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이탈 - 불가능 속에서도 누군가는 성과를 낸다
제리 스터닌.모니크 스터닌.리처드 파스칼 지음, 박홍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개천에서 용난다"는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하지 못한 부모에게서 훌륭한 인물이 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지난 몇 십년 전에는 국내에서 이런 사례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소득 격차가 커지고 이로인한 교육 환경의 차이는 좁힐 수 없는 간극을 만들었으며, 점점 심화될 예정이다. 물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예외가 발생하긴 하지만 점점 확률이 낮아지고 있다. 블랙스완의 경우 처럼 매우 희귀한 경우가 발견되더라도 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 긍정적 이탈 >(RHK, 2012)을 보고 약간의 희망을 찾을 수 있어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열악한 상황에서 비교적 좋은 조건을 가진 표본을 연구해 주변으로 확산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어떤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학업이나 재산 수준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건강과 관련되는 것이므로 조금 더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몹시 가난한 환경에서도 영양상태가 좋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원봉사자들은 이 발견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리했다. 마을에서 가장 못하는 집에도 영양상태가 좋은 아이가 있다면 이웃의 가난한 다른 아이들도 영양상태가 개선될 여지가 있었다.] 53p
도서에서 소개하는 사례들은 앞서 말했듯이 '개천에서 용나는' 상황으로, 열악한 상황에서 영양상태가 좋은 케이스를 연구해 전체에 적용하는 것이다. 영양상태가 좋은 아이들의 집을 방문해 식사라던가 생활패턴을 관찰하고 원인을 찾아내는 형태로 진행되어 과정이 매우 재미있었다. 더 즐거웠던 것은 연구의 성과가 있어서 연구 대상 국가였던 베트남 아이들의 90% 이상이 영양상태가 개선되었다는 것이다. 저자가 쾌재를 부르고 베트남을 떠나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또 다른 숙제를 남겼다. 그곳에서 찾은 '긍정적 이탈'은 매우 쉬운 케이스로 성과 측정도 몸무게를 재기만 하면 되는 굉장히 간단한 평가이고 정치, 사회, 종교 문제와 마찰이 없는 영역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문제들은 무엇이 있을까를 상상하면서 계속 읽어 나갔다.
[할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주된 근거로 여자아이의 처녀성을 지키고 여성의 성생활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대다수 여성도 순결과 명예, 혼인 등 사회적 의무를 다하기 위해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통적으로 남자들은 할례를 받지 않은 여자와는 결혼하지 않기 때문이다.] 87p
상당히 유쾌한 해결 이후 난감한 주제로 넘어가 당황했다. 이집트 여성의 할례. 이는 그 나라의 문화, 전통과 관습을 이해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위생이라던가 금기시 하는 종교적인 전통이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사례이다. 굉장한 권력자가 명령 등으로 금지 시키면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지만, 구조적이나 통념적으로 상황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설득을 하러 간 저자도 문화권이 달라 민감하고 드러내기 꺼려하는 일에 대해 접근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친밀감을 조성하기 위해 식사를 함께하고 대화를 시도했다. 그들은 이를 통해 마음을 열었고, 감춰진 이야기들을 꺼내놓아 상처를 치유하기 시작했다.
개방적인 국가에서는 공석에서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어 오히려 당당해진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숨기다가 계속 상처로 이어진다. 보통 10대 초반에 이루어지는 할례는 사전 설명 없이 강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척들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성격 파탄이나 성적 장애로 까지 이어지는 안 좋은 관습이 이어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이에 적절히 대응하여 반대하는 그룹을 만들었으며, 지속될 수 있도록 자리를 잡게 해 놓았다. 어떻게 보면 종교나 다단계와 유사하여, 이들이 주변으로 긍정적 일탈을 확산시키도록 한다. 이밖에도 질병이나 경제적인 일탈을 더 보여주는데, 리눅스 등의 오픈소스와 관련된 내용도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자못 어울리지 않는 단어(deviance, 일탈)가 쓰인것 같다. 교정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 같지만, 기존 기준에서는 명확히 일탈이므로 시선의 차이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관례적이고 효용성이 없는 전통을 인습이라 한다. 인습에 의해 소모적이거나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것들은 없어져야 한다. 긍정적 일탈을 통해 더 건강해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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