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만화를 잘 몰라서 저자의 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대만의 만화가로 중국 고전과 동양철학 관련 만화를 그려 상당한 인기를 얻은 유명 작가라고 한다.
오늘 소개할 이 책은 '채지충의 만화로 보는 동양철학'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 시리즈가 중화권에서만 무려 4천만 부 이상이 팔렸다고 하니 그 인기를 짐작할만하다.
이번에 국내에 소개된 시리즈는 맹자, 노자, 열자, 한비자 등의 사상가들과 논어, 손자병법 등의 고전을 합쳐 총 8권으로 출간되었고 나는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자를 읽어보게 되었다.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선입견 때문에 선뜻 손이 가기는 어려운 내용인데 확실히 만화라는 형태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술술 잘 읽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장자의 핵심 사상들은 결코 가볍지 않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읽기보다는 그림과 글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만화 치고는 텍스트의 양이 적지 않은 편이기는 하나, 그래도 노장사상이라는 하나의 사상 체계를 수립했던 인물의 세계를 담아내기에는 아무래도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 책을 통해 장자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핵심 사상이 담긴 그림과 글을 보며 감상하되 그의 사상을 보다 깊게 공부하고 싶다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장자와 관련된 교양서를 좀 읽어본 경험이 있어서 지난 독서 경험들을 떠올리며 되새기는 마음으로 읽으니 상당히 좋았다.
특히나 추상적인 글로만 접했던 그의 사상이 시각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자 구체성이 강화되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가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연을 힘센 장사에 비유한 그림이 인상적이다. (pg 75)
오래된 사상이 현시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대인들의 삶에도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인위적인 것을 멀리하고 자연 그대로의 삶을 강조했던 장자의 사상은 인간관계는 물론 사회, 경제 모든 측면에서 디지털화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 특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만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직위와 경제력, 소비하는 브랜드에서 찾고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을 인지하는 현대인들에게 장자는 너는 너고 나는 나이며, 태어난 그대로, 자연 상태를 유지하며 사는 삶을 주창한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인' 다큐멘터리가 좋아지는 때가 오고, 주말이면 산으로 들로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에도 다 이유가 있다.
스스로 만든 문명에 둘러싸여 있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자연이 주는 편안함을 그리워하는 아이러니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닐 것이다.
물질 만능주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얄팍한 삶에 그의 가르침은 묵직한 울림을 가져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pg 125)
어려운 텍스트를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변형하는 것에는 늘 일장일단이 따른다.
하지만 심리적인 장벽을 낮춤으로써 한 명이라도 더 읽을 수 있다면 소소한 단점들은 다 부차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장자뿐 아니라 동양철학이라고 할 때 누구나 손꼽을 수 있는 고전들로 구성되어 있으니 추운 겨울 만화지만 진지한 사색을 곁들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만화 동양철학 시리즈를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