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나왔던 '녹나무의 파수꾼(이하 '전작')'에 이어 올해 새로 나온 신작이다.
전작에서 거부였던 이복 이모의 의지에 따라 녹나무의 파수꾼이 된 레이토가 녹나무의 신비한 힘으로 주변 사람들을 도와주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작을 굳이 읽지 않았어도 전작에 이어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리 많지 않고 이번 작품에서도 모두 그 관계를 설명해 주기는 하지만, 작품의 제목이자 주요 소재가 되는 녹나무의 신비로운 힘은 알고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작품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책을 읽을 예정이라면 하단부터는 읽지 않기를 권한다.)
작품 속 등장하는 녹나무는 사람들의 기억을 백업해 주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기억을 전수하고자 하는 이가 녹나무 안에서 초를 피우며 기억을 회상하면 그 내용이 마치 업로드되듯이 녹나무에 저장이 되고 나중에 그 사람의 친족이 그 기억을 온전히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의 백업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업로드를 하는 이가 원하는 기억만 쏙 빼내어 업로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좋은 점뿐만 아니라 숨기고 싶은 점, 전수되지 않았으면 하는 기억까지 온전히 전해지게 된다.
전작이 이러한 녹나무의 비밀을 천천히 밝혀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었다면 본작에서는 이 신비로운 힘으로 등장인물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책의 시작은 파수꾼인 레이토에게 한 고등학생 소녀가 찾아와 자신이 직접 쓴 시집이라며 판매 대행을 부탁한다.
수작업으로 만든 것이라 판매량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뭔지 모를 사연이 있을 것 같아 이를 수락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중년 남성이 이 시집을 그냥 집어가려다 들통난다.
돈이 없다며 그냥 시집을 두고 가겠다는 남성에게 소녀는 그냥 시집을 선물로 주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동네에서 강도 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여기에 이 남성과 소녀가 얽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