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 백 마디 불통의 말, 한 마디 소통의 말
김종영 지음 / 진성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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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 중에 하나가 말 잘하는 능력이 아닐까?
물론, 사람들이 갖고 싶어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많은 돈, 높은 명예, 강한 권력, 탁월한 지식 그리고 뛰어난 언변술...

물론, 그런 것들을 갖기 위해서 가장 밑바탕이 되는 것은 건강, 가족, 인품, 친구이다.

건강, 가족, 인품, 친구가 없고서 돈, 명예, 권력, 지식, 언변이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사회 생활을 하면서 말을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말을 잘 하면 지식 수준이 높아보이고, 명예와 돈 그리고 권력도 살짝 따라오기도 하는 것 같다.

특히, 요즘처럼 프레젠테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는 말 잘 하는 능력은 세상을 잘 살아가기 위한 강력한 무기 중의 하나일 것이다.


'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책 제목에서부터 뭔가 나의 말하는 능력에 대한 약점을 저자가 알고서 질문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내 말하는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내 말하는 실력은 중간정도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리 아주 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말을 잘 못한다는 평을 듣지는 않는 편이니 그 정도로 자평한다.

그래도 남들 앞에서 발표를 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면 너무나 긴장되고 떨린다.

그런 긴장과 떨림 없이 당당하게 남들 앞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 책은 나에게 말 잘하는 방법에 대한 철학과 기술을 잘 알려준 책이었다.


서구 최고의 서사시에서 인간은 두 가지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하나는 말 잘하기이고, 다른 하나는 일 잘 처리하기라고 한다.(p.43)

이 책은 말 잘하기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말하는 방법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말 하기에 대한 철학과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바로 수사학 관점의 말 하기이다.

그 동안 내가 접해 보았던 화법에 대한 책과 이 책은 차원이 다르다.

 

이 책은 상당히 철학적이고 역사적이다.

말하는 것을 화법이라고 하지 않고 수사학이라 표현하며, 수사학적인 관점에서 말하기를 접근한다.


책 초반부는 마치 인문학 서적 또는 철학 서적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문학의 출발은 수사학이다.'라는 제목으로 첫 장이 시작된다.

그리고, '수사학의 알레고리'라는 이름이 붙은 목판화를 보여주면서 수사학의 정의를 설명해나가기 시작한다.

조금은 난해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수사학은 설득의 기술이다.(p.30)'

'수사학은 설득의 유용한 수단을 탐구하는 기술이다.(p.38)'

'수사학은 진리든 신념이든 화자가 합리적 추론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설득하고 동의를 구하는 일련의 방식이다.(p.39)'

저자는 수사학의 고전적 정의는 설득과 관련된다고 말하면서 설득의 관점에서 수사학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수사학을 리더십의 원리라고 말하며 리더십 관점에서 말 잘하기를 설명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설득의 3요소는 에토스(ethos, 인품), 파토스(pathos, 감성), 로고스(logos, 이성)이라고 한다.

인품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감성에 호소해 설득하고, 이성에 맞추어 논리적으로 설득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불변의 진리인 이데아를 강조한 플라톤은 연설가가 되려면 사람은 무엇보다 영혼의 본성과 사물의 속성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단순한 영혼에는 단순하게, 복잡한 영혼에는 복잡하게 다가서야 한다고 한다.


말에 대한 철학적 설명이 상당 부분 나온다.

그래서, 책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책은 화법 기술을 다룬 책이 아니라 수사학이라는 학문을 다루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철학적이고 과학적이다.

책 전반부에 나오는 수사학이라는 학문은 화법 스킬, 테크닉과는 거리가 멀다.


수사학이 설득이라는데 왜 사람은 말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인간 존재의 한계 때문이라고 고르기아스가 말했다고 한다.

인간의 생각이나 판단이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파고들 공간이 있고 그래서  설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은 궁극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개연적인 것을 결정하고 실천하는 영역이다. 리더십은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과제와 아울러 결국 정치적 결정을 통해 실천을 해야만 하는 영역에 속한다. 리더십은 진리에 대한 영원한 추구가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일이다.(p.57)'

이 글은 리더십에 대해 지금의 현실을 잘 반영한 명쾌한 정의라고 느껴졌다.

정치적 결정,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결정이라는 단어가 이상적인 리더가 아닌 현실적인 리더를 잘 표현해주는 말이라 생각되었다.


이 책 초반부와 후반부 곳곳에는 여러 동서양 철학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그들의 수사학에 대한 철학과 이론이 설명되어 있다.

상당 부분에서 그리스 신화가 인용되기도 한다.

서양 고전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책 후반부에서는 수사적 소통원리라는 제목으로 말 잘 하는 방법이 조금은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말 잘 하는 방법은 단순한 스킬은 아니다.

스킬이나 테크닉이 아니라 진정한 정공법으로 느껴진다.


수사적 소통의 제 1원리는 발견의 원리로 신뢰, 감동을 강조한다.

수사적 소통의 제 2원리는 배치의 원리로 시작, 사안 설명, 논증, 마무리를 강조한다.

수사적 소통의 제 3원리는 표현의 원리로 표현의 덕목, 표현의 유형, 표현의 변형과 조작을 강조한다.

수사적 소통의 제 4원리는 기억의 원리로 내용을 장악하기 위한 기억을 강조한다.

수사적 소통의 제 5 원리는 전달의 원리로 목소리, 표정과 시선, 몸짓을 강조한다.


수사적 소통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여러 인물들의 실제 연설문이 인용되었다.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들과 김구, 마틴 루터 킹, 패트릭 헨리, 히틀러, 처칠, 클린턴, 스티브 잡스, 링컨, 김대중, 노무현 ... 

여러 인물들의 연설문을 좋은 연설문과 좋지 않은 연설문 사례로 나누어 인용되면서 저자는 그 연설문이 왜 좋은지와 좋지 않은지를 꼼꼼히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이 책을 읽다보니 지난 해에 받았던 프레젠테이션 교육이 생각났다.

이 책 후반부에서 설명하고 있는 말 하기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들은 그 때 교육 받았던 내용과 비슷한 내용들도 있다는 기억이 났다.

결국 진리는 어느 곳에서나 같은 한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내용이 많았지만, 특히 기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 인상적이다.

'기억이 중요한 이유는 원고를 장악해야 연설이 실감나기 때문이다. 원고를 기계적으로 단순히 암기해서는 청중의 다양한 반응을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다. 내용을 장악해야 한다. 원고를 준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원고를 작성하고 발표 시나리오를 짜 그것을 들고 연단에 서면 된다.(p.203)' 

원고는 만들되 반드시 그 원고를 기억에 저장하여 자신있게 연단에 올라서야 하는 것이다.


또한, 메시지를 전할 때 내용은 겨우 7%밖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나머지 93%는 내용 전달 방법이라며, 목소리, 복식호흡, 발음에 신경쓸 것을 강조했다.


이 책을 읽고나니 말 하기에 대해서 철학부터 방법까지 총론에서 각론까지 모두를 배운 느낌이다.

청중에 대한 정확한 파악, 신뢰와 감동을 주는 내용 준비, 발표전 내용 장악을 위한 기억, 내용에 대한 효과적인 전달이 가장 핵심요소이고, 연설의 전부이다.

앞으로 발표를 하거나 대화를 할 때 이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고 실천에 옮겨야겠다.


※ 당신은 어떤 말을 하고 있나요? 독서 후기 포스트는 진성북스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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