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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만든 책 25 - 어떻게 하얀 고래, 콩코드 호숫가, 피곤한 블루스는 미국의 정신을 형성했는가
토마스 C. 포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받아 나올 때마다 느끼는데,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기능을 하는 건물과 제도가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약간의 수고만 들이면 부족하지 않은 책들과 만나 지적 욕구와 무료함을 채울 수 있는 매우 좋은 컨텐츠를 접할 수 있다. 유명한 경영자들도 도서관에서 꿈을 키웠으며 또다른 꿈을 가진 이들에게 유용함을 물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밝은 미래를 예측해 볼 수도 있고, 즐거운 상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 미국을 만든 책 25>(RHK, 2013)에 등장하는 도서들도 도서관에 서가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기다리며 희망을 줄 생각에 행복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책을 소개하며 100% 좋은 내용이라 주장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매우 유명하니 꼭 읽어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어떠한 사유로 그 책에 담긴 어떤 철학적인 면 때문에 미국에 긍정적 또는 부정적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처음 언급한 <프랭클린 자서전>의 경우는 오히려 프랭클린에 대해 객관적, 비판적으로 그렸다. 연초에 선물로 생각할 수 있는, 고급 프랭클린 다이어리. 하루에 지켜야할 덕목이 적혀있어 윤리적인 삶을 목표로 하는 생활은 모두가 꿈꾸는 이상이다. 그런데 이런 덕목들에 대한 헛점과 가식적인 내용을 언급해 의아함을 주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빠짐없이, 성실, 겸손, 금욕 등의 인간이 지켜야할 항목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서술했다는게 저자의 주장인데, 설득력이 있다. 타이트해 보이지만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 놓았다는게 요지인데, 각 의무사항들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혹자들이 이 리스트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나도 이런 표면적인 태도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고상한 모습에 대한 동경일 뿐이지 실제로 지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오히려 이 항목을 지키는 것은 일반적인 생활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덕목을 행하는 건 매우 쉽고, 애매한 표현으로 되어있는 항목은 의무적으로 딱 떨어지는 사항이 아니라 안 지켜지는 듯 하면서도 만족시키는데 문제가 없다. 어찌됐든 개인적으로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사용하지도 않고 누구에게 권하지도 않는다. 전혀 좋다고 생각하지 않고 내가 쓰지도 않으면서 홍보성 문구에 휘둘려 구매하는 일은 어리석다.
<분노의 포도>는 유년시절에 읽은 몇 안되는 미국 소설이다. 이 책이 저자가 선정한 25권의 도서에 속한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읽은 책이 눈에 들어온다는 건 그동안 책을 읽은 것에 대해 보상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분노의 포도>가 긍정적인 내용은 아니고, 재미를 주는 것도 아니라 인기를 누리기에는 부족하지만, 미국의 시대상황과 반복되는 부조리를 여실히 드러낸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그 책을 읽은 당시에는 경험도 부족하고 어렸기 때문에 매우 부정적인 느낌으로 책을 덮었던 기억이 난다. 구조적으로 침탈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처할 방법이 없는 무기력한 상황은 혼란을 주기 충분했다.
[이 소설은 이주 노동자 캠프의 조건들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했다. 소설 출간 후 수십 년이 지난 뒤에야 세자르 차베스의 농업노동자연맹이 이주 노동자들을 성공적으로 조직하여 농장주들과 합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314p
최근 또 값싼 수입 고기로 인해 양돈 농가가 망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그들은 평생 일구어 놓은 터전을 잃고 주인이 아닌 소작인의 위치로 다시 그 일을 하게될지도 모른다. 생산은 기쁨으로 이어져야하는데, 착취의 도구로 전락한는 현실이 안타깝다. 도시가스 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에 한국도시가스 주식의 매매가가 상승하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나는 세상에서 기대할 건 없어보인다. 부조리함에 대한 신고, 고발은 좋은 영향을 주긴 하지만 미미한 결과로 사그라지기도 한다. 사회의 어두운면을 드러내 정화시키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소설가들에 대해 다시한번 존경심이 생겼다.
이 외에도 주홍글씨나 월든이 눈에 띄었다. 미국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은 만큼 굉장한 고전이라 할 만한 책은 없어보였는데, 흥미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위대한 개츠비도 순위권에서 모습을 드러냈으며, 저자의 날카로움에 노출되었다. 세계문학에서 미국소설은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잘 몰랐던 도서들을 재조명하는 기회로 이 책을 읽는다면,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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