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 ㅣ 푸른숲 작은 나무 10
유은실 지음, 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12월
평점 :
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
책 표지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마술을 부리는 할머니 같기도 하고, 선행을 베푸는 할머니 같기도 하고,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데려갈 것 같은 할머니 같기도 하고, 말썽꾸러기 아이들에게 무서운 할머니 같기도 하고, 심술을 부리는 할머니 같기도 하다.
책 표지를 봐서는 뭔가 범상치 않은 할머니임에는 분명한데, 어떤 할머니인지 예상이 되지는 않는다.
책 속으로 들어가서 마고할미의 정체를 알아봐야겠다는 호기심이 생긴다.
이 책의 저자 이력을 보니 '만국기 소년'이라는 작품이 있었고, 이 책으로 한국 어린이 도서상을 받았다고 한다.
'만국기 소년' 책을 나는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아이는 읽어본 책이라고 했다.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 책도 유명한 실력있는 작가의 책이라 생각되었다.
아이는 자신이 읽었던 책의 저자가 쓴 신간도서라서 책에 관심을 가졌다.
아이와 함게 강원도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 날 저녁에 침대에 함께 엎드려서 책을 읽었다.
절반 정도는 내가 읽어주었고, 나머지 절반은 책장을 넘기면서 함께 눈으로 읽었다.
어떤 페이지는 아이의 읽는 속도가 빠르고, 어떤 페이지는 내가 읽는 속도가 빨랐다.
전반적으로 아이가 읽는 속도가 빠름을 느꼈고, 열심히 책을 읽는 아이의 모습에 흐뭇했다.
마고할미의 정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었다.
어느 날 살림을 도와주기 위한 할머니가 집으로 왔다.
이 책의 화자인 초등 여학생인 윤이의 아빠는 공무원이고, 엄마는 웨딩플래너이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의 모습은 이미 내가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에 매우 익숙하다.
엄마는 집안 살림이 서투르고, 오히려 아빠가 능숙하고, 엄마와 아빠는 항상 바쁘다.
하지만, 아빠는 이제 집안 살림보다는 바깥일에 더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이 맞벌이 세대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가사도우미가 바로 할머니이다.
가사도우미로 온 할머니는 윤이네 가족들에게 세 가지 주문을 한다.
"내 방에 들어오지 말 것, 집안일은 내 맘대로 한다는 것, 책 읽어달라고 하지 말 것"
그다지 부담이 되거나 따르기에 어려운 부탁은 아니었다.
할머니는 가사의 신이었다.
혼자서 요리, 청소 등의 가사 활동을 완벽하게 해낸다.
첫날 아침부터 반찬을 열한 가지를 만들어서 아침밥상에 차려 놓고, 지저분했던 집을 반짝반짝 윤이나게 만들어냈다.
반찬도 얼마나 맛있는지 윤이가 학교에서 먹는 급식이 싫어질 정도이다.
요리 잘 하고, 집안 살림 정리 잘 하고, 밥과 과일을 잘 챙겨먹이는 모습이 꼭 우리 엄마 같기도 했다.
함께 책을 읽는 아이에게 "이 책의 할머니가 꼭 우리 할머니같다."라고 말하니 아이가 바로 동의를 했다.^^
가사 활동에 전지전능한 할머니에 대해서 윤이는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일을 완벽하게 하는 할머니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한다.
'마고할미'라는 책을 읽다가 할머니를 마고할미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윤이가 알고 있는 마고할미는 팔을 뻗으면 하늘에 이쓴 별에 닿았던 할머니이다.
윤이에게는 할머니가 꼭 마고할미 같았던 것이다.
할머니는 햇님과 달님 이야기, 견우직녀 이야기, 나뭇꾼과 선녀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 나름대로의 해석을 하고 있었다.
아이의 할머니에 대한 호기심은 계속 증폭되어 간다.
윤이는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한다.
마고할미의 방을 몰래 보고, 할머니의 정체를 알아본다.
물론, 그렇다고 윤이가 정확하게 할머니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다.
급기야 윤이는 할머니에게 자신이 할머니 방을 몰래 보면서 알게 된 내용을 물어보기까지 한다.
확인하고 싶었던 윤이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윤이가 할머니에게 할머니가 옥색치마를 입고 춤을 춘 모습을 본 것에 대해서 왜 그랬는지를 묻는다.
할머니는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고, 윤이에게 꿈을 꾼 것 같다고 말한다.
윤아는 할머니가 마고할미였다고 믿는다.
결국에는 사건이 벌어진다.
할머니가 집으로 온 지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할머니는 편지를 식탁에 두고 집을 나가버린다.
아마도 윤이의 질문 때문에 집을 나간 것 같다.
할머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집은 적은 반찬, 지저분한 살림의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야기는 이렇게 해서 끝이 난다.
결론이 명확하지 않고, 그 뒷 이야기를 여운을 주면서 상상에 맡긴다.
할머니는 왜 떠났을까?
감추고 싶었던 비밀이 그렇게 많았을까?
책을 다 읽은 후 아이와 나는 알 수 없는 결말에 조금은 당황하면서 서로 얼굴을 쳐다보면서 웃음을 지었다.
할머니는 윤이에게 옛 이야기를 해주면서 나름의 해석으로 매우 감성적인 메세지들을 들려주었다.
옛 이야기에 대한 할머니만의 감성적인 해석이 좋았다.
이 책에는 맞벌이 부부의 일상이 현실감있게 잘 드러나 있고, 가사의 신인 할머니의 능수능란한 모습 그리고 옛이야기와 그에 대한 할머니만의 해석이 매우 감성적이면서도 기묘한 모습을 표현되어 있다.
현실적인 공감과 신비감을 함께 주는 재미난 동화였다.
아직 나와 아이의 마고할미에 대한 대화가 끝나지는 않았다.
우리 아이의 생각을 다시 들어보며 이 책에서 보여주지 않은 결말을 우리만의 생각으로 만들어봐야겠다.
아이와 함께 재밌게 읽은 동화였다.
※ 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 독서후기 포스트는 푸른숲주니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