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눈물 -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던 제주의 역사 4.3 사건
이규희 지음, 윤문영 그림 / 내인생의책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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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제주에는 슬픈 역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제주 4·3 사건이다.

'한라산의 눈물'은 제주 4·3 사건으로 인한 제주도민의 눈물을 상징하는 문장이다.

제주 4·3 사건이라는 명칭에서 사건이라는 표현이 적합한 표현인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제주에 있는 제주 4·3 평화공원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확인해보니 그 곳에서는 4·3 사건으로 표현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EBS의 어느 동영상에서는 제주 4·3 항쟁이라고 표현을 하고 있었다.

사건과 항쟁 중 어느 것이 정확한 표현인지는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제주 4·3 평화공원에서는 사용하는 4·3 사건이라는 명칭이 현재로서는 공식 명칭으로 생각된다.

'한라산의 눈물' 책에서도 제주 4·3 사건으로 표현을 하고 있다.


몇 년전에 제주여행을 갔을 때 4·3 평화공원에 다녀왔었다.

내게는 평화공원이라기 보다는 제주 4·3 박물관이라고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 다녀온 제주 4·3 평화공원이 떠올랐다.


이 책은 1947년 3월 1일부터 시작되어 1954년 9월 21일까지 무려 7년 6개월 동안 이어진 제주의 아픈 역사를 바탕으로 쓴 역사동화이다.

어린이들이 주요 주인공으로 등장하여 어린이의 관점에서 본 내용을 중심으로 기술되었다.

작가의 스토리 전개에 창의력이 일부 반영되었지만, 책 전반의 내용은 아이들에게 역사를 알려주고 역사에 대한 깨우침을 주고자 하는 논픽션 역사동화이다.

상당히 사실감있게 기술된 역사동화이다.


아이들이 바다에서 즐겁게 물놀이를 하며, 문어와 소라 등 해산물을 직접 잡아서 구워 먹으며 즐겁고 평화롭게 살던 마을에 갑자기 불행의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어떤 일이 펼쳐질지 아는 나로서는 책 속의 아이들에게 닥칠 불행에 벌써 걱정이 되었다.


사건의 시작은 3·1절 기념식에서 경찰이 탄 말에 한 아이가 치이는 일로 시작되었다.

아이가 다치자 기념식에 모여 있던 군중들은 화가 나서 경찰에 항의를 했지만, 경찰은 사과를 하기는 커녕 화가 난 군중들을 시위대로 간주하고 발포하여 여러 명을 사살한다.

이 일로 인하여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에 제주도에서 무장봉기가 일어나고, 무장대는 경찰지서에 불을 지르고 경찰을 죽인다.

제주의 슬픈 역사의 시작이다.


어쩌면 서로간에 숨겨져 있던 갈등의 불씨가 사고 하나로 인해서 폭발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사과하고 이해하고 감싸안으면 될 일이 서로 미워하며 총을 겨누는 전쟁의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4·3 사건의 시작부터 진행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표현해주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책이기 때문에 정치와 외교적인 상황과 상호 정치적인 이념의 갈등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지는 않다.

사건의 시작과 진행에서의 내용에 촛점을 둔 책이었다.


한라산의 봉화에 불이 붙자 아이들은 불놀이를 하는 거라며 재미있어 한다.

하지만, 이것은 무장대의 봉기를 알리는 신호였다.

봉홧불이 불타는 것을 신호로 수백 명의 사람들은 경찰지서를 습격하여 경찰들을 죽인다.

그리고, 제주도 전역에서 미 군정을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난다.


제주도민의 미 군정 반대에 대한 여론은 대통령 선거에 그대로 적용되었다.

첫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에서 전국에서 제주도의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제주도민들 다수가 대통령 선거에 반대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리고, 제주도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이 진행된다.


육지에서 온 서북청년단(공산주의에 반대하는 청년 단체)과 경찰들은 무장대를 체포하고 토벌하기 시작한다.

이 토벌과정에서 이 책의 주인공 아이들은 많은 상처와 슬픔을 겪게 된다.

집에서 쫓겨나 도망을 가고, 가족들의 죽음을 보게 된다.

순수했던 아이들은 길을 가다가도 누가 따라오는 지 흘끔흘끔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낯선 사람을 보면 공포감에 도망을 치기도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미루는 원래 큰 배를 타고 먼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이 꿈이었다.

하지만, 4·3 사건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너무 무섭고 힘이 들어서 꿈을 모두 잊어버린다.


가족들을 잃은 아이들은 실의에 빠지지만, 실의에서 벗어나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와 다짐을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동화는 끝이 난다.

슬픈 역사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슬픈 동화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에는 슬픈 역사가 많이 있다.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과연 그 슬픈 역사에 대한 내용과 진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나도 그다지 많이 알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경제성장이라는 화려함에 가려진 슬픈 역사에 대한 공감이 필요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래서 이 책이 출간된 것 같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 만큼 정신적으로 문화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동화로서만 이야기가 끝난 것이다.

책 마지막에 두세 페이지 분량으로 제주 4·3 사건에 대한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정리해서 동화로서만이 아닌 역사교육서로서의 역할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4·3 사건에 대한 내용은 다른 책에서 더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슬픈 역사를 그린 어린이 역사동화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과연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그 슬픈 역사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아마도 어른들의 지도와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다양성이 필요한 시대에 다양한 역사적 관점에서의 여러 책이 출간되는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음에 다시 제주에 간다면 제주 4·3 평화공원을 다시 방문해보고 싶다.


※ 한라산의 눈물 독서 후기 포스트는 내인생의책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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