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면 풍경 -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유민호 지음 / 살림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까이 있어서 가깝게도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픈 역사로 인해 멀게도 느껴지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같은 아시아권의 나라이지만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어떤때는 서양 선진국 같은 느낌을 주고, 어떤때는 같은 아시아권의 국가라는 동질감을 주기도 하는 참으로 묘한 나라이다.

나는 아직 일본을 가본 적은 없지만, 가보고 싶은 나라 중의 하나이다.

 

'한국은 일본을 너무 모르고, 일본은 한국을 너무 잘 안다'

이번에 읽은 '일본 내면 풍경'이라는 책의 부제목이다.

 

이 책의 저자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SBS 기자를 거쳐 1995년부터 일본의 문화와 세계관을 분석하고 공부했고, 월간중앙, 주간조선, 월간조선에 일본에 대한 글을 올렸다고 한다.

 

저자의 관점은 '일본은 있다. 일본은 없다.'가 아니고, '일본은 없지 않다.'라고 한다.

일본에 가본 적도 없고, 일본에 대해서 공부를 해본 적도 없는 내게 이 책은 일본에 대한 상식의 폭을 넓혀주고, 복잡한 국제관계에 대해서 단순한 해석이 아닌 복합적인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이 되어 있다.

제1부 일본과 일본인

제2부 일본의 소프트 파워

제3부 진화하는 미·일동맹 2.0

제4부 태평양 전쟁의 유산

 

요즘 일본에는 '지금 당장'이라는 토요타자동차 광고 CF 카피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에게 약점은 '언제'라는 것이라고 한다.

일본인들은 '리스크 제로'가 될 때까지 검토하고 재검토하다가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것이 아니라 지나치게 두드려 돌다리가 아예 허물어지는 판국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일본인들에게 '지금 당장' 이라는 것은 새로운 사고의 전환을 불러일으킨 카피였던 것이다.

저자는 이런 문화적인 변화들을 일본정치와 국제관계와 연계하여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도록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재미난 단어를 발견하였는데, 그것은 바로 '공기론' 이다.

'누가 나서서 주장하고 끌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흐름 속에서 의사를 결정하고 집행, 평가한다는 것이 야마모토의 일본 공기론이다.(p.23)'

우리가 일본하면 생각하는 사무라이 정신에 입각한 상명하복 문화가 아니라 무언의 커뮤니케이션과 공기 속에서 일의 방향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태평양전쟁이 그랬고, 위안부동원이 그랬고, 후쿠시마원전이 그랬다고 한다.

공기론은 일본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론이라고 한다.

 

주신구라 이야기에서 일본의 집단으로서의 DNA의 강점을 보여준다.

주신구라는 복수를 위해서 47명의 사무라이가 2년 가까이 거사에 대한 비밀을 지키며 준비하여 47명 모두가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거사를 완수한 후 모두가 할복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 그리고 한국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일본과 중국은 상대방의 고통이 자신의 행복으로 환산되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다.(p.45)'

국제관계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나는 일본과 중국이 이토록 대립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했고, 이 책을 통해서 두 나라의 경쟁구도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대립 속에는 미·일동맹관계인 미국이 깊이 개입되어 있었고, 그 주변에는 한국과 인도가 있었다.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에 대한 분석 내용도 볼 수 있다.

센카쿠 문제를 한국에서는 중국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 일본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권역이 하나로 뭉치고 그들에게 일본이 대부의 국가가 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는 미국의 일본에 대한 응원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을 무조건 적대시하면서 아직도 중국에 대한 사대주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면서 일본은 전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전 세계를 상대로 자국의 미래를 생각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켜 미국을 공격했다는 것도 보통의 국가라면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은 결코 평범한 국가가 아니라 생각한다. 

 

이 책에는 아베 총리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전혀 술을 하지 못하다는 개인적인 내용도 언급되어 있다.

아베 촐리는 외국을 열심히 돌아다니는 정치가이며, 외국 방문시에 만찬이나 파티는 하지 않고, 방문국의 정상과 만나 회담만을 한다고 한다.

아베 총리, 이시하라 전 도쿄지사, 하시모토 오사카시장이 최근 일본 내셔널리즘의 핵심 세 사람이라고 한다.

이들은 대중과 함께 대중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친일도 아니고, 극일도 아니고 지일(知日)을 지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일본에 대한 칭찬은 책 여러 곳에서 보인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중국을 저평가하는 내용도 여러 곳에서 보인다.

'짝퉁은 아무리 잘해도 2류 싸구려에 불과하다. 죽었다 깨어나도 중국이 일류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문화와 의식 전반이 짝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아무리 잘해도 2% 모자라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최고급 브랜드로 무장한다 해도 메이드인차이나가 되는 순간 힘이 빠진다. 값싼 인건비를 통해 모자라는 부분이 보충된다. 쉽게 말해 몸으로 때우는 나라가 중국이다.(p.121)'

이 책에서는 중국을 매우 저평가하고 있다.

중국을 미국에 이어 G2라고 부르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한다. 

저자는 미국이 영원한 1인 강자의 나라의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 생각하고, 중국은 결코 미국을 압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여러 이유 중의 하나로 에너지 문제를 거론하는데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이 점차 확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에너지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의 중국과의 세계 패권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국제정치와 국제관계 문제를 해석하는데는 정말 여러 다양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내용이었다. 

 

백화점 내 지하 음식매장은 일본에서 탄생한 문화이고, 서양에는 없다고 한다.

미국에서의 일본 라멘과 스시 열풍, 일본의 소프트파워 현장 등도 일본 문화의 강점들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저자는 일본을 제대로 알고, 중국에 젖어서 마치 한국이 소중국이라도 되는 듯 착각하지 말 것을 조언한다.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주장에도 미국과 영국은 지지를 하고 있다는 것도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위한 일본의 2024년 올림픽 개최를 희망하는 프랑스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독도 문제가 국제재판소에 넘겨질 경우 한국이 절대 유리하지 않다고 말한다.

일본은 국제관계에 있어서 한국보다 한 수위에 있는 국가라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내용에서 쿨(cool)한 대통령 오바마의 내용이 흥미로웠다.

역대 대통령의 연말 행사인 연말 성탄 축하 행사에 불참한다는 것,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의장과 허리를 굽혀 악수를 했단즌 것, 해외 지역 분쟁에 대한 전쟁 불참은 역대 대통령들과 다른 모습들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느낀 또 하나의 중요한 점은 미국에 대한 것이다.

미국은 일본을 통해 중국을 잡으려는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아시아가 미국의 조종을 받아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었고, 일본은 과연 아시아권의 국가인지 아닌지 의문스러웠다.

 

일본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한국인들에게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과 중국을 제대로 알라는 경고의 메세지를 전하는 책으로 느껴졌다.

일본을 중심으로 한 국제정치사, 국제정치학, 국제관계학을 최근 시점에서 정리한 흥미로운 책이다.

앞으로 일본에 대한 뉴스를 볼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을 갖고 뉴스를 해석할 것 같다.

나에게 생소한 일본에 대한 내용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과 미국을 이해하는데 많은 지식을 준 유익한 책이다.

 

책을 펴낸 날이 8월 15일이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광복을 하기를 원하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