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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스펙하라 - 바탕지식을 갈구하는 2030세대를 위한 기초 인문학 강의
신동기 지음 / 티핑포인트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경제경영 열풍이 가시기도 전에 인문학이 일어나 주변은 경영, 부자, 인문학이 뒤섞여진 혼란한 상태에 놓여있다. 다들 부자가 되려는 노력을 하기 위해 경영 서적을 파면서 부자가 된 방법을 익히는 가운데 창의성도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인문학 도서도 빠뜨리지 않는다. 최근에 나온 < 인문학으로 스펙하라 >(티핑포인트, 2012)는 제목부터가 인문학을 모독하는 듯 하다. 고전도 읽고 고상하게 심신을 달래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을 주는 제목이다. 저자나 출판사가 어떤 생각으로 제목을 이렇게 지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위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를 좀 아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좀처럼 인문학 도서로 느끼기에는 제목이 너무도 이질적이다. 제목만 보면 고전을 섭렵하여 면접에서 임원진들과 공자와 소크라테스의 철학을 논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그런 생각으로 책장을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강의 때 가끔 인문학은 '김연아의 스케이팅 인문학'이 아닌 '소녀시대의 노래방 인문학'이어야한다고 말한다. ~중략~ 그러나 소녀 시대가 노래를 부를 때는 다르다. 소녀시대가 노래를 부르면 10대들은 TV 앞에서 소녀시대를 따라서 한다.] 88~89p
사실 여기 까지 읽을 때까지는 저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예상된 내용이 나오지 않아 의아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교과서에서 배운 죽은 내용이 아닌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인문학을 말하고 있다고 바로 알 수 있었다. 피겨 스케이팅은 따라할 수 없다. 물론 꿈나무들이 연습하고 있지만, 손에 꼽을 만큼만 그 뒤를 잇게 된다. 그러나 소녀시대의 노래는 아무리 음치라도 다같이 또는 혼자서 흥얼거리며 즐길 수 있다. 이 책은 스펙으로써의 인문학 습득 기교를 알려주는게 아니라 실용적으로 적용하고 평소에도 생각할 수 있는 인문학을 말한다. 제목이 너무 맞지 않아 이 책을 고르지 않을 독자들이 많을 것 같아 안타깝다. 딱히 다른 제목이 떠오르진 않지만 '스펙하는 인문학'은 아닌 것이다. 스펙하고는 오히려 거리가 멀고 인문학에 벽을 높게 생각하는 이들에게 접근 장벽을 낮추기 위해 편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저자의 인문학 강의 테마 소개로 인문학 비전공자가 접할 수 있는 용이한 소재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도서 중간에 가상의 하루를 소개하는데, 여러 브랜드가 등장하며 이게 뭘 말하려는 거지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넥타, 나이키, 아카디아, 베스타, 시셍도, 헤라, 올림푸스, 캐논, 오라클, 고르디우스, 카론, 사마리아인, 아마존, 샘소나이트, 칼립소, 크로노스, 하이페리온, 머큐리, 타이탄, 그레이스, 아수라, 멘토, 세이렌, 메두사, 제피로스, 에르메스, 포세이돈, 로미오와 줄리엣, 밀레의 이삭 줍기, 아바타, 세라, 박카스, 아크로폴리스, 프로메테우스, 에피메테우스, 디오니스 까지. 인문학을 하면 이런 브랜드를 가질 수 있고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걸로 오해하게 만드는 전개도 있다. 그러나 뒷부분을 보면 이런 브랜드 이름이 고전에서 유래했으며, 고전의 의미가 현재 브랜드에 고스란히 담기길 바라는 판매자들의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대부분 그리스 로마신화에 해당하는 내용이 많지만, 불교관련 용어나 성경에 등장한 단어들도 있다.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동차 이름에서 가전제품, 심지어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고전에서 등장하는 단어들이 쓰이지 않은 곳이 없다. 이게 어찌보면 실생활과 밀접한 인문학이며, 인문학과 공존하는 생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누구나 고전에 등장하는 인물로 된 제품을 쓰고 이름을 짓고 그 의미를 생각하며 제품을 이용한다.
[또 하나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잘못된 오해 중 하나는 인문학 하면 대부분이 동양철학을 떠올리고, 또 어떤 이들은 동양철학이 인문학의 대부분인 양 생각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점잖은 기성 한자 세대들이 후세들을 세뇌한 영향 때문이다.] 231p
저자는 서양 철학을 더 많이 소개하는 편에 속한다. 오히려 동양철학을 인문학의 극히 일부분이라 주장한다. 누가 옳다고 말하기 보다는 각각의 관점을 인정하면서 도서의 마지막장을 넘겼다. 인문학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말하며, 그가 전공을 전환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인문학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는 착각을 바로 잡아 준다. 직접적으로 고전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은 적으나 그런 것들을 접할 수 있도록 쉬운 책부터 읽으라는 조언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겠다. 제목을 보고 선입관만 갖지 않는다면, 책을 읽는데 무리가 없겠다. 그리고 인문학으로 나아가 '소녀시대의 노래방 인문학'으로 보편화되는 것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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