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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 소년 ㅣ 데이비드 윌리엄스 시리즈
데이비드 윌리엄스 지음, 토니 로스 그림, 이가희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백만장자도 아니고 억만장자 소년이다.
돈이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억만장자 소년이 부럽기는 하다.
책 표지에도 아이가 돈을 뿌리는 것인지 돈을 비처럼 맞는 것인지 돈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영국의 인기 TV 코미디 프로그램의 제작자이자 진행자이고 동화책 작가로 활동중인 사람이라고 한다.
가끔 해외 저자가 쓴 동화책을 읽어보면 확실히 우리의 정서와는 좀 다른 느낌이 있다.
우리나라 동화에 비해서 더 직설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작가들의 창작물이라는 생각이 들고는 한다.
이 책도 그러한 생각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가 먼저 읽었는데, 나에게 정말 재밌는 책이라고 하였다.
우리 아이도 여느 아이와 마찬가지로 돈을 좋아한다.
돈을 좋아하니 억만장자 소년이 주인공인 책에 분명 많은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이 책이 그래도 동화책인데, 돈이 최고라는 것을 전달하지는 않을 것이고 어떤 교훈을 줄까?
그러한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억만장자 소년의 이름은 '조'다.
조는 열두 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진 아이이다.
책 초반에 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나온다.
방마다 설치된 100인치 플라스마 와이드 평면 스크린 고화질 텔레비전부터 시작해서 나이키 운동화 500켤레, 주당 용돈 10만 달러, 뒤뜰에 설치한 롤러코스터, 진짜로 살아 있는 상어가 있는 수족관, 최고급 F1 경주용 자동차 등을 가지고 있다.
마치 에버랜드, 아쿠아리움, 타워팰리스, 동물원, 백화점을 집 안에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돈이 많다 보니 디즈니랜드를 통째로 빌려 줄을 서지 않고 놀이기구를 마음껏 탄 적도 있다고 한다.
대단한 갑부 소년이다.

하지만 한 가지 갖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친구'이다.
조에게는 친구가 없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친구이기 때문일까?

조의 아버지는 원래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 어느날 '산뜻한 엉덩이'라는 한 면은 보송보송하고 다른 한 면은 촉촉한 두루마리 휴지를 만들어 대성공을 하면서 어마어마하게 큰 돈을 벌게 된다.
부자가 되기 전에 조와 조의 아버지는 좁은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갑부가 된 후 이사간 집에는 주방이 일곱 개, 응접실이 열두 개, 침실이 마흔일곱 개, 화장실이 여든아홉 개이다.
중국 황제가 살 던 궁궐도 이렇게 컸을까?
동화 속의 이야기이지만 재미는 있다.
조는 정말 갖고 싶은 것은 바로 '친구'이다.
부자가 된 후 조가 다니는 학교는 부자들의 자식들만 다니는 학교이다.
갑자기 갑부가 된 조가 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기는 어려웠고, 친구들과도 사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조는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일반 학교로 전학을 하고 자신이 억만장자라는 사실을 숨기기로 한다.
일반학교에 전학 온 조에게 이제 여러가지 일들이 발생한다.
조는 밥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어 친구가 된다.
밥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가난하지만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이다.
밥은 조가 부자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것을 별로 대단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는 학교에서 어려운 일이 발생하자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밥을 괴롭히는 그럽 쌍둥이에게 돈을 주고 괴롭히지 못하게 한다.
조의 아버지도 마찬가지로 모든 일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스파이트 선생님이 조에게 쓰레기를 치우라는 벌을 주자 조의 아버지는 교장에게 돈을 주고 스파이트 선생님을 학교에서 해고하게 한다.
조의 아버지가 조가 다니는 학교에 헬리콥터를 타고 와서 조가 억만장자라는 것이 학교에 알려지게 된다.
조에게 많은 사람들이 돈을 목적으로 접근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하지만 밥은 그렇지 않다.
밥은 조가 자신을 괴롭히는 그롭 쌍둥이에게 돈을 준 것을 알게 되고서는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려는 조에게 실망을 하고 조와 친구 관계를 끝낸다.
밥과 친구 관계가 끝난 조에게 갑자기 로렌이라는 예쁜 여자아이가 다가온다.
조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 주는 로렌을 보고서 나는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온 줄 알았다.
하지만, 로렌은 조의 아버지가 돈을 주고서 보낸 배우를 하는 여자 아이였다.
조의 아버지는 역시 돈으로 유혹한 돈에 환장한 여자인 사파이어와 약혼을 한다.
아빠는 세상 모든 것을 그리고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이러한 모습에 화가 난 조는 아버지에게 화를 내고 가출을 한다.
"아빠는 지금 내가 왜 화났는지 모르죠? 이 세상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다고요! 아빠 미워요! 정말로 미워요!"
결말이 어떻게 될까?
책을 읽을수록 조가 어떻게 될 지 궁금했다.
마지막은 교훈을 주지만 해피엔딩이 아닌 조금은 배드엔딩이다.
조의 아버지의 두루마리 휴지 사업이 갑자기 망하게 되고, 조와 조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조와 조의 아버지는 돈 때문에 오히려 슬픈 일이 더 많았던 것으로 과거를 생각하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다시 예전처럼 가난해졌지만 조는 아버지와 평범한 생활로 돌아온 후 자신이 원하던 모든 것을 가지게 되었다는 기분을 느낀다.
작가는 친절하게도 뒷이야기를 통해서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준다.
조의 아버지와 밥의 어머니가 재혼을 하고, 조와 밥은 형제가 된다.
이 책은 재미를 주면서도 매우 교훈적이다.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이 알려주고, 돈에 환장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추악한 면을 알려준다.
밥 처럼 돈에 상관없이
이 책을 읽고나니 황금만능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어른에게 그리고 아이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일부 내용들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실제로 자주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서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가진 돈이 너무 많으면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내 생각에는 아마도 돈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돈에 대한 내 가치관과 태도를 잠시 반성하기도 하였다.
과다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돈과 밥과 같은 착하고 진실된 친구를 가진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전체 페이지가 317페이지라서 상당히 두꺼운 동화책으로 느껴지지만 내용은 재미있고 교훈적인 좋은 동화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