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 인생과 맞짱 뜨다 - 삶의 지혜를 넘어 도전의 철학으로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철학적인 고민은 우리의 삶에 언제나 그림자처럼 함께 하고 있다.

학창 시절의 진학 선택 문제, 청년기의 취업과 결혼 선택 문제, 중장년기의 인생2모작 선택 문제는 문제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어색한 우리가 인생살이를 하면서 당연히 거쳐가야하는 과정들이기지만 그 과정들 속에서 어떤 결정을 할 것인지는 우리에게는 커다란 문제이고 고민이다.

이런 선택에 대한 문제의 해답을 철학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인인 우리 한국인에게 중국의 동양철학은 마치 우리 삶의 그림자처럼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여러 문제와 고민에 대해서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가 바로 중국 고전에 담긴 동양철학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고전을 읽고서 삶의 해법을 찾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래서 그동안 장자, 도덕경, 채근담, 삼국지, 명심보감, 사기 등을 해석한 책들을 읽었었고, 그 책들 속에서 많은 교훈과 감동을 받았었다.

 

동양철학에 담긴 도전과 모험 정신을 일깨워주는 '동양철학 인생가 맞짱뜨다'라는 책을 읽었다.

'동양철학 인생과 맞짱뜨다' 는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신정근 교수께서 쓴 책이다.

부제목은 '삶의 지혜를 넘어 도전의 철학으로'이다.

맞짱, 도전이라는 단어 속에서 현실 타협적이지 않은 현실 불응적인 모험과 창조의 메세지를 느끼게 해주는 제목과 부제목이다. 


일반적으로 서양 문명을 도전과 모험을 하는 독립적인 개인형이라 칭송하고, 동양 문명은 체제에 적응하고 순응하는 노예형이라고 비하하는 것에 저자는 강력하게 반기를 들었다. 
한 문명이 1,000년을 넘어 2,000년 이상 지속되려면 그 문명은 우연과 행운의 힘이 아닌 생성, 소멸, 변화, 개선, 혁명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양 문명에도 모험과 도전 이야기 그리고 부정과 비판의 철학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그래서, 이 책 전반에서는 동양 문명과 서양 문명이 거론되어 상호 비교되면서 각각이 지닌 의미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네이버캐스트 '철학의 숲 - 동양철학 읽기'에서 40회 연재된 글을 수정하고 보완하여 발간한 책이라고 한다.

 

7개의 주제로 나누어서 동양 문명 속에 담긴 모험, 도전, 독립, 창조, 선언, 기획, 꿈을 보여주고 있다.

파괴의 문, 모험의 문, 도전의 문, 독립의 문, 창조의 문, 선언의 문, 기획과 꿈의 문이다.

 

"너는 너고 나는 나다. 네가 아무리 내 옆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알몸 쇼를 벌이더라도 네가 나를 어떻게 더럽힐 수 있겠는가?(류하혜, p.19)"

더러운 군주가 하찮은 관직을 제의해도 거절하는 법이 없었던 류하혜의 오만하고 방자한 말이지만, 그 말 속에는 나름대로의 기개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맹자는 류하혜와 같이 살지 않고 소체의 욕망을 누르고 대체의 길을 걸었다고 한다.

저자는 돈키호테가 현실을 모른체 이상만을 좇으며 풍차를 향해 돌진한 점은 맹자가 대체를 향해 돌진한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류하혜의 말에서 불의와 타협하는 인생에도 변명은 있고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맹자처럼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대체를 향해 돌진하는 사람이 역시 성인다운 삶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지금도 자기 나름대로의 이유를 대면서 불의와 부정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것인데, 아무리 물질적인 이득에 취해 만족한들 그것이 참다운 삶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기우'는 기인우천 또는 기인지우의 줄임말로 기우의 사전적 의미는 쓸데없는 걱정이라고 한다.

기우를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기나라 사람의 걱정이라고 한다.

기우는 기나라 사람이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파란색을 띤 하늘이 와르르 무너지지 않을까라고 걱정하는 것을 뜻한다고 하는데, 기나라 사람들은 하늘을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물질로서 인식하면서 하늘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기나라 사람의 걱정은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 이성의 시대가 개막됨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해석하기 나름이고, 전후관계를 잘 따져서 해석을 하여야 올바른 해석과 판단을 할 수 있음을 알게 해주는 내용이다.

 

익숙한 이름이 나오기도 하고, 익숙한 소설 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옛사람들의 철학과 말씀은 그렇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한글과 한자가 서로 혼재되어 기술되는 중국철학이야기를 쉽게 이해하고 체득한다는 것은 역시나 어렵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걸쳐서 쌓여진 동양철학을 적응하고 순응하는 노예 근성의 동양문명의 산물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7개의 주제에는 각각 저자가 중국철학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5개의 메세지가 포함되어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37개의 메세지 속에서 중국철학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위해 살자!'

양주는 '몸의 털을 한 올을 뽑아서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양주의 표현이 지나치게 비이성적으로 해석되지만, 양주는 털 한 올과 생명의 가치에는 차이가 없다고 생각했으며, 무시무시한 위압을 느끼면서도 그것에 굴복하지 않고 털을 뽑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말한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지금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주와 같은 위압 상황에 놓인다면 구석에 앉아서 슬그머니 털을 뽑아 기어들가는 목소리로 "여기요!"라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양주의 말은 치졸한 이기주의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양주의 생명에 대한 중시가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깨뜨려야 세울 수 있다.'

'남과 나를 차별하지 마라!'

'나는 나를 추천한다.'

'쥐꼬리 월급에 허리를 굽히지 않겠다!'

'누리려면 먼저 움직여라!'

'네 마음의 등불을 켜라'

'억압적 관계의 그물을 찢어라!'

'제 생각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중국 선인들의 말씀과 삶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고, 그와 비교되는 서양 문명 속의 사람과 문화를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각 장의 소제목에서 저자는 도전하고 모험하라는 메세지와 함께 우리 동양인들이 얼마나 도전적이고 모험적이었는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관심이 가는 몇 개의 장을 주의 깊게 읽었지만, 동양철학이 말하는 메세지는 이것이다 라고 간결하게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이 바로 동양철학의 매력이고, 철학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여러 번 읽을 수록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배울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익숙하지 않은 중국 인물들, 어려운 한자어들, 오래된 옛 중국 이야기들이 한번에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세상이 복잡할수록 그 복잡함에 휩쓸리지 말고 자아를 찾고 주체적으로 살아야 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느낀다. 

이 책은 나에게 그동안 고정관념처럼 생각되었던 서양문명이 동양문명보다 우월하다는 잘못된 생각을 다시 한 번 깨뜨려준 책이다.

천천히 한 장 한 장 음미하면서 다시 그리고 반복해서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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