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이타주의자 -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결국 앞서가는 사람들
슈테판 클라인 지음, 장혜경 옮김 / 페이지2(page2)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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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출판사 증정

뭔가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주제의 자기개발서 같은 제목이지만 인류가 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는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자연과학 책이다.

저자는 생물물리학자로서 인류가 이타주의라는 개념을 발달시키게 된 이유를 과학적으로 풀어가고 있다.

사실 자연 상태에서는 자신의 생존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의 유전자 역시 우리를 통해 지속되는 불멸의 꿈을 꾸기 때문에 유전자 수준에서는 자신의 생존을 최우선하도록 우리의 정신과 행동을 통제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인류가 보여주는 다양한 이타적 행동들은 오랫동안 미스터리였고, 진화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사회화의 산물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의 진화는 사회의 진화와 더불어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지금 우리가 보여주는 다양한 양상의 이타성 또한 진화의 산물이라는 점을 차근차근 논증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단순한 협동과 이타성을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협동은 그저 단일 개체로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를 다른 개체들과 함께함으로써 이뤄내고 그 결실을 나눠갖는 과정이다.

동물 수준에서도 이러한 협동의 사례는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고, 그 결과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개체에게 긍정적이라면 그 행동은 강화되는 쪽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물론 협동의 결과가 정의롭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다. (동물 수준에서는 사냥에 지대한 공을 세운 개체가 먹이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도록 다른 개체들이 배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협동은 얼마든지 진화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타성은 다르다.

인류는 때론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는 수준에서까지 타인을 돕는, 심지어는 인간도 아닌 다른 동물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는 행동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동물들은 먹이를 먹을 때 그 먹이가 얼마나 고통스러워할지를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될 동물이라 하더라도 최대한 고통 없이 보내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타성은 분명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인간만의 특징임에 틀림없다.

이타주의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학술적 정의에 따르면 타인을 위해 아주 사소한 이익을 포기하기만 해도

이미 이타적인 행동이다.

(pg 28)

저자는 먼저 인류가 보여주는 이타적인 특성이 문화권에 구예받지 않고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즉 이타성이 사회화의 산물이라면 이렇게 보편적으로, 동시대적으로 발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진화의 과정에서 인류는 어떻게 이타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하게 되었을까?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은 물론 뇌일 것이다.

우리는 뇌의 발달로 우리의 사고력이나 창조력과 같은 이성적인 측면만 발달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감성적인 측면도 함께 발달했다.

처음에는 협동으로 시작한 공동체 생활에서 점차 이타성이 발현하기 시작한 데에는 노인과 어린아이, 사냥 중 장애를 갖게 된 이들을 돕기 위한 과정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개체들은 자신도 언젠가는 늙을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과 생활하면서 언제든지 치명적으로 다칠 수 있다는 위험을 깨닫게 되면서 그러한 행동들을 장려하는 문화도 생겨났을 것이다.

그렇다는 의미는, 타인의 고통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잘 배려할 줄 아는 개체가 결국 성 선택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이 진화의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빠르게, 쉽게 타인과 협력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 중략 -

친절과 온순, 봉사정신 같은 성격적 특성들이 탄생한 이유는

그런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진화의 경쟁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pg 159)

이 과정에서 인류는 자신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이기적인 개체를 본능적인 수준에서 꺼리는 경향도 함께 발달시키게 되었다.

특히 공동체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기적인 개체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없다면 공동체 자체가 와해되기 쉽다는 실험 결과는 우리의 현대 사회에서 준법정신으로 대표되는 시민의식이 왜 중요한지를 상기시켜 준다. (이기적인 개체가 많은 집단일수록 공동의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고 때문에 집단 간의 갈등에서 도태되기 쉽다는 논리적인 귀결에 이르게 된다.)

타인을 위해 얼마나 헌신할지는 감정이입보다는 타인의 목적과 동기를 해석하는

능력에 달렸다. 이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타인을 이해하기 힘든 사람은 이기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항상 자기 이익만 따지는 것은 정서적 편협함을 넘어 정신적 편협함의 한 형태인 것이다.

(pg 121)

몇 년 전부터 '타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은 곧 지능이 낮은 것이다'라는 개념이 인터넷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데, 이 책에 따르면 단순히 지능이 낮은 정도가 아니라 진화 자체가 덜 된 것이라 보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다.

진화된 현 인류는 기술 발전이 거듭되면서 처음 내집단 사이에서만 발현되던 이타심의 경계를 전 세계 범위로 넓혀가고 있다.

비단 마이클 잭슨의 노래 가사에서뿐 아니라 지구 어느 한 곳에서 재앙이 일어나면 전 세계에서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 기꺼이 자신의 몫을 나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는 국경을 넘어 서로 나누며 살고 있다.

여러 문화와 대륙이 함께 성장하기에, 먼 거리는 이미 의미를 잃었기에,

지식이 가장 값진 생산재가 될 것이기에 그러하다.

그런 세상에서 제 잇속 차리기에 바쁜 사람은 분명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pg 340)

저자의 책은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이후로 두 번째 접하게 되었는데, 이번 책 역시 과학적 사실들을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서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면서도 양질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다만 검수의 문제인지 비문이나 오타가 꽤 많이 보이는데, 차기 판본에서는 보다 세심한 검수를 기대해 본다. (인터넷 서점을 보면 나 말고도 이 부분을 지적한 리뷰가 있으므로 꼭 검수를 다시 해서 이 좋은 내용의 책이 단순한 편집 실수 때문에 외면받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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