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라는 대상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저자는 "태양계 밖에서 온 성별 구분이 없는 외계 생물학자가 지구와 인류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사고실험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역시나 우리를 계속 번성하게 하는 불멸의 주체이자 이기적인 주체인 '유전자'에서부터 설명을 시작한다.
진화라는 개념을 '개체' 중심이 아닌 '유전자' 중심으로 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초반의 논지를 잘 파악하고 넘어가야 이후의 설명이 매끄럽게 이해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다른 책들을 통해 '유전자' 중심의 진화가 익숙해서인지 이어지는 성 선택과 육아 방식, 그리고 일부일처제의 결혼 제도에 이르기까지 현재 인류를 형성해온 인간 진화의 경과가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그리고 인류가 보여주는 부분적인 특징들을 공유하는 (유인원조차도 아닌)동물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언제부턴가 남성과 여성의 단순한 기호 차이(남아는 자동차를 좋아하고 여아는 인형을 좋아하는 등)조차도 아주 어릴 때부터 주입된 문화적 차이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견해가 사회과학 분야의 주류 시각이 되었다.
하지만 진화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선택압들의 작용이 우리의 신체와 정신에 축적된 결과물인 것이다.
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가?
이는 과거 수렵채집 시절부터 더 큰 사냥감을 사냥하고, 더 위험한 적들로부터 공동체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공격적인 남성이 성적으로 더 선택받을 확률이 높았고, 때문에 그러한 유전자가 온순한 남성의 유전자보다 더 널리 퍼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단순히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부터 "남자아이들은 좀 과격해도 돼"라는 식으로 주입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라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