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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 지음, 안진환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1월
평점 :
불황의 경제학...
불황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일상용어가 되었다.
경기 불황, 취업 불황, 소비 불황...
노벨경제학상 폴 크루그먼 교수는 세계 경제의 불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진단하고 있을까?
"공황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황은 오래 계속될 것이다."
책 표지의 이 글이 결국 이 책의 결론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폴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프린스턴대학교 경제학 및 국제관계학 교수이다.
레이건 행정부에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1994년에 '아시아 기적의 신화'라는 논문에서 아시아 경제 발전의 기형성을 짚으며 한계가 올 것을 경고했는데, 1997년에 실제로 아시아에 혹독한 경제위기가 찾아들었다.
그리고, 2005년에는 부동산 거품이 미국의 경상적자를 메워주던 외국 자금의 상당 부분을 흡수해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킴으로써 2006년에서 2010년 사이에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예견했는데, 그것도 그대로 적중했다.
정말 대단한 경제학자이면서 예견가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불황에 대한 지식의 갈증보다는 폴 크루그먼 교수의 책에 대한 호기심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의 위대한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서문에서 폴 크르그먼 교수는 이 책의 목적은 '어떻게 이런 재앙이 일어날 수 있었는가, 어떻게 해야 피해를 입은 나라들이 회복할 수 있는가,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도표나 전문용어 사용을 피하고 쉬운 말로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
"핵심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커스 교수는 2003년에 경제 공황을 예방하기 위한 핵심 문제는 해결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어떤 핵심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는 것일까?
지금의 불황은 그럼 왜 지속되고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일까?
폴 크루그먼 교수는 "핵심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믿을 수 없을 만큼 독선적인 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폴 크루그먼 교수는 불황 시대의 경제학에 대해서 펼쳐나간다.
책 초반부의 공산권 국가의 변화에 대한 내용은 최근 우리 주변 국가의 역사를 다시 뒤돌아보게 했다.
10억의 중국 인구가 조용히 마르크스주의를 버렸다는 점, 그것도 덩 샤오핑이 그것을 주도했다는 점, 1990년대 초반까지 중국의 변화는 지식층에게 화젯거리가 되지 못했다는 점, 엄청난 숙청과 강제노동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후진성과 부정부패는 조금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치렀음에도 결국 중국은 돈이 최고의 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점..
소련의 붕괴와 해체는 자본주의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우월성을 증명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소련의 붕괴와 함께 소련의 지원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던 쿠바와 북한의 나약한 실체가 드러나고, 많은 급진적 운동 역시 소멸했다고 한다.
"자본주의는 지금 자신의 성공 때문만이 아니라 다른 그럴듯한 대안이 없다는 점 때문에도 확고부동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여러 단점과 문제점을 내포한 사상도 대안이 없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안이 없다면 최고로 치부되는 그 이데올로기를 따라야 하는 것인 것 같다.
베이비시팅 조합의 예를 들어 불경기를 설명해주는 부분은 정말 흥미로웠다.
조합의 쿠폰 한장으로 아이를 한 시간 맡길 수 있다.
아이를 돌보기로 한 부부는 아이를 맡기는 부부로부터 해당하는 시간만큼의 쿠폰을 받고 아이를 돌봐준다.
베이비시팅 조합 시스템이 잘 운영되려면 상당량의 쿠폰이 유통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운영이 그리 원만히 되지는 않았다.
외출 계획이 없는 부부는 나중을 위해 최대한 쿠폰을 모아두었고, 그로 인해 아이를 맡긴 부부들의 쿠폰은 그만큼 줄어들었다.
자신의 쿠폰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부부는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보고 싶어하며 외출을 꺼렸지만, 외출을 꺼리는 부부가 많아 쿠폰은 회전이 되질 않았다.
그럼,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이 상황의 문제는 쿠폰(현금)을 모으는 일에만 사람들의 신경이 집중되면서 실제 아이를 맡기는 시간(재화)의 소비가 현저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행한 조치는 쿠폰의 공급을 늘렸다는 것이다.
쿠폰 보유량이 늘어남에 따라 부부들을 좀 더 자주 외출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다른 부부의 아이를 돌볼 기회도 점점 많아졌다.
결국 조합원의 외출 빈도 증가와 베이비시팅 기회의 확대 성과를 얻은 것이다.
조합원의 보육 기술 향상도 아니고, 조합의 근본적이 개혁도 아니고 단지 쿠폰 공급량 증대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것을 실제 경제 생태계에 적용한다면 돈을 찍어내기만 해도 불황과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황의 해결책은 통화 공급 증대일까?
그러나,그것은 그리 간단치가 않았다.
국가는 베이비시팅조합 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떤 복잡한 시스템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은 모델을 이용하는 것이다."
"비즈니스 사이클 상의 불황은 한 경제의 근보적이 강점이나 약점과는 거의 혹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튼튼한 경제에도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베이비시팅 조합의 사례가 그것을 보여준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나라의 거시 경제학을 다루고 있다.
일본, 멕시코, 아르헨티나, 태국에 대한 내용이 기술되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내용도 다른 나라의 경제를 설명하면서 중간중간에 가끔 나온다.
경제학이 어려운 학문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쉽게 기술했다고 하지만 세계 경제학은 역시나 어려운 학문이었다.
각국의 경제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하기에는 좀 어려웠다.
아마도 내 경제학적인 지식이 부족하고, 아직은 내가 글로벌 경제 생태계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에 대한 내용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은 일본은 많이 모방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도 우리에게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철저하게 모방을 한 상황에서 그 모방이 주는 폐해를 피해나갈 혁신을 창조하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블황 경제학이 돌아온 것은 경제에서 수요 측면의 실패가 세계 번영에 뚜렷한 제약이 되었다는 것이다.
가용 생산력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민간 소비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급중시 경제학은 어리석은 아이디어들을 조합해놓은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원칙적으로 총수요의 부족은 실업이 발생해도 임금과 물가가 급락하면 저절로 치유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경기가 후퇴해도 물가급락이 일어나지 않는데 그 이유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고 한다.
폴 크루그먼 교수가 이 책의 말미에서 말하는 비상상황에 대한 대처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신용경색 완화이다.
둘째는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을 요약한다며 역시 경제학은 어렵다는 점과 국가의 경제는 복잡하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졌지만, 폴 크루그먼 교수를 통해 세계 경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책일 것 같다.
※ 불황의 경제학 독서 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세종서적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