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 단편선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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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자녀 독서지도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을 때 책을 전집으로 사주는 것보다 한 권 한 권 사주는 것이 더 좋다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전집은 아이에게 독서에 대한 흥미를 주기 보다 집안의 인테리어가 될 수 있고, 그때 그때 사주는 한 권의 책이 흥미를 더 유발시킬 수 있고 읽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푸른숲 주니어에서는 고전 책들을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한 권 한 권 출간을 하고 있다.

시리즈 명칭처럼 징검다리식으로 출간되고 있다.

43번째 책으로 톨스토이 단편선이 출간되었다.

1권부터 43번까지의 책 중 읽고 싶은 책을 한 권 한 권 읽는 것이 고전 독서에 더 효율적이고 유익하리라 생각된다.

우리 집 책장에는 데미안, 야간비행, 도련님, 멋진 신세계, 톨스토이 단편선 책이 있다.

 

톨스토이 단편선은 전쟁과 평화, 부활, 안나카레니나로 유명한 대작가 톨스토인의 단편 소설들을 모은 책이다.

이 책에는 톨스토이의 단편 소설 11편이 담겨져 있다.

 

톨스토이 단편 11편을 모두 읽어보니 공통적인 메시지가 느껴졌다.

그것은 탐욕에 대한 경계,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삶, 용서와 화해, 긍정적인 마음자세, 기독교 신앙이었다.

각기 다른 스토리들을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과욕으로 인한 불행과 몰락을 보여주고, 증오와 미움으로 인한 불편한 관계가 삶을 피폐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속에서 어쩌면 바보같을 수도 있지만, 무욕, 용서, 화해, 긍정 그리고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포용적 자세가 오히려 행복을 가져온다는 메시지를 톨스토이는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것으로 느껴졌다.

11편의 단편소설 모두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스토리들이었으며, 한 편 한 편을 시간이 나는대로 또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는다면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좀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주면서 마음에 작은 힐링과 교훈을 주는 읽기 편안한 소설들로 보였다.

 

1편 일리야스는 평범했다가 부자가 되었다가 다시 가난해진 부부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그 과정에서 느끼는 행복과 불행의 변화를 보여주었다.

일리야스 부부는 풍족해졌을 때 잠시 행복해졌지만, 지나친 풍족함은 불행을 불러들였고, 오히려 풍족함이 사라진 어쩌면 조금 가난하지만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최고의 행복을 느꼈다는 이야기이다.

부자였다가 몰락하여 머슴살이를 하고 있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일리야스 부부의 이야기는 재산의 풍족함보다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행복이라는 것은 수레바퀴처럼 돌고 도는 것인가 봅니다.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니까요.(p.13)"

 

2편 작은 악마와 빵 한조각은 스토리는 일리야스와 다르지만, 교훈은 비슷했다.

평범할 때는 착했지만, 풍족해지니 악해지는 농부들의 이야기였고, 술로 인해서 망가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3편 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는 어느 구두장이의 이야기이다.

일찍 아내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아이들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난 구두장이는 신이 허락해 준 목숨대로 신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다.

어느날 사과를 훔친 아이를 본 구두장이는 그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용서를 한다.

"신은 죄를 용서하라고 일렀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죄를 용서받지 못해요. 어떤 사람이라도 용서해 주어야 해요. 철없는 아이라면 더욱더 그렇지요.(p.47)"

구두장이가 아내와 아이들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는 불행을 겪은 후 신을 찾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실제로는 그리스도였다.

그리스도는 구두장이를 찾아왔고, 구두장이는 그 분을 성심으로 모셨던 것이었다.

신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4편 바보이반은 이기적이고 욕심많은 두 형과 그 아래에서 바보처럼 살아가는 이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반을 바보라고 하는 것은 욕심이 없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삼형제를 이간질 시키려는 도깨비들은 욕심 많은 두 형을 망하게 하지만, 욕심없이 순수하게 살아가는 이반을 망하게 하지는 못한다.

이야기 후반부에서 이반이 다스리는 국가의 백성들은 머리가 아닌 손과 등으로 일한다고 한다.

육체노동이 더 가치가 있다는 암시하는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더 심오한 해석이 필요한 것 같았다.

잔머리를 동원하여 욕심과 이기심을 채우려고 머리를 쓰는 것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5편 아이가 어른보다 지혜롭다 편에서는 아이들의 문제로 다투는 어른들은 계속 그 다툼을 이어가지만, 아이들은 그 다툼을 금방 잊어버리고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오순도순 살고 있는 이야기 속에서 아이들이 더 지혜롭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우리는 일상 생활속에서 불필요한 다툼과 갈등에 매달리면서 지혜롭지 못하게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일깨워주려주는 이야기로 보였다.

 

6편 촛불에서는 용서와 화해를 다루고 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라고 하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앙갚음하지 마라. 누가 오른 뺨을 치거든 왼뺨마저 돌려대고... 마테오의 복음서 제5장 38절∼39절.(p.113)"

농촌에 마름이라는 지주가 부여하는 직책이 있었다.

마름은 농부들이 부역으로 일하는 농장에서 관리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날 농부 출신의 미하일이 새 마름으로 임명이 된다.

마름이 된 미하일은 농부들을 괴롭히고 학대하기 시작하고, 농부들은 미하일을 죽이기로 결정을 했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못한다.

농부들 간에는 고통과 갈등만 높아지고, 농부들은 미하일을 저주하기 시작한다.

결국 농부들의 저주 속에 미하일은 죽는다.

"미하일이 죽은 후 지주는 이야기를 모두 듣고 난 뒤, 농부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키지 않고 소작료만 바치게 했다. 농부들은 비로소 신의 힘은 악을 악으로 갚는데 있지 않고, 착한 일 가운데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p.130)"

 

7편 불은 놓아두면 걷잡을 수가 없다는 서로 헐뜯고 미워하고 욕심부리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이다.

"앙갚음일랑 싹 잊어버리고, 일이나 열심히 하려무나. 사람에게 앙심을 품지 마라. 그러면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것이다. 앙심을 품으면 품을수록 더욱더 나빠질 뿐이야.(p.140)"

불은 놓아두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것처럼 사람간의 불도 적당할 때 꺼야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이다.

"설사 누가 그에게 나쁜 짓을 하더라고 앙갚음하려 하지 않고,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도록 바로잡아 주려고만 하였다. 설사 누군가가 그에게 나쁜 말을 하더라도 표독스럽게 대꾸하려 하지 않고, 다음에는 그런 말을 입에 담지 않도록 가르치려 노력하였다. 그리하여 이반은 이전보다 한결 더 잘살게 되었다.(p.162)"

용서와 화해를 강조한 이야기이고,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한 이야기였다.

 

8편 달걀만한 씨앗과 9편 대자도 용서와 화해를 강조한 이야기였다.

"옛날 사람들은 신의 뜻을 좇아 살아사옵니다. 오로지 제 것을 가질 뿐이었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았습지요.(p.168)"

대자에서는 악은 악으로 없앨 수가 없고, 악을 몰아내면 몰아낼수록 더더욱 불어난다는 메세지를 주었다.

"신께서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자비를 베출어 주셨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헛되어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기쁨 속에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데도 말이다.(p.199)"

 

10편 예멜리안과 빈 북은 긍정적인 마음 자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예멜리안으로부터 아내를 빼앗으려는 왕은 예멜리안에게 말도 안되는 여러 지시를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장한 예멜리안을 이겨내지는 못한다.

어떤 어려운 일에 대해서도 그 불가능을 극복하고 일을 해내고 만다.

물론, 소설 속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도 있다.

"당신은 일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말아요. 이제 어느 정도 했을까,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하고 뒤를 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보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아요. 그저 일만 해요. 그러면 시간 안에 다 끝낼 수 있을 테니까요.(p.206)"

예멜리안에게는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아내가 있었기에 그 모든 불가능을 가능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너무 뒤돌아보거나 앞을 내다보는 것이 의미 없음을 일깨워주는 것으로 느껴졌다.


11편 노동과 죽음과 병은 인간의 욕심과 다툼이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을 풍자해주는 이야기이다.

신은 처음에는 인간에게 편안함만을 주었는데, 인간들이 감사하기보다는 저주하면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 노동을 주고, 죽음을 주고, 병을 주었다고 한다. 

근래에 와서 인간은 노동, 질병, 죽음이 주는 가치와 위협을 깨닫기 시작했다면서 짧은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톨스토인 단편선에서 다루어진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기독교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어떤 이야기는 동화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소설같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짧은 연설문 같기도 한다.

그 속에 담겨진 교훈은 무욕, 순수, 긍정, 용서, 사랑, 화해를 담고 있다.

위대한 작가의 소설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서 책 첫 페이지를 넘겼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톨스토이의 단편소설이 절대 어렵지 않음을 실감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동화같은 이야기 속에서 큰 교훈을 주는 작가의 필력이 위대하다는 것을 느꼈다.


책 마지막에는 현직 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쓴 톨스토이 단편서 제대로 읽기 가이드가 실려져 있다.

현직 국어교사가 전하는 톨스토이 소설의 해석과 톨스토이의 인생이 기술되어 있다.

그래서, 톨스토이라는 작가를 이해하고 그의 소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소설과 해석이 잘 어우러져 있는 책 구성이 흥미적인 부분과 교육적인 부분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책이다.

어서 아이들에게도 읽어보라고 권유해야겠다.


※ 톨스토이 단편선 독서후기 포스트는 푸른숲주니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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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15: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윤 2017-12-14 22:49   좋아요 0 | URL
좋은 부모이시네요. 톨스토이에 소설에 이렇게 많은 교훈과 가르침이 있는 줄 이번에 알았답니다. 아이와 함께 읽기에 좋은 소설들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