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을 착취하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빈곤을 착취하다 -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
휴 싱클레어 지음, 이수경.이지연 옮김 / 민음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빈곤을 착취하다'
책 제목에서 벌써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지적하는 사회 고발 서적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착취할 대상이 없어서 빈곤을 착취하다니...
정말 심하다.
세상이 강자는 약자에게 강한 것이 현실이지만, 약자를 착취하는 대상이 존재하는 사회는 정말 협오스럽다.
빈곤을 착취하다니 이 무슨 슬픈 현실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이 책의 부제목은 '서민을 위한 대출인가 21세기형 고리대금업인가, 소액 금융의 배신'이다.
책 부제목이 이 책의 목적과 결론을 대변하고 있다.
노랑색 책표지에 검정색 책 제목 글씨, 그리고 빨강색 소제목 글씨가 마치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경고 메세지를 주는 것 같다.
책장을 넘기기 전에 이런 사회 고발 서적이 또 한 권 출간되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휴 싱클레어는 소액 금융과 관련된 여러 단체, 은행, 펀드에서 십수 년간 일을 했고, 현재는 소액 금융 전략 및 포트폴리오 운영에 대한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소액 금융 분야에서의 업무 이력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저자의 풍부한 실전 경험을 토대로 소액금융의 폐해를 상세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알고 있는 소액금융에 대한 지식은 2006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무함마드 야누스와 그라민 은행이 빈민들에게 소액대출을 하여 빈곤퇴치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무함마드 야누스와 그라민 은행의 성공사례를 보면서 빈곤 퇴치에 가능성이 있고, 실제 저런 성공사례가 있다는 것에 놀란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06년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가 개발도상국이나 선진국이 되었다거나 잘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 이 책의 제목처럼 소액 금융은 과연 현실성이 없는 허상뿐인 정책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금융이라는 무기로 약자들을 착취하는 또하나의 부자들을 위한 수단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함마드 야누스와 그라민 은행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책은 소액금융의 현실을 상세하게 꼬집고 있다.
소액금융에 대한 비판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단체의 비판적인 시각을 근거로 제시하며 펼쳐진다.
소액 대출의 목적은 빈곤층의 자립을 돕기 위한 것인데, 실제로 이러한 목적이 실현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빈곤층 여성이 소액 대출로 재봉틀을 장만해 자립을 일군다는 포장에는 허점이 숨겨져 있다고 한다.
여성이 소액 대출을 받아가지만 그 뒤에는 대부분 남성이 있는데, 이는 여성이 대출 승인을 받기 쉽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액 대출을 받은 여성은 자립을 위한 도구를 장만하는데 돈을 지출해야하는데 실제로는 다른 대출금을 갚거나 일반적인 소비 활동에 돈을 지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목적과 효과를 상실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가 소액 대출인 것이다.
소액 금융의 90%는 창업 지원이 아니라 당장의 소비를 위해 쓰인다는 금융 기관의 보고도 있고, 가처분 소득이 1달러 늘어날 때마다 그 돈이 투자에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심지어 음식이나 주거에 사용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는 MIT대학교 빈곤퇴친연구소의 보고도 있다.
소액 금융의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만들어 낸 무함마드 야누스도 "나는 소액 대출이 또 다른 종류의 고리대금업을 만들어 낼 줄은 상상도 못했다.(p.39)'라는 표현을 하였다고 한다.
'빈곤층 대부분은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소액 금융을 주도하는 기관들은 가난한 이들의 주머니에서 대출 이자로 수십억 달러를 짜내면서도, 몇 안되는 성공적인 토마토 노점상의 사례를 홍보자료에 보란 듯이 실어 자신들의 고리채를 정당화한다.(P.43)'
타임에 실린 기사 중에는 '지금까지 드러난 것으로 본다면 소액 대출이 그 이용자들의 빈곤한 삶에 미친 평균적 영향은 기껏해야 제로이다'라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멕시코, 모잠비크, 네덜란드, 나이지리아, 몽골, 니카라과,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서 일하면서 실제 경험한 세계 각지의 소액 금융의 문제점들을 상세하게 이 책에 기록하였다.
'그저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정한 조건, 공정한 이자율로 소액 대출을 제공하는 방법도 있지지만, 그렇게 되면 누군가는 지금처럼 많은 돈을 벌지 못한다. 민간 부문도 지금처럼 열심히 자금을 공급하려 들지 않을 것이다. 소액 금융 부분에 700억 달러가 걸려 있는 이유는 순전히 이윤 때문이다.(p.364)'
책 후반부에는 소액 금융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소액 금융 펀드를 위한 조언, 윤리적인 소액 금융 기관의 경영진을 위한 조언,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부과하는 소액 금융 기관 경영진을 위한 조언, 규제 당국을 위한 조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 소액 금융 내부 고발자들을 위한 조언이 담겨져 있다.
각각의 해당 대상자들에게는 소액 금융에 대한 주옥같은 조언이라 생각되었다.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를 부과하는 소액 금융 기관 경영진을 위한 조언은 대단히 짧다.
"그 곳을 그만두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조언은 대출을 받기 전에 적어도 두 번은 생각하고, 소액 금융 기관의 항의 절차를 알아보고, 소비성 대출을 받지 말고,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협박을 당하면 항의하거나 규제 당국과 언론을 알아보고, 대출금을 갚기 위한 대출은 절대 받지 말라는 것이다.
책 마지막 부부넹 있는 소액 금융 비행기 이론 고급편이 흥미롭다.
빈곤한 사람들을 위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두 단계 방법을 설명해주고 있다.
1단계는 기부하고 싶은 돈의 20%를 토요일 저녁 6시에 해당 마을 상공에 던진다. 그러면, 남자들이 싸움을 해서 그 돈을 주워 술에 취한다.
2단계는 일요일 아침 7시 같은 지역 위에 나머지 80%의 돈을 던진다. 그러면, 깨어 있는 여자들이 그 돈을 주워 좀 더 유용한 곳에 쓴다.
남성과 여성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고가는 점이 없지는 않지만, 효율성과 효과성을 고려한 대안을 제시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결론은 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소액 금융의 혜택을 주어야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라 해석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역시 자신의 노동을 통해서 돈을 축적하는 것이 최선이다.
내 노동의 가치를 높이는데 전념하는 것이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가장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액 금융과 같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삶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내가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고, 서민금융에 큰 관심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 책이 전달하는 메세지 정도만을 수용하였고, 이 책 전반의 내용을 이해하고 수용하지는 않았고, 그렇게 하려 하지 않았다.
이 책의 출판사는 민음사이다.
민음사이기 때문에 이 책의 출간이 가능하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빈곤층의 삶의 질 개선 분야에서 일하는 금융권 종사자, 사회운동가, 공무원, 정치가들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목적으로 실시하는 정책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아야 하고, 그에 대한 감시와 관리가 필요함을 다시 느낀다.
※ 빈곤을 착취하다 독서후기 포스트는 알리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평가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