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찬이 텅빈이 철학하는 아이 18
크리스티나 벨레모 지음, 리우나 비라르디 그림, 엄혜숙 옮김 / 이마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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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동화책을 만났다.

'철학하는 아이'라는 부제가 붙은 시리즈인 것 같은데 단순한 권선징악 스토리에서 벗어나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흔하게 접하는 

세계명작동화나 전래동화에 비해 차별점이 있어 보였다.


일단 흑백으로 그려진 일러스트가 눈에 띈다.

색채는 단순하지만 감각적인 일러스트에 아주 절제된 문장들이 배치되어 있다. 

글의 분량은 동화에 걸맞게 많지 않지만 그 내용은 동화라기엔 상당히 심오하고 마흔을 향해 달려가는 나에게도 묘한 감동을 주었다.

페이지 수가 많지 않아서 배송 오자마자 선 채로 읽었는데 읽고 나서 잠시 멍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절제된 문장과 그림 만으로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할 수도 있구나 싶어 놀라웠다. 


꽉찬이와 텅빈이라는 정 반대되는 존재가 서로를 만난다. 

너무도 꽉차서 조금의 공간도 없었던 존재와 너무도 비어서 조금의 내용도 없었던 존재가 서로를 인식한다.

자신과는 너무도 다르니 상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각자 서로에게 동화되려는 시도를 해 보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된다.

자신을 유지하면서도 상대를 이해하고 싶었던 서로는 자신의 일부를 떼어 상대에게 선물한다.

각자는 상대의 일부 때문에 여지껏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들을 느낀다. 

그렇게 꽉찬이와 텅빈이는 자신의 일부를 상대에게 맡기고 자신도 상대의 일부를 소중하게 간직하기로 한다.



일차적으로는 새로운 관계를 맺음에 있어서 자신과는 다른 타인과 어떻게 가까워 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읽힐 수 있겠다.

상대와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어리석기도 한 짓이다.

하지만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또한 바람직한 관계란 어떤 것인가를 말해주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도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유지한 채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각자가 일정 부분 자신의 일부를 양보하고 상대의 것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지속 가능한 관계의 출발점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꽉찬이와 텅빈이가 '나'라는 자아를 형성하는 서로 다른 자아의 이미지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누구나 열심히 모든 것을 채우려고 노력하는 자아와 편히 쉬면서 최대한 비우고 살아가고자 하는 자아가 내면에서 충돌한다.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꽉찬이와 텅빈이가 어딘가에서 합의한 지점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짧은 내용이지만 깊이 생각할수록 새로운 해석의 여지를 주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글씨가 많지 않아서 어린 아이에게 읽어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나 아무래도 내용이 좀 곱씹어야 하는 내용이다보니

초등학교 정도는 입학한 후 아이와 함께 같이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 책을 시리즈로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왠지 시리즈로 사서 아이와 부모가 

다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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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결혼을 안 해서요
가키야 미우 지음, 서라미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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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통장을 각자 관리하고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부부라도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좋은 결혼이란 무엇일까?

부모 대리 맞선을 시작한 후, 지카코가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된 문제다.

'둘 다 각자의 개성이나 인생의 목표를 양보하지 않고, 부부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 

아마 이쯤 되겠지만,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pg 326)



가키야 미우라는 작가의 책을 세 번째 만났다.

처음 접한 작품은 정말 좋았고 두 번째 작품은 적잖이 실망스러웠어서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역시나 소재 자체를 참 잘뽑는다 싶은데, 이번에는 결혼하지 못한 자식들을 위해 결혼 시장에 뛰어드는 부모들의 이야기다. 

이전 작품인'70세 사망법안, 가결'에서도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이슈를 던지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도 해당 이슈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젊은 세대의 결혼률 저하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듯 싶다. 


28세라는 요즘 기준으로는 아직 한창 때인 딸을 둔 중년의 엄마가 주인공이다. 

친구의 자식이 결혼한다는 소식에 축하는 커녕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나던 참에 중국에서 결혼 적령기의 자식을 가진 

부모들끼리 대신 맞선을 보는 행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검색해 보니 그런 자리가 일본에서도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알고 참가를 결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일단 소재 자체가 주는 궁금증이 컸다. 

자식들이 결혼하기 위해 부모가 먼저 서로의 조건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것. 

상투 트는 시절도 아닌데 배우자를 부모가 골라준다는 것이 얼핏 매우 황당한 일 같지만, 

대학생 수강신청도 부모가 해준다는 요즘 세태를 보고 있자면 일면 수요가 있을 법도 하다. 


한국에도 있나 싶어서 찾아봤는데 내가 찾은 바로는 국내에는 아직 없는 모양이다. (내가 못찾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과 중국에는 실제로 있다고 한다. 

(관련 기사: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069622&plink=ORI&cooper=NAVER)

얼마나 활성화 되어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뉴스에서도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일정 정도의 수요가 있긴 한 모양이다. 


처음에는 자식이 얼마나 못났으면 배우자감도 부모가 골라줘야 하나 싶은 선입견이 있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점점 줄어들고 바쁜 일상에 쫓기다 보면 나이도 잊고 살게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 세대가 미리 선 상대방을 구하러 다니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국의 문화를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소재 자체는 동양 문화권이 아니라면 공감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결혼이라는 것이 단순히 사랑하는 두 사람의 결합이 아닌 집안 대 집안이 만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만

이 소재 자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하간 그 주체가 당사자이건 부모이건 간에 맞선이라는 형식은 언제나 그렇듯 조건에서 시작한다. 

기업에서의 채용 과정처럼 서류로 상대를 먼저 판단한다. 

저 사람이 내 자식과 소위 '끕'이 맞는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서로의 서류전형을 통과한 자들에게는 만남의 기회가 부여되지만 그 만남 역시 상대가 나와 맞을지, 부모들은 얼마나 자식에게 

관여하는지, 집안의 재력은 어떠한지 등등 계속해서 상대와 나를 저울질해야 하는 복잡하고 첨예한 자리다. 

그 치열한 눈치 싸움에서의 패배는 자식은 물론 부모의 자존감에도 상처를 입힌다. 


연애는 나이도 돈도 사는 곳도 가족관계도 모두 뛰어넘는다.

이런 세세한 것은 안중에도 없게 만든다. 

주변에서 반대하든 콩깍지가 씌었다고 말하든 방해물을 모두 물리치고 두 사람의 세계로 나아간다. 

냉철함이 결여된 병적인 상태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좀처럼 결혼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pg 188-189)


그 때 문득 구글맵에서 본, 절인가 신사인가 싶게 녹음으로 둘러싸여 있던 저택이 떠올랐다.

그게 몇 번째 맞선이었더라.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사립학교를 다닌 사람이었다.

그 위성사진을 보며 남편은 질투했다. 

그런 남편을 보며 남자는 누구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동물인가 생각하며 한심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도 같은 사람이었다. (pg 298)


저자는 딸의 결혼 조건을 따지며 사람들을 만나는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자식을 둔 한 엄마의 심정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결혼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 전형 통과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자신에게는 너무도 귀한 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매력적인 결혼 상대자는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자신보다 낫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보며 안심한다. 


매력적인 외모에 훌륭한 커리어와 집안을 가진 사람은 그런 사람들끼리 이어지게 된다.

신데렐라 스토리도, 바보온달 스토리도 현실적으로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듯, 친구나 친척들 모두 비슷하게 살아왔다.

격차가 벌어지는 사회에서도 비슷하게 사는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다른 계층과는 좀처럼 섞이지 않는다.

그렇게 격차는 굳어지고 점점 더 벌어지는 게 아닐까. (pg 293)


그러면서 천천히 자신의 딸이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결혼 생활을 하면 좋을지를 찾아가게 된다. 


통장을 각자 관리하고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부부라도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좋은 결혼이란 무엇일까?

부모 대리 맞선을 시작한 후, 지카코가 몇 번이나 생각하게 된 문제다.

'둘 다 각자의 개성이나 인생의 목표를 양보하지 않고, 부부가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것.' 

아마 이쯤 되겠지만, 이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pg 326)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책이 세 번째인데 앞서 읽은 두 작품과는 비슷한 듯 좀 다른 느낌의 작품이었다.

이전에 경험한 책들이 결말 부분에서 다소 힘이 빠지거나 이해가 잘 안되는 마무리를 보여주었던 것과는 달리

이번 작품은 끝까지 매끄럽게 호흡이 이어지는 느낌이었고 결말도 이해되는 수준에서 잘 마무리된 것 같다. 


저자 특유의 가볍지만 인상적인 문장들도 많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놓치지 않는 신속한 내용 전개도 좋았다. 

인물명이나 지명을 제외하면 이 작품이 원래 다른 나라의 언어로 쓰였다는 것이 잘 느껴지지 않을 만큼 번역 상태도 훌륭했다.  

이전 작품들처럼 페미니즘에 입각한 표현이 꽤 많이 등장하는 편이지만 일반론적인 내용이고 개연성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아서

읽기에도 편안했다. 


다만 이 작품은 전에 접한 작품들처럼 작가의 문제의식이 명확히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책을 덮으면서 작가가 '이 사회의 이런 부분이 문제다'라는 걸 표현하고 싶었구나 하는 것이 확 느껴졌었다. 


반면 이 작품은 그래서 조건을 따지는 결혼이 나쁘다는 것인지, 어떤 결혼 문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인지, 부모가 자식의 결혼에 관여하는 것이 좋다는 것인지, 나쁘다는 것인지 분명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일부러 놓아 둔 느낌이다.  

자식의 배우자를 골라주는 부모도, 그걸 수용하는 자식도 그렇게 비판적인 눈으로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꼽자면 지금도 며느리나 사위감을 볼 때 상당히 구시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 정도였다. 


남자와 여자, 인생은 그런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누구나 평등하다고 헌법에 적혀 있지만, 

이성으로부터의 인기에 대해서 만큼은 통하지 않는 말 같다. (pg 339)


이미 결혼한 사람으로서는 남일 같아서 그런지 그저 재미있는 스토리로 읽은 것 같다.

하지만 왠지 미혼인 사람들이 읽으면 속이 답답할 수 있을 것 같은 내용이다. 

소설 속 인물들처럼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짝을 만날 수도 있을테고 이런 저런 상처만 받다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쨌거나 결혼도 선택의 영역이니 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까지 목숨 걸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다만 이솝우화 중 여우의 신 포도 이야기처럼 몇 번의 실패 때문에 '남자는 다 그래', '여자는 다 그래' 이렇게 생각하면서

미래의 기회도 스스로 차단하는 짓만 하지 않으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비문학에 비해 문학 작품을 즐겨보지 않는 편이라 한 작가의 책을 세 권 이상 보는 것도 흔치 않은데,

소재의 발굴이나 줄거리를 풀어감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재미가 보장되는 편인지라 계속 접하게 되는 것 같다.

확실히 작가가 중년 여성이어서 그런지 소설 속 화자도 중년 여성일 경우 몰입도가 크게 오르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는 무슨 소재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줄 지 기대가 되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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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1~2 세트 - 전2권 사람 3부작
d몬 지음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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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깊은 구절

​하지만 이미 그 길을 걷고자 결정했으면 다시 되돌아갈 수 없어.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에 결정에 대한 책임도 따르는거야.

자기가 걸어온 길에 대한 책임은 오직 자기 자신만이 질 수 있어. (2권 pg 132)



만화책을 그리 즐겨읽는 편은 아닌데 간만에 숨 쉴 틈 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작품을 만났다.

네이버 웹툰으로 연재 완료된 것이 단행본으로 발간된 것이라고 하는데

감질나게 한 편 한 편 기다리면서 보는 성미가 아닌지라 한번에 완결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무작위적으로 묶인 만화가 아닌 하나의 완료된 서사를 가진 작품이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스토리는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단순한데, 데이빗이라는 말하는 돼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단순히 앵무새처럼 말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똑같이 사유하고 말하고 느끼는 돼지.

더 쉽게 표현하면 돼지의 몸에 담겨 태어난 인간의 영혼이라고 보면 된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왠지 느낌이 올 것이다.

그 느낌이 맞다.


이 작품의 공식적인 질문은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이다. 

이 질문 자체만으로 어렵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질문들 역시 쉽게 답하기 어렵다.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정신적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만으로 인간이라 규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역으로 보편적인 인간보다 정신적 활동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체 장애인은 인간 이하의 존재인가?


인간과 닮지 않은 외모가 문제라면 팔 다리 없이 머리만 존재하는 사람은 인간으로 보기 어려운가?

혹은 온전한 인간의 모습으로 태어났지만 전두엽 없이 짐승의 뇌를 갖고 태어난 사람도 인간으로 볼 수 있는가?


아마도 읽는 사람마다 위의 질문에 각기 다른 대답들을 하게 될 것이다. 



두 권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총 400여 페이지로 만화인 것까지 감안하면 분량은 매우 짧은 편이다.

그만큼 전체적인 흐름에 불필요해 보이는 에피소드가 없어서 좋았다. 

마음 먹고 읽으면 30분이면 볼 분량이지만 막상 접해보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작가가 한 컷 한 컷 허투로 쓰지 않고 그 속에 자신의 메시지를 넣으려고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서 보인다.

덕분에 서평에 포함시켜 기억에 남기고 싶은 장면도 분량에 비해 정말 많았다.

저작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함부로 사진을 남길 수는 없지만 그 중에 가장 좋았던, 

그리고 스토리 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초반 장면 하나를 골라 보았다. 


(1권 pg 51)


자기의 감정을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감정을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 존재는 필시 인간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충돌하는 인식의 벽이 느껴진다.

무언가 완전한 인간이라 인정하기엔 묘하게 거부감이 드는 느낌. (읽는 이가 이런 감정을 느끼도록 작가가 많은 장치를 해 두었다.)

그만큼 우리는 껍데기를 무시할 수 없는 추상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읽으면서 언젠가 AI가 인간의 수준으로 고등화되면 비슷한 문제제기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로봇이야 얼마든지 인간의 외형으로 만들 수 있을테니 돼지의 모습을 한 것보다 훨씬 더 큰 논란이 될 것이다. 

역시나 이런 궁금증도 작가가 의도한 것인지 이 작품 이후에 두 작품이 더 나온다고 하고 그 중 하나는 SF 소재라고 한다. 

아직 이후의 작품들은 접해보지 않았는데 이 역시도 책으로 엮여져 나오면 한번에 쭉 볼 수 있도록 궁금하지만 조금 참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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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페인팅북 : 반려동물 스티커 페인팅북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 키즈프렌즈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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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집사람에게 명화 스티커북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배송 온 책을 보더니 딸이 굉장히 기뻐했었는데 이건 엄마꺼라고 얘기하니 엄청 서운해했다.

찾아보니 다행히 딸을 위한 스티커북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하나 접하게 되었다.


이전 명화 스티커북과 같은 베이직콘텐츠랩이라는 곳에서 만든 것으로 아이들용 스티커북에는 동화, 공룡, 반려동물 등이 있는 모양이다.

우리가 이번에 접하게 된 것은 반려동물 편이다.

애비를 닮아서 그런가 실제 동물은 무서워하는데 동물이 나오는 영상물을 보는 건 좋아하는 딸에게 딱 맞을 것 같았다.


역시나 배송이 오자마자 밥상도 뿌리치고 와서 해보고 싶다고 난리가 났다.

겨우 달래서 밥부터 먹이고 상을 치우자마자 앉아서 같이 해 보았다.



(새 책과 함께라면 언제나 좋은 애비 코스프레가 가능하다.)


일단 스티커와 배경지를 낱장으로 떼어내 편하게 붙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좋았다. 

확실히 아동용이어서 집사람이 하던 스티커북에 비하면 굉장히 큰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지만 

손톱만한 사이즈의 스티커도 제법 있기 때문에 이제 만으로 4세가 된 딸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처음엔 좀 헤매는 것 같더니 금새 척척 제 자리를 찾아 잘 붙이는 모습에 솔직히 좀 놀랐다.

아주 빗나가게 붙여서 사이가 많이 뜬 부분만 내가 다시 붙여서 수정해 주었고 나의 개입은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굳이 번호순으로 붙일 필요가 없으니 본인이 원하는 모양을 떼어다 여기저기 붙이다보면 어느새 뭔가가 완성되어 간다는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번호를 찾아 붙이면서 숫자 공부도 되고 스티커를 모양에 맞게 이리저리 돌리면서 붙여야 하기 때문에

도형지각 공부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키가 좀 큰 편이라 대근육 발달은 좋은데 소근육 발달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소근육 발달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한 장을 완성하는데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한번도 자리를 뜨지 않고 완성시켰다는 점이다.

하나를 완성한 뒤 하나 더 하자고 졸라서 하나 더 하다가 마무리했으니 약 1시간 20분 정도를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그렇게 해서 완성한 딸의 첫 작품.

중간중간 사이가 너무 뜬 것들만 수정해서 지금도 하얀 부분이 많이 보이는 편이지만 그래도 처음 한 것 치고는 매우 훌륭하다.

(자랑스럽게 들고 사진을 찍고자 했지만 1시간이나 걸려 완성한 터라 얼굴에 피곤이 가득해서 딸 얼굴은 편집했다.)

억지로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자리에 진득히 앉아서 그림 하나를 완성했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본인이 느끼기에도 성취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이 그림은 딸아이 방문에 잘 붙여서 오래 두고 성취감을 떠올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아직 9개나 더 남아 있어서 당분간은 아이가 심심해 할 때 같이 놀아주기 좋은 아이템이 생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부모님이랑 놀아본 적이 없어서 아이와 어떻게 놀아줘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그럴 때 젤 만만하고 좋은 것이 책읽기나 공놀이 정도였다. 

이제 스티커북도 규칙에 맞게 제법 잘 하는걸 알게 되었으니 틈틈히 같이 해서 모든 그림을 완성시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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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 스티커 페인팅북 : 명화 - 안티 스트레스 힐링북 프리미어 스티커 페인팅북
베이직콘텐츠랩 지음 / 베이직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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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집사람이 다시 치솟는 코로나 확산세를 피하기 위해 아이 어린이집을 끊었다. 

3월에 새 어린이집으로의 입소를 앞두고는 있는데 몇 개월을 집에만 있으니 아이도 집사람도 슬슬 지치는 모양이다.

그런 집사람의 스트레스 지수를 낮추기 위해 접하게 된 책이다.


전에도 이런 종류의 스티커북이나 페인팅북을 몇 번 접해봤었는데 나름 이런 활동들을 하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생각보다 큰 효과를 가져다 주는 것 같아서 놀랐던 적이 있다. 

아이가 잠들고 난 뒤 시간을 활용해 조용히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싶어 선물하게 되었다. 


페인팅북은 스스로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뿌듯함은 크지만 채색 도구를 준비하는 것이 번거로워 나중에는 손이 잘 가지 않게 되는데

스티커북은 그냥 맨손과 의지만 있으면 바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사실 결과물은 직접 채색한 쪽이 아무래도 더 이쁘지 않나 싶긴 하지만)

이 책은 유명한 명화들을 스티커로 간편하게 재현해 볼 수 있다는 것이 특히 매력적이었다. 


총 10개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고 성인을 타겟으로 삼은 듯 스티커의 양도 많고 조각도 세밀한 편이었다. 

처음에 배송이 왔을 때 아이가 보고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집사람이 칼같이 본인의 것이라는 것을 강조해 두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스티커 조각이 매우 작기 때문에 집에 어린 아이가 있다면 아이 손을 타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편이

본인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여하간 이렇게 해서 완성하게 된 집사람의 첫 번째 작품은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이다. 


 


채색된 그림을 3D 기법을 통해 색분할을 했다는 책 소개를 봤었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니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스티커라는 소재가 주는 독특한 색감이 더해져 또 다른 느낌을 주는 그림이 되어 있다. 

이런걸 많이 해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을텐데도 오랜시간 앉아서 잘 붙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도전하고 있는 작품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이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스티커가 얼마나 세밀하게 나누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사진이다. 

스티커의 넘버링이나 배색도 잘 되어 있어서 찾을 때 생각보다 눈이 덜 아프다고 한다. 

 


다만 스티커가 너무 작아서 그런가 다 붙인 후 스티커 끝이 일어나는 현상이 좀 있었다. 

이것만 그런건지 다른 책들도 비슷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 프라모델 같은 거 만들 때 이 책보다 더 작은 스티커들도

많이 붙여봤는데 그런 현상이 별로 없었던 것을 보면 스티커 제작에도 기술력이 있는 모양이다. 

차후에는 이런 부분도 개선이 되면 더 좋을 것 같다. 


아이가 잠들고 난 이후에나 작업이 가능하니 한 장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적지 않다.

책 한 권으로 집사람이 오랜 시간 집중하며 잠시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 준 것 같아

나름 기분이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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