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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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출처: 구입

아버지가 은퇴 후 소설을 많이 읽고 계신데, 그의 취향을 살펴보면 40여 년을 알고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몰랐던 면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이 아버지 책장에 꽂혀 있던 것 역시 그러한 경우 중 하나다.

표지부터 귀여운 고양이가 눈에 띄는 걸 보면 그간 읽어왔던 선혈이 낭자한 작품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작품의 주인공 '린타로'는 어릴 적 부모와 헤어져 고서적 전문 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왔다.

하지만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자 혼자 남은 그는 서점에 남아 세상에 대한 무력감을 한껏 맛보고 있었다.

그러던 그 앞에 얼룩무늬 고양이가 나타나 말을 건다.

책을 구하러 가자고.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 거야.

(pg 26)

이 작품은 도입부터 끝까지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 떠나는 책 구하기 모험 이야기다.

굉장히 판타지스러운 배경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안에 책에 대한 찬사가 가득하다.

등장하는 빌런들도 책을 빨리 많이 읽는 자, 책을 줄거리만 간추리는 자, 잘 팔리는 책만 만드는 자 등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하지 않을 것들을 하는 자들이다.

주인공 일행이 이들에게서 책을 구해내는 것이 책의 주요 줄거리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다분히 유치하기도 하고 이게 무슨 재미일까 싶기도 하겠지만 생각보다 읽는 맛이 좋았다.

게다가 나름 독서라 취미라고 말하는 사람 입장에서 한 번쯤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작품이기도 했다.

사실 나도 잘 팔리는 책을 많이 빨리 읽고 줄거리만 간추려 인터넷에 올리는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 역시 작품을 통해 출판사와 독자들에게 작가로서 하고 싶었던 말들을 이야기로 풀어낸 게 아닐까.

진리도, 윤리도, 철학도, 그런 건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다들 삶에 지쳐서 자극과 치유만을 원하고 있죠.

그런 사회에서 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 자체가 모습을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말하죠. 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팔리는 거라고!

아무리 걸작이라도 팔리지 않으면 사라지게 됩니다.

(pg188)

개인적으로는 게임 '페르소나5'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

말하는 고양이와 함께 환상 속 세계로 떠나 이런저런 문제들을 풀어가는 이야기라서 그렇게 느낀 모양이다.

게임처럼 가볍게 읽기 좋은 소재를 가졌지만 마냥 가볍게 읽히지만은 않는 재미난 작품이었다.

책은 존재하는 것만으론 단순한 종잇조각에 불과해.

위대한 힘을 감추고 있는 걸작도, 장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대작도

펼치지 않으면 하찮은 종잇조각일 뿐이지.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담아 소중하게 간직한 책에는 마음이 깃들게 되는 법이야.

(pg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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