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완독한 소감은 다소 복잡하다.
이미 사전 지식이 조금 있는 편인 5장까지는 그래도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었는데 6장부터 수학 연산자가 등장하더니 이후로 나오는 기본 입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솔직히 읽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느낌이다.
물론 언제부턴가 읽기 시작한 과학 교양서들은 콩나물시루에 물 붓듯이 처음엔 하나도 못 알아 들었다가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용어도 익숙해지고 개념도 머리에 들어오는 느낌이기 때문에 꾹 참고 읽어 나갔지만 솔직히 중반 이후로는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비전공자에게 물리학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지식의 저주'에 걸리지 않는 것인데, 만약 저자가 타깃으로 삼은 독자가 일반 대중이라면 고민과 배려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혹은 나의 지식 수준이 일반 대중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결론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예컨대 물리학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이 책의 흐름상 '스핀'이라는 단어를 5장부터 보게 되는데, 읽을 당시에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 모른 채로 넘어가야 한다.
제대로 된 스핀의 정의가 7장에서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다 아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풀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모르는 용어의 설명을 모르는 용어로 읽어야 하는 무한 모름의 순환에 갇히기 쉽다.
하지만 6장부터 9장까지 수학의 비중이 높아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나 같은) 독자라 하더라도 10장은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초끈이론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어 본 끈 이론 설명 중에서는 가장 쉽고 명쾌했다.
지금까지 끈 이론은 주류로 인정받지 못한 양자 역학의 또 다른 해석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자들이 이 이론에 매달리고 있고, 이 이론을 통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합쳐지는 통합 이론 체계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연구 결과가 어찌 될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