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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큐 웃픈 내 인생
앨리 브로시 글.그림, 신지윤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과 그림이 정말 독특하다.
이런 것을 4차원이라고 해야할까?
'ㅋㅋ' 와 'ㅠㅠ' 를 합치니 '큐큐' 가 된다.
이것은 저자가 지은 말이 아니라 옮긴이가 지은 말일 것 같다.
웃고 울으니까 큐큐가 된다.
큐큐...?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지 여러가지 상상이 되는 단어이다.
저자의 이력은 좀 특이하다.
저자는 침실에 틀어박혀 은둔자처럼 살고 있다가 2009년 그녀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과학자가 되는 것보다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인터넷에 올리는 게 낫겠어'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저자의 블로그는 한 달 방문자가 600만∼1,000만명에 달하는 인기 블로그라고 한다.
그녀가 운영하는 블로그 이름은 'Hyperbole and a Half' 라고 한다.
(저자의 블로그 주소 : http://hyperboleandahalf.blogspot.kr)
이 책이 보통의 책이 아니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어떤 내용일까?
'큐큐 웃픈 내 인생' 이라는 제목에서 웃음과 슬픔이 공존하는 감성에 진하게 호소하는 책일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책장을 펼쳤다.

주인공 앨리는 27세의 여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앨리는 열 살이고, 금발머리에 파라눈을 가지고 있으며, 개를 좋아한다고 한다.
책에 그려진 앨리의 캐릭터는 보라색 몸에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앨리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여서 저자가 살면서 있었던 일을 기록한 그림이 있는 일기 같은 에세이이다.
좀 읽어보니 내용이 상당히 특이하다.
코미디적인 요소에 눈물이 나게 하는 최루성 스토리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림도 단순하고 내용도 단순한 것 같은데, 그림과 내용을 이해하려면 상당한 생각이 필요하다.
이 책이 매우 철학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동기부여 게임' 편에서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론을 확정지었을 때 대응하는 태도가 참 특이하다.
우스워보이는 캐릭터 그림이 많아 가벼운 내용처럼 보이지만 인상적인 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공포와 창피함은 내 자제력의 기둥이야. 동기부여의 근원이면서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때를 위한 보험 같은 거지. 공포와 창피함은 내가 옳은 일을 하도록 해줘. 그것들 없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겁이 나. 공포와 창피함이 없다면 내 인생은 막장이 될 테니까.(p.62)'
인생에는 공포와 창피함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막 써내려가고 막 그린 것 같은 내용 속에 어떤 철학이 숨겨져 있는 느낌이다.
그림책으로 생각하고 편하게 쉽게 단순하게 웃으면서 읽으려 했는데, 내용 속으로 들어오니 그렇지를 못하다.
'케이크의 신' 편은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스토리와 그림이다.
앨리는 정말 엉뚱하고 특이한 아이이다.

제목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내용을 심각하게 읽고 이해하면서 도대체 이 책이 무슨 책인지 조금은 혼란에 빠졌다.
그래서 책 뒷표지를 보았다.
보통 책 뒷표지에는 그 책에 대한 설명이나 추천 내용이 기재가 되어있으니까.
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사람이 있었다.
'케이크를 좋아하는 사람, 개를 키우거나 좋아하는 사람 혹은 싫어하는 사람, 혹시 나 우울증 아닌가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 사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가 없는 사람, 거위의 극악무도함에 대해 아는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 미래의 나 또는 과거의 나와 대화하고 싶은 사람, 내가 돌아이인 것을 숨겨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는 사람, 웃다가 음료수를 코로 넘기는 기분이 어떤지 알고 싶은 사람'
나는 전부에 해당되지는 않고, 해당되는 경우도 있고 해당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해당되는 경우가 있으니 읽는 것이 맞는가 보다.

이 책을 나보다 초등학생 고학년인 우리 큰 아이가 먼저 읽었다.
읽고 나서 나에게 재밌다고 하였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용이 이해가 가질 않아서 큰 재미를 못 느꼈다.
그래서 아이에게 정말 재밌냐고 물었더니 자신은 정말 재밌게 읽었다며 재미를 못 느끼는 아빠가 이해가 안간다고 답을 했다.
벌써 세대차이가 나는 것인가?
내가 많이 둔해졌나?
내 이해력이 부족한가?
아무튼 이 책은 내게 엉뚱하면서도 상당히 고차원적인 책으로 느껴졌다.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우울증에 걸릴 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난 아니야. 어느날 깨어나자 갑자기 제멋대로 슬프고 무기력해졌어. 아무런 이유도 없이 슬픔을 느끼는 건 실망스러워. 이유만 있다면 슬픔은 꽤 즐길만 하거든.(p.109)'
주인공은 이유없이 우울증이 왔다는 것인가?
주인공은 우울증 극복을 위해 DVD를 빌리러 갔다가 '우울증이 진심으로 심각해지자 그것이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머리를 돌려 돌파구를 찾고 내 감정의 갑옷이 되었다는 이야기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해줬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냉장고 밑에 떨어져 있는 조그만 옥수수 알갱이를 보고서 깊은 사고에 빠진다.
이해하기 어려운 심오한 내용이다.
한 여인의 일상 속에서 펼쳐진 파란만장한 인생에 대한 심리학 여행을 보는 것 같다.
컬러풀한 그림과 글씨가 애니메이션을 책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나의 정체성' 편도 특이하면서도 흥미롭고 철학적이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으면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 준다.
'내가 실제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동안 내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가 자꾸 내 얼굴을 쿡쿡 찔러.(p.347)'
'나는 단지 옳은 일을 하길 원하는 게 아니야.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하길 원하는 거지. 옳은 이을 하고 싶어 하는 건 아마도 추구해볼 만한 품격 있는 목표일 거야. 사실 나는 도덕성을 철저히 갖추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어. 내가 옳은 일을 하는 것에 별반 관심 없다며 강요받을 때나 옳은 일을 하게 될 거야. 그러면 옳은 일을 하며 누리는 즐거운 기분을 망칠 것 같아 신경 쓰여.(p.349)'
만약에 주인공이 어린아이라면 천재일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아이는 이 책이 재밌다는데 나는 읽을수록 어렵게 느껴지고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는 이런 내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서 아이와 이렇게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대부분은 책 내용에 비슷한 느낌을 받아왔었다.
인생이란 결국 'ㅋㅋ 와 ㅠㅠ' 가 복한된 것일까?
저자가 기술한 앨리의 삶과 고민을 보았을 때 결국 삶 전체가 ㅋㅋㅠㅠ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책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이런 책을 읽어본다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이다.
참 특이한 책을 한 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