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7 생명과 진화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7
과학동아 편집부 지음 / 동아엠앤비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의 출처: 출판사 증정

잡지 같은 정기간행물처럼 생겼는데, 특정한 과학 주제에 관해 상세한 설명과 사진 자료가 가득 실려 있는 책이다.

이번에 접한 것은 7권으로 1권이 2021년에 나온 걸 보면 1년에 두 권 정도씩 발행하는 모양이다.

잡지를 잘 보는 편이 아니어서 표지만 보고 넘기려 했는데, 이번 편의 주제가 최근에 읽은 책들과 연관이 있는 '생명과 진화'여서 어떤 내용이 실려 있는지 너무도 궁금했다.

다윈이 '종의 기원'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도 벌써 150년 전의 일이다.

이 책은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라 할 수 있는 갈라파고스 기행부터 시작한다.

비글호를 타고 수년간 여러 지역의 지질과 생물을 관찰한 그는 현존하는 수많은 형태의 생물들이 진화라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다.

그의 이론 이후 여러 화석과 유전자 분석을 통해 공룡처럼 지금은 사라진 동물들의 계통을 알아낸다거나 현생 인류의 조상을 추적하는 등 여러 과학적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갔다는 점만 알고 있었는데, 이를 해석하는 이론에도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유인원과 인류가 공통 조상에서 분화되어 나오게 된 경위도 아직까지는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어 코로나19 시대에 대활약을 펼쳤던 RNA에 대한 소개도 이어지고, 지금까지 인류가 밝혀온 진화의 비밀들과 진화론이라는 개념 자체가 우리 사회에 미치게 된 영향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경제력이 곧 번식력이 된 인간 사회, 서로의 경제력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과시적인 소비가 유행하게 되는 것 등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처럼 지금은 자연과학뿐 아니라 사회 여러 부분에서 진화론의 시각이 차용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더욱 나은 사회를 원하고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본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만들어내는 각종 제도들이

우리의 본성과 조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넓혀 나가는 데

다윈의 진화론이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pg 45)

200페이지 정도로 그리 두꺼운 편은 아니지만 책 자체가 크고 글씨가 작아 정보량이 부족한 느낌은 없었다.

게다가 다양한 시각자료로 이해를 돕고 있어 술술 넘기면서 진화에 대한 지식들을 재미있게 쌓아갈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 생각되지만, 진화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지 않을 않을까 싶다.

유인원들은 아직도 먹기 위해, 또 스포츠라는 취미를 위해 사냥되고 있다.

침팬지의 경우 사람과 생화학적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여러 연구와 의학 실험용으로 희생된다.

때로 이들은 사람에게 치명적인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연구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균에 감염되기도 한다.

멸종되어 가는 동물들을 희생시켜 가뜩이나 많은 사람이란 '종'을 더욱 더

포화상태로 이끌어가는 것은 합리적인 일일까.

(pg 1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악의 기원 - 아기를 통해 보는 인간 본성의 진실
폴 블룸 지음, 최재천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의 출처: 출판사 증정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선한지, 악한지는 고대부터 철학의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였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각기 설득력 있는 이론과 사상들을 제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다 고개를 끄덕일만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두 가지 모습을 다 갖추고 태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며, 선악이라는 도덕적 관념이 시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실행된 수많은 심리학적 실험들 역시 서로 상반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이 책은 바로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수행된 실험 결과들을 정리하며 인간의 선악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원문에서는 '선악의 기원'이 부제이며 원제는 'Just babies'다.

'단지 아기들일 뿐'이라는 뜻과 '공정한 아기들'이라는 뜻 모두로 해석될 수 있고 이렇게 중의적으로 해석되는 것이 저자의 의도라고 한다.

인간이 태어날 때 어떤 점들을 가지고 태어나는지를 알기 위해 아기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실험의 결과들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에 따르면 굉장히 어린아이들도 일정 수준의 도덕감각을 보여준다.

아직 사회화되기 전의 아기들도 남을 도우려는 자와 남을 해하려는 자 중에서 고르라면 남을 도우려는 자를 고른다.

그것이 긍정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안다는 것이다.

또한 한정된 자원을 특정인에게만 치중되게 배분하면 아기들도 즉각적인 분노감을 표현한다.

'공정'이라는 단어를 학습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는 그런 행동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는 특정한 정도의 도덕감각을 타고난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도덕 감각의 카테고리를 크게 세 분류로 나눌 수 있다고 본다.

가장 먼저 본능적으로 베풀 수 있는 범주인 가족과 친지가 있다.

이 범주를 넘어서면 '우리'라는 단어로 묶을 수 있는 '내집단'과 거기에 속하지 않는 '외집단'이 있는데 이러한 내집단과 외집단의 범위는 문화권과 시대, 개인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가 도덕감각을 타고나기는 하지만, 내집단을 정의하는 과정은 학습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유치원생들은 인종에 신경 쓰지 않는다.

일부 다인종 학교에 다니는 학동기 아동들도 마찬가지다.

만약 피부색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게 중요하다면

-흑인 아이들과 백인 아이들이 따로 앉는다면-아이들은 분명 알아챈다.

반면, 그렇지 않다면 알아채지 않는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구별을 지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삶의 여정을 시작했지만,

어떻게 구별할지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것은 우리의 환경이다.

(pg 183)

결국 이 책의 핵심은 실험을 해보니 인간의 도덕감각에 대한 상반된 두 가지 시선, 즉 진화심리학에서 보는 '모든 특성은 진화를 통한 (적응적) 결과물'이라는 시각과 사회학에서 보는 '모든 것은 학습의 결과'라는 시각이 모두 일면 타당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인류 사회는 우리를 진화시켜온 자연환경과 우리가 발달시킨 문화라는 두 마리의 말이 이끄는 수레 위에 세워졌다는 의미다.

이성적 사고 능력이 발현되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아기의 도덕적 삶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아기에게는 성향과 정서가 있다.

그래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달래주고, 잔인한 행위에는 분노를 느끼고,

잘못한 사람을 벌주는 사람은 편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아기에게는 많은 것이 없다.

무엇보다도 공평한 도덕 원칙-한 공동체 안에서 모두에게 동등하게 적용되는

금지 사항이나 요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이런 원칙들은 법과 사법 시스템의 근간이 된다.

(pg 305)

사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실험들은 여타 다른 심리학 관련 서적에서도 많이 인용된 것들이라 아주 새로운 정보들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인간이 보여주는 일정 수준의 도덕감각이 어디서 시작되는지를 탐색함에 있어서 이 책보다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전혀 현학적이지 않고 등장하는 사례들도 재미있어서 순식간에 읽어갈 수 있었다.

인간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원하는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해 줄 수 있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곤충도감 - 놀라운 상상력을 키워 주는 공상 과학 어린이 과학백과 시리즈 17
야나기다 리카오 지음, 고경옥 옮김, 마루야마 무네토시 감수 / 글송이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아이건 살면서 적어도 한순간 정도는 곤충이나 공룡, 동물과 같이 특정 분야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게 마련이다.

부모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여러 도감을 손에 쥐여주는 것이 초기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 아이 역시 동물이나 곤충, 공룡 등 자연과 환경에 대한 도감은 언제나 좋아해서 이미 집에 도감 종류도 많은 편인데, 이번에 재미난 주제로 엮인 도감이 있어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단순히 동물들의 사진과 특성을 나열한 도감들은 많은데 이 책의 특징이라면 '공상 과학'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서 재미난 상상을 해본 결과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로 곤충들이 사람과 비슷한 크기까지 커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지를 상상해 본 것이다.




개미가 자기 몸보다 몇 배나 무거운 물체를 옮길 수 있다거나 벼룩이 자기 몸의 몇 배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등 곤충들이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는 사실은 여러 책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그래봐야 자그마한 개미와 벼룩인지라 아이들 시각에서 볼 때에 그리 놀라운 결과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자리가 사람만큼 커진다면 어떨까?

이 책에 따르면 지금 우리가 이용하는 제트 여객기의 속도를 능가하는 비행 속도를 지닐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단순히 스케일로만 비교해 본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그 정도 사이즈의 잠자리가 있다고 해도 잠자리의 외피가 그 정도의 속도를 견뎌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분명 재미난 상상임에는 틀림없다.


(pg 24-25)


이런 재미난 상상 뒤에는 해당 곤충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곤충을 자세히 관찰해 볼 수 있다.

동일한 구성으로 총 마흔 개가 넘는 곤충이 수록되어 있어 한 권이지만 꽤 오래 읽게 될 책 같다.


(pg 26)


잠자리나 모기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뿐 아니라 크로카타바구미처럼 굉장히 생소한 곤충까지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모기가 인간만큼 커진다면 사람 13명분의 피를 빨아들일 수 있다고 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물론 상상하고 싶지는 않다.)

단순히 곤충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절대적인 크기를 상대적으로 바꿔보는 재미난 상상 실험까지 해볼 수 있는 책이어서 아이도 좋아하고 선물한 부모도 뿌듯했던 책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멍멍말 통역사 김야옹 1 - 부자 개의 유산을 지켜라! 멍멍말 통역사 김야옹 1
강효미 지음, 윤태규 그림 / 아울북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똥볶이 할멈'이라는 전무후무한 베스트셀러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작품을 썼던 작가가 새로운 시리즈를 냈다고 해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주인공의 이름은 '김야옹'이지만 어처구니없게도 강아지 말만 통역할 수 있는 '멍멍말 통역사'다.



김야옹은 동물말 통역 학교를 꼴찌로 졸업하고 개인 사무실을 차렸다.

하지만 꼴찌로 졸업했기 때문인지 찾는 사람이 없어 사무실 월세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다.

고민하던 야옹이는 같이 학교를 다녔던 재수 없지만 부자였던 친구에게 돈을 빌리러 가보지만, 그 친구도 약만 잔뜩 올리는 메모를 남긴 채 해외여행을 가버려 궁지에 몰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남루한 개 한 마리가(이름도 '거지'다;;;) 발에 유리 조각이 박힌 채 찾아오게 된다.

개를 가엾게 여긴 야옹이는 개를 치료해 준 뒤 사무실에서 하룻밤을 재워준다.

그 개가 멍멍말을 잘하는 통역가가 있다고 동네에 소문을 내주는 바람에 야옹이의 사무실을 찾는 개가 많아진다.

하지만 정작 돈이 되는 손님은 없었는데, 그러던 차에 부잣집 애완견(이름도 '부자'다.)이 찾아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pg 12-13)


야옹이는 우여곡절 끝에 부자를 도와주고 부자에게 돈을 받아 사무실을 유지하게 된다.

마지막에는 해외로 떠났던 친구가 다음 편의 흑막이 될 것임을 예고하며 1권은 끝이 나게 된다.

책을 읽을 줄 아는 아이라면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면 혼자서 충분히 볼 수 있을 정도로 글 양이 아주 많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권선징악 스토리와 해피엔딩,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심어주는 에필로그까지 짜임새가 상당히 좋은 작품이었다.

계속해서 야옹이가 귀여운 멍멍이들과 함께 어떤 사건들을 풀어가게 될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시리즈였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 - 12명의 천재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물리학 이야기
후위에하이 지음, 이지수 옮김, 천년수 감수 / 미디어숲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의 출처: 출판사 증정

일반 대중에게 물리학을 비롯한 기초 과학 지식들을 전해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많아졌다.

국내에도 여러 저자들의 책들이 나와 있어서 몇 권 읽었었는데, 중국 저자가 쓴 책은 뭔가 색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톰슨'이라는 가상의 남학생이 물리학과에 입학한 상태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중간중간 수학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학과 출신의 '소피아'라는 여학생도 등장한다.

하지만 각 장의 도입과 끝 부분에서만 반짝 두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할 뿐, 전체적인 서술은 여타 과학 교양서와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먹은 빵 한 조각에서 시작해 원자 이야기가 나오고, 고전 물리학에 이어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짧은 분량 안에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5장까지 양자역학 이야기가 끝난다.

이후에는 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수학 지식과 지금까지 인류가 밝혀낸 기본 입자들,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4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라 분량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안에 담긴 주제가 꽤 넓고 방대하다.

암흑 에너지가 과연 무엇인지 현재로서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힉스장 역시 아직까지는 눈으로 확인할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미지의 존재다.

힉스장은 힉스 입장의 발견을 통해 이러한 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뿐이다.

암흑 에너지와 힉스장 외에 또 어떤 것들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주가 칠흑같이 캄캄한 공간이라고 해서

텅 비어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pg 331)

다만 완독한 소감은 다소 복잡하다.

이미 사전 지식이 조금 있는 편인 5장까지는 그래도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었는데 6장부터 수학 연산자가 등장하더니 이후로 나오는 기본 입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솔직히 읽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느낌이다.

물론 언제부턴가 읽기 시작한 과학 교양서들은 콩나물시루에 물 붓듯이 처음엔 하나도 못 알아 들었다가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용어도 익숙해지고 개념도 머리에 들어오는 느낌이기 때문에 꾹 참고 읽어 나갔지만 솔직히 중반 이후로는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비전공자에게 물리학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지식의 저주'에 걸리지 않는 것인데, 만약 저자가 타깃으로 삼은 독자가 일반 대중이라면 고민과 배려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혹은 나의 지식 수준이 일반 대중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결론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예컨대 물리학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이 책의 흐름상 '스핀'이라는 단어를 5장부터 보게 되는데, 읽을 당시에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 모른 채로 넘어가야 한다.

제대로 된 스핀의 정의가 7장에서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다 아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풀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모르는 용어의 설명을 모르는 용어로 읽어야 하는 무한 모름의 순환에 갇히기 쉽다.

하지만 6장부터 9장까지 수학의 비중이 높아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나 같은) 독자라 하더라도 10장은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초끈이론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어 본 끈 이론 설명 중에서는 가장 쉽고 명쾌했다.

지금까지 끈 이론은 주류로 인정받지 못한 양자 역학의 또 다른 해석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자들이 이 이론에 매달리고 있고, 이 이론을 통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합쳐지는 통합 이론 체계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연구 결과가 어찌 될지 기대가 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61종의 입자 중에서 사람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입자는 없다.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기본 입자는 특정 공간에 정지해

우리가 그 모양을 관찰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다.

흔히 어떤 입자는 전자고, 어떤 입자는 중성미자라고 하는 것은

실험을 통해 입자의 전하, 각동량, 스핀 등 속성을 측정해서 확인한 것이다.

끈 이론에서 입자들은 형태의 차이가 없다.

다만 끈이 각기 다른 진동 방식을 채택해 각기 다른 전하, 질량 등 속상이 나타나면

과학자들이 이를 특정 입자로 분류하는 것이다.

(pg 341)

소소한 배려들이 조금 아쉬웠던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 물리학 이론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가진 책이다.

각 장들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정도만 기억해도 사실 한 권의 교양서로 기대할 수 있는 지식의 양으로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과학 교양서들을 꽤 읽어서 어지간한 책들은 '뭐 다 아는 이야기네'라는 느낌이 드는 독자라면, 아는 내용을 총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