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논쟁을 벌여봅시다 - 12명의 천재 물리학자가 들려주는 물리학 이야기
후위에하이 지음, 이지수 옮김, 천년수 감수 / 미디어숲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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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출판사 증정

일반 대중에게 물리학을 비롯한 기초 과학 지식들을 전해주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들이 많아졌다.

국내에도 여러 저자들의 책들이 나와 있어서 몇 권 읽었었는데, 중국 저자가 쓴 책은 뭔가 색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톰슨'이라는 가상의 남학생이 물리학과에 입학한 상태라고 가정하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중간중간 수학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학과 출신의 '소피아'라는 여학생도 등장한다.

하지만 각 장의 도입과 끝 부분에서만 반짝 두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할 뿐, 전체적인 서술은 여타 과학 교양서와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아침에 먹은 빵 한 조각에서 시작해 원자 이야기가 나오고, 고전 물리학에 이어 상대성 이론,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짧은 분량 안에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5장까지 양자역학 이야기가 끝난다.

이후에는 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수학 지식과 지금까지 인류가 밝혀낸 기본 입자들, 우주를 구성하는 네 가지 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4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라 분량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안에 담긴 주제가 꽤 넓고 방대하다.

암흑 에너지가 과연 무엇인지 현재로서는 아직 명확히 알 수 없다.

우주 전체에 퍼져 있는 힉스장 역시 아직까지는 눈으로 확인할 수도,

만져볼 수도 없는 미지의 존재다.

힉스장은 힉스 입장의 발견을 통해 이러한 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뿐이다.

암흑 에너지와 힉스장 외에 또 어떤 것들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주가 칠흑같이 캄캄한 공간이라고 해서

텅 비어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pg 331)

다만 완독한 소감은 다소 복잡하다.

이미 사전 지식이 조금 있는 편인 5장까지는 그래도 따라가는 데 큰 무리가 없었는데 6장부터 수학 연산자가 등장하더니 이후로 나오는 기본 입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솔직히 읽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별로 없는 느낌이다.

물론 언제부턴가 읽기 시작한 과학 교양서들은 콩나물시루에 물 붓듯이 처음엔 하나도 못 알아 들었다가 계속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용어도 익숙해지고 개념도 머리에 들어오는 느낌이기 때문에 꾹 참고 읽어 나갔지만 솔직히 중반 이후로는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비전공자에게 물리학을 제대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지식의 저주'에 걸리지 않는 것인데, 만약 저자가 타깃으로 삼은 독자가 일반 대중이라면 고민과 배려가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혹은 나의 지식 수준이 일반 대중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결론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예컨대 물리학 지식이 전무한 사람이라면 이 책의 흐름상 '스핀'이라는 단어를 5장부터 보게 되는데, 읽을 당시에는 이것이 무슨 뜻인지 모른 채로 넘어가야 한다.

제대로 된 스핀의 정의가 7장에서야 등장하기 때문이다.

물론 저자는 다 아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풀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모르는 용어의 설명을 모르는 용어로 읽어야 하는 무한 모름의 순환에 갇히기 쉽다.

하지만 6장부터 9장까지 수학의 비중이 높아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간 (나 같은) 독자라 하더라도 10장은 꼭 읽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초끈이론에 대한 소개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읽어 본 끈 이론 설명 중에서는 가장 쉽고 명쾌했다.

지금까지 끈 이론은 주류로 인정받지 못한 양자 역학의 또 다른 해석 중 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자들이 이 이론에 매달리고 있고, 이 이론을 통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합쳐지는 통합 이론 체계가 나올 수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연구 결과가 어찌 될지 기대가 된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61종의 입자 중에서 사람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입자는 없다.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해 기본 입자는 특정 공간에 정지해

우리가 그 모양을 관찰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있지는 않는다.

흔히 어떤 입자는 전자고, 어떤 입자는 중성미자라고 하는 것은

실험을 통해 입자의 전하, 각동량, 스핀 등 속성을 측정해서 확인한 것이다.

끈 이론에서 입자들은 형태의 차이가 없다.

다만 끈이 각기 다른 진동 방식을 채택해 각기 다른 전하, 질량 등 속상이 나타나면

과학자들이 이를 특정 입자로 분류하는 것이다.

(pg 341)

소소한 배려들이 조금 아쉬웠던 책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 물리학 이론을 책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압도적인 장점을 가진 책이다.

각 장들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이름과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정도만 기억해도 사실 한 권의 교양서로 기대할 수 있는 지식의 양으로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과학 교양서들을 꽤 읽어서 어지간한 책들은 '뭐 다 아는 이야기네'라는 느낌이 드는 독자라면, 아는 내용을 총정리하는 느낌으로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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