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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 좀 떼지 뭐 -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양인자 지음, 박정인 그림 / 샘터사 / 2014년 10월
평점 :
책 제목이 참 특이한 어린이 동화책이다.
'껌 좀 떼지 뭐'
책 제목에 껌이라는 명칭이 들어가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제3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양인자 작가의 동화집이다.
샘터 어린이 문고의 48번째 책이다.
이 책에는 '껌 좀 떼지 뭐', '북 치는 아이',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 '천왕봉'이라는 네 편의 동화가 실려있다.
네 편의 동화는 초등학생 어린이가 주인공인 성장 동화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첫번째 동화는 '껌 좀 떼지 뭐'이다.
주인공인 미나는 초등학교 5학년생으로 알록달록한 구슬껌을 씹는 것을 좋아한다.
이야기 서두에 미나에게 고민은 '잡을 것인가, 잡혀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한다.
도대체 미나의 고민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미나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학교의 청결을 최우선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교장 선생님은 학교에서 껌을 씹는 학생을 잡아서 청소라는 벌을 주고 있었다.
미나는 껌을 씹고 가다가 걸려서 지금 교장 선생님께 청소라는 벌을 받고 있는 상태이다.
교장 선생님이 주는 벌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껌, 사탕, 과자를 먹는 학생을 두 명을 잡아와야 한다.
초등학생에게 좀 잔인한 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나는 껍을 씹는 저학년 학생들을 잡으려고 했지만, 미나의 약한 마음으로는 그것이 결코 쉽지 않다.
껌을 씹고 있어서 잡은 아이가 울면서 통곡을 하면 미나의 마음은 약해져서 잡을 수가 없었고 이론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기만 한다.
그래서, 미나는 계속 벌을 받게 되더라도 아무도 잡지 않아서 6학년이 끝날 때 까지 계속 벌을 받기로 마음을 먹는다.
껌 씹는 아이를 잡는 것을 포기하고 '내가 학교에 버려진 껌 좀 떼지 뭐'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미나는 껌을 씹는다고 교장 선생님에게 친구를 잡아가는 것이 좀 치사하다 생각하고 잡는 것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교장 선생님에 대한 부드러운 도전이자 반항이라고 해야 할까?
미나가 아무도 잡지 않기로 마음 먹은 후에 재미난 일이 생긴다.
여러 아이들이 껌을 씹으면서 미나에게 와서 자신을 얼른 잡으로가 하는 것이다.
이 광경을 보는 화난 모습의 교장 선생님을 보여주면서 여기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저자는 아이들에게 어떤 메세지와 감동을 주려한 것일까?
교장 선생님의 일방적인 권위와 학생들에 대한 과도한 벌을 꼬집고, 미나의 순수한 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일까?
함께 읽은 아이는 결말의 모습에 이야기의 끝이 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자의 메세지를 아직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부모의 설명이 필요해 보였다.
두번째 동화 '북치는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인 승학의 짝사랑 이야기이다.
승학이는 할머니와 둘이서 함께 살고 있다.
승학이가 사는 농촌 마을에 풍물 전수를 온 대학생들 중 한 여대생을 짝사랑한다.
승학이의 여대생에 대한 짝사랑에서 보여주는 심리적 모습과 외면적 모습들이 초등학생의 풋내기 사랑처럼 느껴져서 작은 웃음이 났다.
초등생과 여대생의 일방적이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승학이가 여대생이 함께 북치는 것을 통해 가까워지는 정도로 마무리 된다.
초등학생의 풋사랑을 이야기해서인지 이야기와 함께 그려진 그림이 예쁜 동화였다.
그림에서 여대생을 좋아하는 승학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세번째 동화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는 바람직하지 않은 교사의 모습을 비유한 동화이다.
주인공은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인 최영섭 선생님이다.
담임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은 조용하고 깨끗한 교실이다.
첫번째 동화 '껌 좀 떼지 뭐'의 교장 선생님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교사로 느껴졌다.
담임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규칙, 기본기, 정숙, 공부만을 강요하고, 쉬는 시간에도 조용히 할 것을 강요하고, 심지어는 소음을 만들 수 있는 철제 필통을 학교에 가지고 다니지 말라는 지시까지 한다.
기본 질서 지키기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의 자율성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짓밟는 교사의 모습인 것 같다.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이런 태도가 '이게 다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고 말한다.
과연 누구를 위해서일까?
아이들은 토론 수업을 하고 싶어 하지만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담임 선생님은 토론 수업을 거부하기도 한다.
담임 선생님 때문에 아이들은 답답해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에게 작은 반항을 시작한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
수업 시간에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의 질문에 아이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으로 답한다.
마치 침묵 시위를 보는 것 같다.
이 동화에서 나오는 담임 선생님의 강압적인 모습은 우리 나라 일부 교실의 모습을 비유한 것 같다.
기본 질서와 규칙을 준수하는 것도 학교에서 배워야하는 덕목이지만, 자유롭게 생각하고 말하고 활동하는 것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키워나가야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학교에서 규칙과 자율에 대한 적절한 배분이 필요함을 느끼게 한 동화였고, 동화 속 아이들의 성숙한 반항이 조금은 놀라운 동화였다.
네번째 동화는 '천왕봉'이다.
주인공 현석과 휘빈은 초등 6학년 남학생들이다.
현석과 휘빈은 선생님과 세 명이서 함께 봉사활동을 가는데, 봉사활동을 하는 장소가 지리산 천왕봉이다.
지리산 천왕봉까지 선생님과 왜 봉사활동을 하러갈까?
그 이유는 현석과 휘빈이 축구공을 두러 학교 교재연구실에 갔다가 다음날 있을 시험의 시험지를 몰래 보려다가 걸린 것이다.
시험지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잡혔지만 현석과 휘빈은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하게 되어 사유서를 쓴다.
현석과 휘빈이 솔직하게 쓴 사유서를 보고서 교장 선생님은 시험지 관리를 잘못한 교사들의 잘못도 인정하면서 아이들을 선처하기로 한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은 현석과 휘빈에게 "살다 보면 마음이 흔들리는 일이 많을 테지. 하지만 이걸 이겨 내는 게 진짜 공부라는 걸 명심해라. 여름 방학이 되면 진짜 벌을 받을 거다. 너희 담임 선생님이 제안한 봉사 활동인데, 잘 해내길 바란다."라고 말한다.
'천왕봉'에 나오는 교장 선생님은 '껌 좀 떼지 뭐'와 '너희를 위해서 그러는거야'에 나온 선생님과는 완전히 다른 선생님의 모습이다.
담임 선생님은 현석과 휘빈을 데리고 가서 산 정상에 힘들게 올라온 후 느끼는 쾌감을 경험하게 하고, 아이들에게 쓰레기 줍기를 시킨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건 없어. 아무리 힘들어도 처음이 있고, 마지막이 있는 법이니까'라고 말해준다.
바람직한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을 보여준 동화였다.
네 편의 동화 중에서 어른인 내가 느끼기에는 '천왕봉'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잘못한 아이들을 부드럽게 지도하는 바람직한 교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에서 어른으로서 느낀 점이 많았다.
사회 고발적이고 아이들의 저항을 표현한 듯한 '껌 좀 떼지 뭐'와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는 어른으로서 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해 주었다.
세상이 많이 변하고 아이들도 예전에 비해서 정신적으로 성숙하는 속도가 많이 빨라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과거 지나치게 일방적이고 권위적이고 강압적이었던 교육 방식과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개선되었겠지만, 아직도 많은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학교뿐 만 아니라 우리 가정에도 부모가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일방적, 권위적, 강압적인 요소들이 있지는 않는지 되돌아보았다.
네 편의 동화에 나오는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상당히 성숙한 아이들이다.
각각 다른 내용을 다룬 네 편의 동화에서 공통적으로 성숙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른들이 배워야 할 점과 아이들이 배워야 할 점들에 대한 메세지를 진지하면서도 가볍게 전달해주는 동화였다.
마지막 동화에 나왔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이겨내는 것이 진짜 공부이고, 세상에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고 아무리 힘들어도 처음이 있고 마지막이 있다.'는 말을 기억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