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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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구입

약 40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지만 몇 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한 책이라며 뒤늦게 흥행했던 작품이다.

어쩌다 집 책장에 꽂혀 있게 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전직 쇼걸이었던 한 여인이 이혼 후 하나밖에 없던 아들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을 겪는다.

슬픔을 이겨내기 위해 그녀는 공연 제작자로서의 커리어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룬 뒤 멋진 변호사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밤마다 아들이 누군가의 손에 죽거나 끌려가는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주변에서 '죽지 않았어'라는 의문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도착한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아들의 시신을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 만난 변호사의 도움을 얻어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려 한다.

물론 그 뒤에는 모종의 비밀 단체가 있었고, 아들의 시신을 찾고자 하는 그녀와 변호사를 제거하려 한다는 내용의 스릴러다.

소재나 줄거리 자체는 참신하지는 않다.

아들의 죽음을 둘러싸고 무언가 극비리에 진행된 국가의 더러운 음모가 숨어 있다는 내용은 이미 숱한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다룬 내용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이 더러운 음모의 근원이 인간이 직접 만든 바이러스, 그것도 우한이라는 지역까지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은 예언서가 아니라 그저 읽는 재미를 추구하는 스릴러 소설이기에 그 바이러스가 인간만을 노리며 사망률이 100%에 근접할 정도로 굉장히 치명적이라는 점 등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코로나19와 꽤나 다르기는 하나, 40여 년 전에 우리가 근래에 겪은 고통을 예견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익숙한 줄거리에 익숙한 전개가 이어지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읽는 재미는 탁월한 편이다.

400페이지 중반의 분량으로 살짝 두꺼운 느낌이지만 빠르게 장면이 전환되고 끊임없이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기 때문에 긴장감이 끝까지 잘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저자가 여러 베스트셀러를 남겼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으로 처음 접했다.

익숙한 소재들을 버무려 꽤 재미난 이야기를 쓰는 작가인 것 같아 앞으로 저자의 작품을 조금 더 접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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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용사 한딸기 2 : 한여름의 태양 제철용사 한딸기 2
유소정 지음, 김준영 그림 / 겜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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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오염시키는 악당들이 있는 곳에 등장해 과일의 힘으로 맞서 싸우는 슈퍼히어로, '한딸기'의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와서 아이와 함께 읽어보게 되었다.

이번에는 표지에 딸기가 아닌 수박이 그려져 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 수박의 힘을 쓰는 새로운 슈퍼히어로 '강수박'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딸기가 악당인 줄 알고 공격해 오지만 이내 진짜 악당이 나타나게 되어 오해를 풀고 힘을 합치게 된다.

처음 등장하는 악당은 강에 오염된 물을 마구 버리는 악덕 기업주다.

버리는 물질이 유독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헬멧까지 챙겨 쓰고 뻔뻔하게 독극물을 버리는 아주 파렴치한 악당이었다.

딸기는 아무래도 추운 계절의 과일이다 보니 날이 더워지면 힘을 못쓰는 반면, 수박은 여름 과일인지라 더운 날 가장 강한 모양이다.

새롭게 등장한 강수박이 멋진 활약을 펼치며 한딸기를 도와 한여름의 악당들을 물리치게 된다.

두 번째 이야기는 희귀한 나비가 서식하는 숲을 리조트를 짓기 위해 밀어버리려고 하자 한딸기와 강수박이 힘을 합쳐 이를 막아내는 이야기였다.

사실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을 막는 일이 정말 쉽지 않지만 동화 속에서라도 막을 수 있어서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다.

마지막에는 다음 편에 가을이 제철인 사과가 등장할 것만 같은 티저를 남기고 끝이 나서 우리 딸도 다음 편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글씨가 제법 있는 편이라 초등학생이 읽기에 좋고 내용도 훌륭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마냥 읽히고 싶은 책이었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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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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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출판사 증정

SF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고 일본 소설도 꽤 읽는 편인데 여태껏 일본의 SF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장르의 특성상 국가별 문화 차이보다는 저자가 과학적 사실들을 얼마나 진지하게 차용하느냐에 따라 소재나 이야기의 퀄리티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본의 SF가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처음 접하는 저자지만 총 여섯 개의 이야기가 수록된 단편집이라 읽는 부담도 적을 것 같아 읽어보게 되었다.

포문을 여는 '겨울 시대'라는 작품은 제목 그대로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다.

갑자기 온 세상이 겨울로 변해버릴 것이라는 예측에 과학자들이 부랴부랴 추위에 적응할 수 있는 동물들을 만들어 냈지만 남은 시간이 너무도 짧아 모든 문명이 엄청난 퇴보를 겪고, 인류는 배고픔과 추위에 고통받는다.

매력적인 배경 설정이지만 포문을 여는 작품 치고는 인상적인 사건이 없어서 평이했던 작품이었다.

첫 작품에 실망할 뻔했지만 이어지는 '즐거운 초감시 사회'라는 놀라운 작품을 만나게 된다.

불세출의 명작 '1984'의 외전 격인 느낌의 작품으로, '1984'에서 설정한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동아시아라는 3국 체제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1984'가 유라시아 배경이라면 본 작품은 동아시아가 배경이라는 점이 다르고,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해 초감시 사회의 주요 장치들도 미묘하게 다르다.

일단 입출력이 모두 가능한 텔레스크린이나 길거리에서도 작동하는 음성, 영상 감시 기술, 막대한 국가 경찰력 등의 장치는 이 작품에서도 동일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마치 현대 SNS의 팔로워처럼 '내가 저 사람의 사상을 감시해 보겠다' 하면 자율적으로 감시 목록에 추가할 수가 있다.

현대의 SNS에서 팔로워가 많으면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듯이, 나를 감시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적 혜택이 따른다. (그 많은 사람들이 감시해도 걸릴 게 없을 만큼 투명한 사람이니 사회가 보상해 준다는 의미다.)

전설적인 작품의 설정을 빌려오되 저자만의 창의력을 더해 새롭게 창조한 세계도 좋았고, 마지막 결말도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이 책에 담긴 모든 단편 중에 이 작품을 베스트로 꼽고 싶다.

"이제 국민을 지배하는 건 감시당하고 있다는 공포가 아니야.

감시하고 있다는 즐거움이지.

우리 시절에 비해 사태가 훨씬 골치 아파진 셈이네.

사람은 공포나 고통과는 싸울 수 있어도 즐거움이랑은 싸우지 못하거든.

즐거움은 아편이야. 우리 조국은 다시 아편 탓에 병들어 가게 됐고.

(pg 107, '즐거운 초감시 사회' 中)

세 번째로 등장하는 표제작은 화성의 생명체를 찾는 한 과학자가 부모에게 버려진 조카를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서사 자체는 평이한 편이지만, 태초의 한 세포에서 갈라져 나온 우리 인간들이 서로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를 고찰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어 우주 라멘집 이야기인 '중유맛 우주 라멘', 뜬금없이 찾아온 돌 이야기인 '기념일', 질량을 가지지 못해 세상과 작용할 수 없는 투명 인간이 등장하는 'No Reaction' 등 앞선 작품들에 비하면 조금 가벼운 느낌의 작품들이 이어진다.

솔직히 수록 작품들이 전부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몇몇 작품들이 강렬하게 좋았기 때문에 국내에 소개된 저자의 장편도 조만간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전반적으로 아주 하드한 느낌의 SF는 아니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다양한 모습의 미래를 상상해 보고 그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어떤 변주를 보일 수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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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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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구입

아버지가 은퇴 후 소설을 많이 읽고 계신데, 그의 취향을 살펴보면 40여 년을 알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몰랐던 면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이 아버지 책장에 꽂혀 있던 것 역시 그러한 경우 중 하나다.

표지부터 귀여운 고양이가 눈에 띄는 걸 보면 그간 읽어왔던 선혈이 낭자한 작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작품의 주인공 '린타로'는 어릴 적 부모와 헤어져 고서적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왔다.

하지만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혼자 남은 그는 서점에 남아 세상에 대한 무력감을 한껏 맛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 앞에 얼룩무늬 고양이가 나타나 말을 건다.

책을 구하러 가자고.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 거야.

(pg 26)

이 작품은 도입부터 끝까지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 떠나는 책 구하기 모험 이야기다.

굉장히 판타지스러운 배경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안에 책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다.

등장하는 빌런들도 책을 빨리 많이 읽는 자, 책을 줄거리만 간추리는 자, 잘 팔리는 책만 만드는 자 등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하지 않을 것들을 하는 자들이다.

주인공 일행이 이들에게서 책을 구해내는 것이 책의 주요 줄거리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다분히 유치하기도 하고 이게 무슨 재미일까 싶기도 하겠지만 생각보다 읽는 맛이 좋았다.

게다가 나름 독서라 취미라고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사실 나도 잘 팔리는 책을 많이 빨리 읽고 줄거리만 간추려 인터넷에 올리는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역시 작품을 통해 출판사와 독자들에게 작가로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이야기로 풀어낸 게 아닐까.

진리도, 윤리도, 철학도, 그런 건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다들 삶에 지쳐서 자극과 치유만을 원하고 있죠.

그런 사회에서 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 자체가 모습을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말하죠. 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팔리는 거라고!

아무리 걸작이라도 팔리지 않으면 사라지게 됩니다.

(pg188)

개인적으로는 게임 '페르소나5'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 환상 속 세계로 떠나 이런저런 문제들을 풀어가는 이야기라서 그렇게 느낀 모양이다.

게임처럼 가볍게 읽기 좋은 소재를 가졌지만 마냥 가볍게 읽히지만은 않는 재미난 작품이었다.

책은 존재하는 것만으론 단순한 종잇조각에 불과해.

위대한 힘을 감추고 있는 걸작도,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대작도

펼치지 않으면 하찮은 종잇조각일 뿐이지.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담아 소중하게 간직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게 되는 법이야.

(pg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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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마동주 지음 / 닥터지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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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출판사 증정

우리에게는 성실히 피땀 흘려 모은 전세금을 꿀꺽한 사기꾼이나 사람을 치어 죽인 음주운전자 등 법적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죽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범죄자 유형들이 있다.

사람들마다 기준점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성폭행범, 특히 미성년자 성폭행범은 이 범주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만약에 그런 자들만을 노려 살해하는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할까?

사법기관이 할 일을 대신해 준다며 환호할까? 아니면 법적으로는 살인자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우려하게 될까?

특히나 요즘 강력 범죄에 대한 법의 심판이 일반 대중의 시각에서는 영 탐탁지 못한 것도 사실이기에 사적 제재라는 극단적인 형태의 보복도 심정적으로는 공감할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그런 상상을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법한 사실적인 이야기로 옮겨두었다.

성폭행 피해로 가정이 파탄 난 한 남자가 성폭행범들을 노리는 연쇄살인범이 된다.

경찰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노력하지만 일반 대중의 여론은 심상치 않다.

여느 스릴러물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범인이 누구인지, 범행의 동기가 무엇인지에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들이 가질 법한 의문들을 초반에 다 펼쳐 보여줌으로써 사건의 본질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읽으면서 사건 이면에 깔린 질문들을 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법은 과연 범죄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하고 있는가?

피해자들은 가해자들의 처벌에 만족할 수 있는가?

법은 과연 피해자들의 편인가?

물론 사법기관 역시 사람이 움직이는 조직인지라 감정에 휘둘리기도 하고, 비슷한 사건이라 하더라도 언론의 관심 유무에 따라 사건의 해결이 급물살을 타기도,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래도 정의를 집행하는 사법기관이라면 가해자나 피해자의 재산이나 지위 고하가 판결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대전제를 부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묻는다.

우리 사회에 그런 정의가 과연 숨 쉬고 있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저자 역시 성범죄자는 다 죽어 마땅하다거나 사적 제재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다는 억지 주장을 하기 위해 이 작품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사형과 사적 제재는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머리로는 반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읽으면서 속이 후련해지는 듯한 느낌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상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일단 범죄 스릴러물에서 범인을 부각하기 위해 경찰을 바보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그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명민한 범인을 명민한 경찰이 추적하고 둘 다 아주 사소하다고 할 수 있을 실수들로 치명상을 입는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속도감 있게 질주하는 스토리에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었다.

상당히 논란이 되겠지만 영화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작품인 것 같아 언젠가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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