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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초능력
장강명 지음 / 아작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 책의 출처: 도서관 대여
책을 소개하기에 앞서 이 책은 총 10개의 작품이 수록된 단편소설집인데 이 중 4개의 작품이 보다 최근에 나온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이라는 책에도 수록되어 있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다.
'10개 중 4개면 중복돼도 괜찮을 것 같은데?' 싶을 수 있겠지만 이 네 작품이 다른 작품들보다 길이가 길어서 비중으로는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단어 하나하나 비교한 것은 아니나, 아무래도 최근 판본에 문장이라도 한 번 더 손봐서 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되도록이면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을 읽는 것이 좋아 보인다.
(중복작품: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당신은 뜨거운 별에, 아스타틴, 데이터 시대의 사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서평: https://blog.naver.com/rssun_books/223202872191)
읽은 순서가 뒤바뀐 탓에 중복되지 않는 다른 작품들을 읽은 소감만 남겨보려 한다.
책의 시작을 여는 '정시에 복용하십시오'는 마지막 작품인 '데이터 시대의 사랑'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두 작품 모두 발달된 과학기술이 남녀 간의 사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상상해 본 작품이기 때문이다.
후자가 빅데이터를 통한 행동 예측이 주제라면, 전자는 호르몬 분비를 제어하는 약물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둘 다 그리 길지 않은 작품이지만 그럼에도 기술의 발달이 우리의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원초적이라 할 수 있는 성선택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를 흥미롭게 상상하고 있어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표제작은 표제작이기도 하고, 소재 자체도 굉장히 좋아하는 소재라 기대를 했었는데 길이가 10페이지도 안 될 정도로 너무 짧아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지도 못한 채 끝이 나버린 것 같은 느낌이라 다소 아쉬웠다.
'여신을 사랑한다는 것', '님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알골' 등의 작품도 소재나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지만 역시나 길이가 짧으니 충분한 서사를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전에 읽은 책과 중복되지 않는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센서스 코무니스'라는 작품이었다.
개인의 뇌파를 측정해 순간적인 호불호를 측정할 수 있는 기기가 개발되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세력이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이런 소재를 저자 본인의 경험담인 것처럼 풀어내고 있어서 사실성을 더해준다.
실제로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클릭하고 말하고 행동하고 이동하는 모든 정보를 누군가는 악착같이 수집하고 있고 누군가는 이런 정보를 이용한 광고로 우리의 행동을 조작하고 돈을 벌고 있다.
이 기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지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는 의미다.
이전에 읽은 책과 중복되는 작품이 많아 금세 읽은 책이지만 저자의 단편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하나 더 발견할 수 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저자의 모든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서 저자의 이름이 박힌 책들은 일단 집어 들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실망스러운 작품을 만나보지 못했다.
최근까지도 꽤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어서 빨리 과거의 작품들을 읽어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