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 수술 보고서 시공 청소년 문학 56
송미경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기묘함이 느껴진다.

'광인'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오싹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광인에 대한 수술이라고 하니 도대체 어떤 내용일지 참으로 궁금했다.

광인을 수술한다는 것이 외과적인 수술을 말하는 것인까 아니면 심리학적인 수술을 상징하는 의미일까?

제목만으로도 벌써 너무나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을 쓴 작가는 누구일까?

작가의 소개글을 보니 이 책이 제목과 표지에서 준 느낌이 이해가 간다.

이 책의 저자는 지난해에 읽으면서 참으로 기이하고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책 '어떤 아이가'를 쓴 송미경 작가이다.

저자는 이 책을 지치고 아픈 아이들이 자신을 찾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썼다고 한다.

 

 

책을 읽어보니 책 표지에 그려진 초록색 스웨터는 이 책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광기 말기의 환자 이연희와 광인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 김광호이다.

스토리 구성에 있어서 특이한 점은 이 책이 보고서의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다는 점이다.

소설 형식으로 쓸 수도 있었을 것인데, 보고서 형식으로 썼다는 점이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책이 보고서 형식이기에 책 속의 내용에 무게감을 더 주고 소설같은 이야기가 마치 실제로 있었던 일인 것처럼 느껴지게 해주는 효과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보고서는 환자 이연희가 직접 작성한 수술 후기를 집도의인 본인 김광호가 각주와 주석으로 보충한 것임을 밝힙니다. 한 군데도 빠짐없이 함께 읽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진짜 보고서를 읽는 것 같다.

빠짐없이 함께 잘 읽으라는 작가의 말에 살짝 웃음이 나기도 했다.

 

이연희는 사춘기 이후 심한 강박 장애를 드러냈으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치료를 받다가 열 일곱 살이 되던 해에 광기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연희가 광기 말기인가? 그리고 진정한 광인이란 과연 무엇인가?' 라는 의문점이 계속 생겨났었다. 

심한 곱슬머리였던 이연희는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한다.

친구로부터 푸들이라는 별명을 얻고, 개 짖는 소리를 내라는 요구에 이연희는 머리카락을 잘라냈다고 한다.

광기의 주요 원인은 학교내 집단 따돌림이었다.

 

광인의 세계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일까?

정신과학을 다루고 있어서인지 책 내용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책 내용에 몰입되고 집중되기 보다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하면서 내 이해력을 의심하고는 했다.


광기의 종말은 짐승이 되는 거라고 한다.

짐승은 사람이 되지 못하지만, 사람은 짐승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이 불운한 이유는 인간 이외의 다른 것이 될 여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p.10)'

의미심장한 말이다.

난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살다보면 정말 저 사람이 인간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 사람들은 인간 이외의 다른 것으로 변했나 보다.

책에는 이연희가 쓴 노트 원본이 나와있었다.
그녀의 노트를 보고 그녀의 생각을 보면 이연희라는 인물도 참 비범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나오는 광인 수술은 김광호 의사도 처음 시도해보는 수술이고, 환자 이연희도 처음 받아보는 뇌수술이다.

수술로 광인을 치료한다?!

광인 수술이 어떻게 하는 수술인지 궁금했다.

광인 수술에 대한 의학적인 설명은 보지 못했다.
광인 수술에 들어가면서 환자의 연골을 수술하고, 발의 표피를 벗기고, 발톱을 제거하고, 몸에서 뽑아낸 핏줄로 몸을 고정시키고, 초록색 스웨터의 올풀림 시술을 하는 등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병원의 외과 수술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수술을 하다가 동그랗게 손을 잡고 '서로 용납하라, 서로 용납하라, 서로 용납하라'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참 특이하다. 
정말 특이한 것은 수술이 책상 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연희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고 괴롭힘을 받은 것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책상 위에 누워있는 연희를 수술한다는 것은 학교 생활에서의 잘못된 점으로 인한 고통을 수술적으로 치료한다는 의미로 생각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의사 김광호는 광기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 자격증을 박탈당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의사 김광호도 또 한명의 광인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의사 김광호가 특이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읽을수록 기이하면서 이해하기 힘든 이상한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책 내용을 매끄럽게 이해하기는 힘들었다.

일반인과는 많이 다른 정신세계에 사는 주인공들이 펼치는 신세계를 보는 듯 했다.
이연희는 수술 이후 개 짖는 소리에 집중하거나,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따위의 행위를 멈추었고, 글쓰기와 목공예 등에 취미를 갖고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고 한다.
다행히 광인 수술의 결과는 해피엔딩이다.

 

책 마지막에는 이 책에 대한 작품 해설이 나온다.

쉽지 않은 내용이기에 해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작품 해설을 보니 반갑고 읽고나니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수술대 위에 오른 이연희의 모습이 과연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무관심과 비난 속에서 광인처럼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현대인들도 광인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스웨터의 올을 푸는 것은 문제의 실마리와 한을 푼다는 의미로 이연희의 엉켜 버린 과거를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작품 해설을 보니 책 내용이 조금씩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작품 해설에서 보지 않아도 되는 것을 보고 기억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기억하는 증세를 가진 이연희가 환자가 아니라 기억하고 보아야 할 것을 보지 않거나 못 본척 하며 정상인으로 행세하는 사람들이 환자라고 해석했다.
 

작품 해설을 읽고나니 이 책의 내용이 이해가 되면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이 책을 청소년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 책을 읽고서 저자의 풍부한 상상력과 예리한 비유력을 느끼면서 이 책이 주는 메세지를 스스로 그려본다면 사고력 증대 학습에는 매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인, 정신과, 뇌수술이라는 다소 무겁고 무서운 소재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중학생 이상의 청소년에게 적합한 책이라 생각한다.

학교 안에 집단 따돌림과 괴롭힘이 존재하지 않아서 더 이상의 광인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라며, 사회의 관심과 치료를 통해서 학교 생활에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이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 아름다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상상력과 창의력, 그리고 분석력이 참으로 놀랍다.

미스테리한 이야기 속에 의미있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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