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아름드리나무 라임 어린이 문학 4
루이사 마티아 지음, 바르바라 나심베니 그림, 이현경 옮김 / 라임 / 2014년 9월
평점 :
품절


책 제목에 '달동네'라는 단어가 눈길을 끄는 책이다.

이탈리안인이 지은 책인데, 책 제목에 달동네라는 단어가 사용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달동네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탈리아에서는 달동네라는 단어에 다른 의미가 있는지 궁금했다.

내가 아는 달동네는 이름 그대로 달이 가까이에 있는 동네이다.

사전적 의미로 달동네는 도시 외곽의 산등성이나 산비탈 등 비교적 높은 지대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한다.

달동네는 보름달이 주는 풍성함보다는 초승달이 주는 갸냘픔과 부족함이 더 진하게 느껴지는 단어인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달동네는 무엇일까?

외국에도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그런 달동네가 있는 것일까?


책 첫 페이지에 삶을 잘 표현한 말이 있다.

'어떤 날은 잔뜩 꼬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술술 풀리기도 하면서 하루하루는 그렇게 흘러간다. 무슨 일이든 순리대로 흘러가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한없이 아름답기만 한 날들도 있을까? 그런 날들도 있다.(p.7)'

어린이를 위한 책인데 상당히 심오한 의미를 담은 문장으로 책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린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는 자주 교훈을 얻는다.

 

이 책에는 아름다운 날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달동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달동네이다.

산기슭 높은 곳에 있지는 않지만, 재산과 힘이 없는 사람들이 사는 그런 동네이다.

 

달동네를 쇼핑센터로 개발하려는 그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는 달동네는 아름드리나무가 있는 아름답고 평온한 동네였다.

이 책의 주인공 소피아, 술레이만, 조콘다는 부모들과 함께 달동네에 살고 있는 어린이들이다.

어느날 달동네에 이상한 벽보가 붙고, 사람들이 몰려오고, 건설 중장비들이 들이닥친다.

그리고, 달동네 아름드리나무는 빨간색 철망으로 에워싸여진다.

소피아는 달동네에 갑자기 발생하고 있는 이런 상황들을 보고서 논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달동네를 쇼핑센터로 개발하려는 사람들은 아름드리나무를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쇼핑 센터 시설을 만들려고 한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아름드리 나무를 지키기 위해서 나무 위에 오르고 그 곳에서 잠을 자며 아름드리 나무를 지킨다.

아이들의 아름드리 나무 지키기 대작전이 시작된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있었던 달동네 재개발 추진 사업을 보는 듯 하다.

달동네에서 벌어지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대결이다.

가진 자들은 달동네의 집과 땅을 모두 매입했다고 하며 달동네에 사는 가지지 못한 자들을 쫓아내려고 한다.

 

불법체류자인 술레이만의 엄마와 아빠는 항의를 할 수가 없고, 마리오 아저씨는 직장인 수위실을 다니기 위해서 항의를 할 수가 없었고, 마리아 할머니는 요양원에 보내지는 것이 싫어서 항의를 할 수가 없었고, 소피아 아빠는 달동네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아름드리 나무를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나약한 어른들의 모습이었다.

소피아의 생각에 논리적이지 않은 일들이 계속 벌어진다.

 

어느날 달동네에 흥미로운 반전이 일어난다.

아이들이 무전기를 이용해서 아름드리 나무가 말을 하게 하였다.

무전기 한 대는 아름드리 나무 구멍 안에 두고, 한 대는 아이들이 가지고 소피아 방으로 와서 무전기에 대고 소리를 보냈다.

집에 있는 무전기에 입력된 소리가 아름드리 나무에 있는 무전기에 출력되면서 마치 나무가 말을 하는 것처럼 된 것이다.

소피아는 무전기로 아름드리 나무가 말을 하게 한 자신들의 작전은 논리적이라 생각한다.

 

아름드리나무가 말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방송과 신문에 보도가 되기도 한다.

아름드리나무에 찾아온 삶을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들은 무전기에 대고 책에 나오는 좋은 말을 읽어줘 그 사람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준다.

상당히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인기 속에서 아름드리 나무를 베려는 작업은 중단이 된다.

이렇게 해서 달동네 아이들의 승리로 결론이 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

다시 반전이 온다.

쇼핑센터 개발자들이 아이들이 무전기로 나무가 말을 하게 한 것을 알아낸다.

이렇게 해서 아름드리나무는 베어지고, 달동네는 쇼핑센터로 개발되는 것일까?

하지만, 다시 반전이 온다.

사람들은 아이들이 속임수로 나무가 말하는 것처럼  한 것에 대해 화내지 않고, 오히려 속임수가 밝혀진 뒤에 더 많은 사람들이 아름드리 나무를 찾아왔고, 사람들은 아름드리 나무를 통해서 경험한 희망, 사랑, 평화, 위안의 마음을 더 소중히 생각한다.

진짜 반전은 쇼핑센터 개발자들이 경찰과 검찰에 의해서 수사를 받고 체포되는 것이다.

쇼핑센터 개발자들은 달동네의 집과 토지를 정식으로 구매하지 않았고, 쇼핑센터 건축에 필요한 요건도 갖추지 않고서 엄청난 사기 행각을 벌여온 것이었다.

소피아는 다시 아름드리나무가 달동네에서 안전하게 오래오래 살 수 있게 되고, 달동네에 다시 평화가 온 것을 아주 논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어보니 임창정 배우와 하지원 배우가 출연했던 '1번가의 기적'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달동네와 재개발이라는 배경이 유사한 내용이었다.

그 영화의 배우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과 매칭이 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힘 앞에 나약한 어른들과 비록 속임수를 쓰긴 했지만 소중한 것을 지키려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잘 표현한 책이다. 

지금의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나약하고 부끄러운 모습들을 너무나 많이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도 어른들은 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달동네와 아름드리나무를 지켜냈다.

 

책에 글자수가 많고, 내용이 현실적이고 사회고발적이어서 초등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로운 마을에 벌어지는 심각한 사건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고, 사건 해결에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현명한 판사가 개입하는 내용은 아이들에게 교육적일 것 같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든지 빈부의 격차가 있고, 달동네가 있나보다.

달동네가 이름처럼 아름다운 달을 비유한 동네의 의미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불의와 잘못된 것은 소피아의 말처럼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고, 정의와 올바른 것만이 논리적인 것이다.

 

'지금... 어떤 날은 꼬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막힘없이 술술 풀리며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달동네에서 꼬인 날은 별로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날은 맑고 아름다운 날이었다. 그날 그들에게 마땅히 일어나야 할 일들이 일어났다.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찾아왔다. 그날들도 아름답고 맑았다.(p.150)'

이 책에는 서정적으로 느껴지는 표현들이 많이 보였고, 어린이 동화 이상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하였다.

꼬이기도 하고 막힘없이 술술 풀리기도 하지만, 하루가 가고 또 다른 하루가 찾아오고 그 날들 모두가 아름답고 맑았다는 말처럼 하루 하루 세상을 아름답고 맑게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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