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무려 120년 전에 발표된 작품인데 지금까지도 인기가 많은지 계속해서 새로운 판본이 나오고 있다.
도서관에서 숱하게 지나칠 때에는 들춰볼 생각도 안 하던 책인데, 이번 판본에는 고양이 주제에 한껏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눈에 띄어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옷을 입고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표지의 고양이가 작품 속 고양이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작품은 허락도 없이 얹혀사는지라 이름도 없는 그냥 '고양이'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문학은 물론 역사와 문화까지 인간 사회에 대한 상당한 지식수준을 자랑한다.
그래서 얹혀사는 집안에 드나드는 자칭 지식인들의 대화를 엿듣고 건방지게 이런저런 평론을 하는 것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600페이지 중반으로 꽤 두꺼운 책인데, 신기하리만큼 큰 사건사고가 없다.
고양이의 주인이 별 볼 일 없는 교사인데다 드나드는 사람들도 그다지 사회적 영향력이 크다고는 할 수 없는,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작품 중반까지 집주인 이웃에 사는 부잣집 딸과 집주인의 제자가 결혼을 하냐 마냐 하는 걸로 입씨름을 벌이는데, 이 과정에서 부잣집 안주인의 유달리 큰 코가 대화의 주된 내용이 될 정도다.
주인도 그렇고 주인 친구들도 그렇고 나름 먹물 좀 들었다 하는 사람들이라서 만날 때마다 자신들만의 인생철학을 논하는데 고양이는 이 내용을 용케 알아듣고 모조리 비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