수는 팬데믹 시절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모순적인 건 '필요한 만큼' 일을 하라는 말 자체일 테다. 이 말은 태생적으로 '필요 이상의 돈'을 지닌 사람들이 '필요 이하의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 하는 잔혹한 유혹이다. (pg 125)


책의 서두에서도 저자는 말한다.
자신은 정답을 제시할 역량이 되는 사람은 아니라고.
대신 자신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라 말한다. 

"왜 지금처럼 살아야 하는가? 지금의 우리 사회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인가?"

하지만 이제 우리는 스스로 질문해야 할 이유를 잊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원래' 이런 것이고 '원래' 세상은 불공평했다고. 
적응한 자는 살아남을 것이오, 그렇지 않은 자들은 탈락할 것이니. 
저자는 우리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이러한 사건 사고들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타인의 고통이 그저 스크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믿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한다. 

문화에까지 영향을 준 트라우마란 무엇일까. 이것은 문화의 기틀이 되는 도덕적 전제들에 대한 시민들의 깊은 신뢰가 손상된 상태를 뜻한다. - 중략 -내가 문화적 트라우마를 우려하는 이유는 도덕의 붕괴와 불신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선 탈도덕의 사회가 도래할까봐 우려되기 때문이다. (pg 151, 154)


노동을 하기 위해 경쟁이 필요했고 노동을 하면서 경쟁에 시달린다. 
경쟁에서의 탈락은 곧 생존에서의 탈락을 의미하기에 이 땅의 자살률은 좀처럼 낮아질 줄 모른다.
그런 사회에서 우리는 곧잘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킨다. 
조직생활 부적응자, 무리한 근로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자, 뻔뻔하게 정규직 전환을 요구한 자,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기업에게 피해를 입히는 파업 분자 등 저자는 우리가 그들에게 붙인 수없이 많은 딱지들을 열거하며 이제는 멈춰서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이런 종류의 책은 안에 담긴 말들이 구구절절 맞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읽는 이에게 답답함을 안겨준다.
비슷한 책들을 읽을 때마다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해결이 쉬운 문제였다면 이렇게 오래도록 지속될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인식하고 함께 논의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지배하는 세상, 그 안에 인간은 데이터로 존재한다. 
그 속에서 우리와 우리 후손들은 어떤 노동을 하게 될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사실에 동의할 수 있다면 읽어봄직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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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함께 춤을 - 시기, 질투, 분노는 어떻게 삶의 거름이 되는가
크리스타 K. 토마슨 지음, 한재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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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언제나 긍정적인 감정으로 살아가면 좋겠다고 생각은 할 수 있겠지만 살다 보면 부정적 감정을 배제하고 살기가 매우 어렵다.

부정적인 감정은 그 자체로 매우 소모적이기에 감정 자체를 최소화하거나 애써 긍정적인 감정으로 바꾸려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게 마련이고 그러한 책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시각에 도전하면서 부정적 감정 역시 우리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요소임을 주장하고 있다.

저자가 주목하는 부정적 감정에는 분노, 시기와 질투, 앙심과 경멸 등의 감정이 있다.

저자는 이 감정들을 과거의 철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먼저 정리한다.

대체로 두 가지 접근법으로 구분되는데, 하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인간을 악하게 만들기 때문에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감정 절제형 성인)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감정이 사회적이나 개인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때도 있으므로 적절하게 상황에 따라 긍정할 수도 있다는 입장(감정 수양형 성인)이다.

놀랍게도 저자는 두 가지의 접근법 모두 틀렸다고 주장한다.

먼저 저자는 우리가 감정을 동등하게 바라보지 않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조금만 생겨도 과하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인 감정은 그 감정에 휘둘리고 있어도 과하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기쁨이나 연민에 젖어 있는 사람은 전혀 의심하지 않을까?

즐거운 사람은 그저 행복하고 안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되는가?

하지만 이것 또한 이중 잣대의 결과다.

즐거운 사람의 긍정성이 현실에 대한 부정에서 비롯된 거라면?

(pg 93)

부정적인 감정 역시 긍정적인 감정과 마찬가지로 발현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생물학적인 진화의 결과이든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태생적 조건 때문이든 간에 어찌 됐든 부정적 감정이 우리를 찾아오는 것을 막을 수도, 막아야 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렸던 사람들을 우리는 '성인'이라 부르며 칭송했지만 사실 모든 인류가 성인이 되고자 노력할 수는 없다.

저자는 오히려 성인의 삶이란 곧 인간으로서의 삶을 일정 부분 포기해야만 달성 가능한 상태이므로 바람직하지 않은 상태라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자기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으라는 뻔한 조언을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접근법 역시 부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열등하다는 논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저자는 이러한 입장에도 단호히 반대한다.

그럼 어쩌라는 걸까?

저자는 그저 부정적인 감정 역시 나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손이 못생기게 태어났다고 해서 손을 잘라버리면 삶이 불편하게 되듯이 부정적인 감정 역시 싫다고 삶에서 거세해 버린다면 온전한 인간의 삶을 살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자아 역시 나 자신의 일부이므로 그런 감정을 느끼는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며 살라고 말한다.

잘 살면 그만이다. 나쁜 감정은 좋은 삶을 방해하지 않는다.

나쁜 감정은 당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나타내는 신호가 아니다.

이것들은 정확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즉 당신이 자신의 삶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 두려운 마음이 들더라도 그대로 내버려 두어라.

(pg 265)

사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그 핵심에 도달하는 과정이 꽤나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과거 철학자들의 주장과 그 주장에 담긴 함의, 그리고 그 주장에 반대하는 저자의 이유가 나열되는데 솔직히 모든 논리에 쉽게 동의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철학 교양서가 줄 수 있는 지적인 사고실험의 재미는 꽤 탁월한 편이었다.

책에서 꽤 많은 사례를 들고 있으므로 읽으면서 각자가 자신이 허용할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의 선은 어디쯤일지를 가늠해 보면 재미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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