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포막 안으로
김진성 지음 / 델피노 / 2025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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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제목만 봐도 뭔가 생명공학적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작품이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데,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라는 소개에 흥미가 가서 읽어보게 되었다.

작품 속 희귀질환은 사고 패턴 붕괴 장애(TCDD)라 불리는 유전병으로 한 가지 사고 패턴에 고정되는 병이다.

검색해도 딱히 나오는 게 없는 걸로 봐서는 저자가 설정상 창조한 유전병인 모양이다.

여하간 이 질병에 걸리면 평생을 정신지체 장애로 살아야 한다.

작품의 주인공인 '서연'은 이 질병 치료제를 위해 오랜 기간 연구해온 박사과정생이다.

단순히 국내 최고의 제약회사에 들어가고 싶었던 자신의 커리어 패스를 위한 연구였지만, 임신을 하게 되고 곧 그 아이가 곧 TCDD를 가지고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검사 결과를 받게 되자 연구에 더 몰두하게 된다.

그러던 와중에 임상 사고로 실험 대상자들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게 되고, 국내는 물론 프랑스에서까지 서연의 연구를 가로채려는 세력들이 등장하면서 긴장감이 높아진다.

안타깝게도 진실은 믿음을 이기지 못한다.

때론 진실과 믿음이 한 편이 되어 승리하기도 하지만,

서로 적대적 관계가 되면 언제나 진실은 믿음에 패한다.

(pg 7)

놀랍게도 서연이 연구한 약은 TCDD 자체를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병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태아에게 작용할 경우 슈퍼 두뇌를 가진 아기가 태어날 수 있는 효과를 보인다.

당연히 현대적인 관점에서의 우생학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고, 자신의 아이가 천재로 태어나기를 원하는 부모와 이를 통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볼 수 있겠다는 거대 기업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으로 향한다.

근데 이 무능력이라는 병은 유전이 돼요. 가난도 유전이 되고요.

같은 엄마로서, 이 질병을 물려주고 싶으세요?

(pg 265)

등장인물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해관계가 서로 첨예하게 충돌하고, 때문에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겨냥하기 바빠 쉽사리 결말을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를 보여준다.

하지만 공간적인 배경은 자주 바뀌지 않고 이야기 전개도 매우 빠른 편이라 쉴 새 없이 페이지가 넘어갔다.

마지막에는 나름의 반전도 준비되어 있어서 끝까지 책을 넘길 때까지도 긴장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선역과 악역을 맡은 인물들이 뭔가 한국 드라마에서 매번 봐왔던 것 같은 인물들이라는 점이 살짝 아쉽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 전개에 방해를 줄 정도는 아니었다.

SF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제목의 작품이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스릴러에 가깝다.

어려운 과학 용어나 상상력이 많이 필요한 설정은 없기 때문에 가볍게 읽을 소설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만족스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의 길이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라 영화나 짧은 드라마로 나와도 재미있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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