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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1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월간 샘터 잡지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샘터 2014년 11월호를 읽었다.
샘터는 작은 문고판 사이즈만 한 크기의 월간 잡지이다.
'내가 만드는 행복,함께 나누는 기쁨'을 슬로건으로 삼고 있다.
내가 만드는 행복을 함께 나누어 기쁨으로 만든다는 말이 참 좋은 느낌을 준다.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조금씩 바뀌어가는 세상.
2014년 샘터는 거짓 없이 인생을 걸어가려는 사람들의 참된 이야기를 전합니다.'
책 목차에 인쇄된 샘터의 편집에 대한 방향이다.
샘터 잡지는 1970년에 창간하여 2014년 11월가 통권 537호가 되었다고 한다.
샘터에는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인들의 이야기와 많이 알려진 유명인들과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 이야기들의 주제는 우리 삶에서 흔히 만나는 것들이다.
샘터 에세이, 특집 기사, 사물의 시간, 사시사철 기차여행, 지혜 나누는 장터, 참살이 마음공부, 과학에게 묻다, 할머니의 부엌수업 조리법, 사람을 만나는 집 등이 수록되어 있었다.
관심은 있었지만 평소에 접하지 못한 내용들, 관심은 없었지만 알고 있으면 좋을 내용들을 만난다는 것이 잡지를 읽는 즐거움이라 생각한다.
샘터 잡지에서 잡지를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샘터 에세이 편의 '악법도 법이다란 말은 없었다'라는 내용을 보고서 새로운 지식을 알았다.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란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스말에서 법이란 낱말은 정의를 의미하는데, 악한 정의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듯이 그리스어에서는 악법이란 말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이 말을 했다고 거짓말을 한 사람은 일본의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이고, 오다카 도모오는 일제강점기 때 경성제대 법학부에서 한국인 제자들에게 이런 잘못된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한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일제강점기라는 슬픈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잘못된 일제 유산이었다.
사시사철 기차여행 편에서는 기차를 타고 가는 전국의 전통시장 여행을 소개하였다.
이번 호에서는 삼천포 시장이 인상적이었다.
박준규 기차여행전문가는 대한민국 유람선 중 삼천포 유람선이 가장 멋지다고 말하였다.
9백 명이 승선하여 1시간 30분 정도 삼천포 앞바다의 비경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삼천포에는 용궁수산시장이 있다고 한다.
글을 읽으면서 기차를 타고 삼천포에 여행을 간다면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경진 개그맨의 글도 보였다.
부모가 아이에게 머리가 좋다고 하는 칭찬이 오히려 독이 될 수가 있는데, 무심코 지능만 칭찬하면 노력을 게을리하거나 유전적으로 성취의 한계가 정해졌다고 생각해 선을 긋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성실하게, 끈기 있게 부지런하게, 꿈을 향해 달려가가야 한다는 메세지를 전해주었다.
책 페이지 우측에는 음성변환 바코드가 인쇄되어 있어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음성인식기기를 이용하여 바코드를 읽으면 본문의 내용을 소리로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유명한 법륜 스님의 참살이 마음공부도 있다.
법륜 스님의 상담 답변은 언제 보아도 깔끔하고 명쾌하다.
남편이 돈 벌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이 생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는 상담 질문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니 선택을 하라, 죽만 먹고 살더라도 남편이 번 돈으로 살고 싶다면 돈 버는 것을 딱 끊고 버티라는 답을 주셨다.
혼자 고생하며 남에게 좋은 일 하지 말고, 원칙을 세우고 배짱을 갖고, 남편이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주겠다는 마음을 갖고, 슬쩍 약한 척도 해보라고 조언하다.
요즘 등산 열풍으로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하면서 사용하는 등산 스틱에 대한 따끔한 지적의 글도 있었다.
등산 스틱이 나무에게 해를 주어 자연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등산 스틱을 사용하면서까지 무리한 산행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신체적 보조기구를 통해 산을 오르는 일이 자연스러운 흐름일까? 산에 오르는 것 자체가 무리가 된다 싶으면 산 주변을 산책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다.'
등산 스틱에 대한 글을 기고한 이지영 여성환경연대 활동가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총각김치와 홀아비김치는 있지만, 처녀김치와 홀어미김치는 없다고 한다.
왜 그럴까?
남자가 느끼기에 김치에 대한 작명은 좀 불공평한 것 같다.
옛날에 여자들이 김치를 만들었기에 이름을 지을 때 남성을 넣었던 것은 아닐까?
총각김치는 무청이 달린 모습이 상투를 틀지 않은 총각이 머리를 땋아 넘긴 것과 비슷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홀아비김치는 무나 배추 한 가지로만 담근 김치를 말한다고 한다.
서울동물원에 가면 홍학 무리떼에게 비밀이 있었다.
홍학은 무리가 20마리 미만일 때는 번식하지 않으려 하지만 20∼30마리가 되면 그때부터 활발하게 번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신기한 현상이다.
동물원에 있는 홍학이 짝짓기를 하지 않자 커다란 거울로 우리를 둘러싸서 개체 수가 많아 보이게 해서 번식에 효과를 얻었다는 시드니 동물원의 이야기는 인간이 동물보다 한 수위라는 것을 보여주는 더 신기하고 재미있는 내용이었다.
샘터 2014년 11월의 특집 기사는 최인호 소설가 1주기전에 대한 기사였다.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에서는 11월 8일까지 최인호 소설가 1주기전이 열린다고 한다.
최인호 소설가의 집필실이 생전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최인호 소설가의 책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어서 그 분의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소년 같은 호기심을 잃지 않았고, 작품에 대한 열정만큼 아내에 대한 사랑도 뜨거웠던 영원한 청년이었다는 최인호 소설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영인문학과 강인숙 관장은 단편소설 모음집 타인의 방을 대표작으로 손꼽았다고 한다.
또 하나의 특집 기사는 '하염없이 걸었다'이다.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램에 성공한 김효성 영화프로듀서의 글에서 사막 레이스에서 1등이 도착했을 때는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뒤에서 달리고 있기 때문에 박수를 쳐 줄 선수들이 없지만, 꼴찌가 들어갈 때는 참여한 선수들 모두가 모여 기다린다는 내용과 사막에서는 다함께 완주하는 것이 진정한 목표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버린 개는 개회충으로 돌아온다면서 개를 입양할 때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하라는 메세지를 준 서민 기생충학자의 글도 있었고, 물은 많이 여러 번 나누어서 마시라는 글도 있었다.
한 가지 분야를 다룬 전문 서적이나 한 가지 스토리를 다루고 있는 소설을 읽는데서 느끼는 독서의 즐거움도 있지만, 여러 분야와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샘터와 같은 월간 잡지를 읽는 것도 독서에 있어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볍게 책을 읽으며 활자에 담긴 의미를 느끼고 싶을 때 샘터를 추천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