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열림원 세계문학 7
조지 오웰 지음, 이수영 옮김 / 열림원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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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을 것이 넘쳐나는 시대, 같은 작품을 두 번 이상 읽는 일은 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회 이상씩 읽은 작품이 있다.

바로 저자의 '동물농장'과 이 작품이다.

기록을 보니 지난번에 읽었을 때가 벌써 12년 전인 모양이다.

대강의 스토리라인과 전체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여러 장치들, 결말 정도는 기억이 났지만 당연히 작품의 세부적인 디테일들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읽으니 또 새롭게 느껴졌다.

또한 처음 읽었을 때는 알아채지 못했던 여러 복선들도 눈에 들어왔다.

책을 덮은 후 12년 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그러다 문득 내가 쓴 글들이 아직 남아있고, 미래의 내가 언제든 다시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윈스턴이 목숨을 걸고 썼던 일기는 결국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미래와 소통할 수 있단 말인가?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래가 현재와 비슷하다면 아무도 윈스턴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고,

미래가 현재와 달라진다면 윈스턴의 고생은 의미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pg 18)

작품 속 전체주의의 모습이 지금 현대 사회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는 분석은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정치적 세력이 아니긴 하나, '빅 브라더'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거대 초국적 기업들이 우리의 정보를 빠짐없이 수집하고 있고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은 어느 사회에든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역사를 쥐고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무능한 대통령을 뽑는 실수를 저질렀지만 기어코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고 그러한 민중의 성공은 결코 역사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우리에게는 있다.

윈스턴이 그렇게도 갈망하던 사회와 우리 사회는 생각보다 많이 닮아 있는지도 모른다.

획일성의 시대로부터, 고독의 시대로부터,

빅 브라더의 시대로부터, 이중생각의 시대로부터.

미래를 향해, 또는 과거를 향해, 생각의 자유가 있고,

인간이 서로 달라도 함께 살 수 있는 시대를 향해, 진리가 살아있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었던 것처럼 지워버릴 수 없는 시대를 향해.

인사를 보냅니다!

(pg 45)

물론 지금의 사회가 완벽한 수준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의 생명력이 지속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사회에 '완벽'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적어도 더 나빠지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면 이 작품에서 대중을 통제하는 방식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럼으로써 우리를 통제하려고 하는 세력이 눈에 띌 때 우리는 단호하게 싫다고, 그만하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 단순한 것, 진실된 것은 지켜져야 했다.

진실이 진실이라는 주장은 진실이다.

(pg 117)

이 땅의 민중들은 또 한 번 정신 나간 권력자로부터 나라를 구했다.

그 놀라운 힘의 배경에는 이 작품처럼 사회 비판적인 문화 콘텐츠에 대한 우리 민중들의 사랑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작품명으로 검색해 보면 그래픽 노블부터 초등학생을 위한 판본까지 정말 다양한 출판사에서 수많은 판본이 판매되고 있다.

그만큼 많이 읽히고 사랑받는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이미 읽었던 작품임에도 이 판본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번역이 새롭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 읽었던 판본에서는 줄리아가 윈스턴에게 존댓말을 쓰는데, 사실 극중 사회와 인물의 성격을 고려하면 존댓말을 쓰는 것이 상당히 어색한데, 이 판본에서는 그 점이 수정되어 있다.

때문에 이전에 읽었던 사람들도 새로운 느낌으로 읽기 좋으니 이번 기회에 다시 읽고 싶은 독자라면 이 판본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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