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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북의 1 - 닥터 이방인 원작 소설
최지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5월
평점 :
나의 어렸을 적 꿈은 의사였다.
아픈 사람에게 의술을 베푸는 대학병원의 외과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고3 성적이 의대에 진학할 수준이 되지 못해서 난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
지금도 어떤 연유이든 대학병원에 갈 때면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의사들을 보면서 어렸을 적 꿈을 회상하고는 한다.
그리고, 내가 외과의사가 되었으면 참 잘 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
의대에 진학 못하고 공대에 진학을 하면서 내 인생은 많은 방황과 부적응 속에서 지금도 헤매고 있는 것 같다.
의사에 대한 꿈이 있었기에 의학에 관한 드라마를 좋아했다.
그 중에서도 '하얀거탑'을 참 감동적으로 보았었다.
지금 SBS에서 '닥터 이방인' 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소설 '북의(北醫)'는 이 '닥터 이방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의사가 나오는 소설이기에 흥미를 갖고 읽게 되었다.
'닥터 이방인' 드라마도 보고는 싶은데, 요즘 집에서 아이들 때문에 TV를 멀리하고 있기에 보지 않고 있다.
의학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사실 이 책을 읽고나니 '닥터 이방인' 드라마를 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할 정도이다.

소설 '북의(北醫)'의 주인공은 박훈이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내려온 새터민으로 평양의대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의 이력과 탁월한 심장 수술 실력을 가진 의사이다.
남으로 내려오면서 아내 송채희를 함께 데리고 오지 못해서 송채희를 남한으로 데려오고자 항상 고심하고 있다.
북한에서는 유명 의사였지만, 남한에서는 노태수를 만나기 전에는 의사로서 그다지 인정을 받지 못하고 힘겹게 살고 있었다.
노태수는 흉부외과 의사로 이 소설의 주요 무대인 동우의료원에 근무하면서 세이버 수술을 창안했는데, 문성주의 중상모략으로 병원에서 퇴출당한 후 안산에서 작은 개인의원을 차리고 한국에 온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
이 소설은 노태수가 박훈에게 세이버 수술을 10개월 안에 10번을 모두 성공하면 10억을 주겠다는 제안에서 시작된다.
박훈은 송채희를 북한에서 남한으로 데려오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고, 노태수는 세이버 수술을 성공시킬 적임자로 박훈이 필요했다.
민수현도 박훈을 찾아서 만나 함께 일하자면 제안을 하는데, 이때 박훈은 수현에게도 10억원을 요구한다.
박훈이 원래 돈만을 밝히는 의사는 아니지만 아내를 위해서 돈이 필요했기에 노태수의 제안을 수용한다.
노태수와 박훈이 세이버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서 들어가는 동우의료원에는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병원 안에는 의사와 간호사라는 전문가들이 많이 있기에 각각 이 전문가들의 의학소설에서의 비중은 당연히 상당히 높은 편이다.
문성주는 동우의료원의 부원장으로 출세욕이 아주 강한 여성으로 빼어난 미로를 소유한 흉부외과 의사이다.
민수현은 대학원 과정 때 문성주를 지도교수로 모셨었고, 동우의료원에서 문성주의 라인에 있는 여성 흉부외과 의사이며, 경쟁병원인 세종의료원 이사장의 아들 한재준의 연인이다.
소설에서 민수현은 박훈 만큼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으며, 이 소설은 박훈과 민수현이 이끌어나가는 느낌을 준다.
민수현은 예전에 북한에 대형 폭발사고가 있었을 때 의료지원팀으로 파견되어 박훈과 함께 진료 현장에 있었던 인연이 있다.
금봉현은 마취의로서 의술 실력은 탁월한데 가끔 평범한 실수를 저질로 곧잘 시말서를 쓰는 동우의료원의 퇴출 1순위인 아웃사이더로 40대 후반의 노총각 의사이다.
최동찬은 응급실 외과의사로 본분과 사명의 원리원칙에 집착하는 의사이지만, 아내의 이혼 요구로 고민이 많다.
그리고, 1편 후반부에 박훈의 부인을 닮은 후천성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인턴 의사 윤하영 그리고 어렸을 적에 성폭행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는 응급실 수술전문 간호사 은민세가 등장한다.
등장인물 중에서 단연 박훈이 가장 멋진 의사로 느껴진다.
그것은 그의 탁월한 수술 실력과 아내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투철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치적인 성향을 가진 문성주, 민수현 보다는 비정치적인 성향의 금봉현, 최동찬에게 매력이 느껴진다.
만약 드라마에서 금봉현과 최동찬이 등장한다면 어떤 캐릭터일지 참 궁금하다.
정치적인 인물들은 이미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이 봐와서 뻔하기 때문에 그들의 드라마 속의 모습은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문성주는 동우의료원이 남북합작병원 설립권을 획득하여 자신이 개성의료센터로 영전하기를 꿈꾸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 민수현에게 동우의료원이 사회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 것을 지시하였고, 문수현은 그 대상으로 세이버 수술 시행을 선택한다.
민수현은 문성주를 지도교수로서 전혀 존경하지 않으며, 문수현이 동우의료원을 떠나기를 바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문성주의 라인에 서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태수와 박훈은 동우의료원 이사장과 계약을 하고 동우의료원에 세이버 수술을 실시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들어온다.
중간에 심장에 이상이 생긴 수현 아버지가 등장하는데 마치 어떤 사건이 진행될 것인지를 암시해주기도 하였다.
소설 북의를 읽을수록 '노태수-문성주', '노태수-박훈', '문성주-민수현', '민수현-한재준', '최동찬-박훈'의 관계에서 흥미를 느끼게 해주며 향후 전개될 그들의 관계가 궁금했다.
소설 북의에는 여러 러브라인이 등장한다.
박훈은 수용소 보건의를 하면서 아내 송채희를 만나게 되었다.
박훈은 의사였고, 송채희는 수용자 신분이었지만 둘은 사랑하게 되었고 함께 탈북을 시도하였지만, 송채희는 탈북에 실패하고, 박훈만 탈북에 성공을 하였다.
만약 이 둘의 탈북 장면이 영상으로 펼쳐진다면 상당한 긴장감을 주는 인상적인 장면이 되었을 것 같다.
문성주는 출세를 위해서 흉부외과 과장의 내연녀가 되어 실력보다는 빽으로 출세를 한 의사이다.
민수현은 약혼자였던 서인재와 파혼을 하고 서인재는 파혼 직후 교통사고로 사망을 하면서 민수현은 한재준과 연인이 되었다.
박훈은 자신의 아내 송채희를 닮은 듯한 인턴 윤하영을 여자로 느끼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취과 금봉현 의사의 말기암 환자와의 러브스토리는 정말 드라마틱하다.
박훈과 노태수가 첫번째 세이버 수술에 성공한 후 노태수는 사라진다.
노태수는 왜 사라졌을까?
소설에서는 그것에 대하여 아무런 설명이 없다.
2편 이후에 다시 노태수가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우의료원의 첫 세이버 수술 성공이 보도되기 직전에 세종의료원에서 먼저 성공했다는 기사가 언론에 의해 나온다.
민수현이 한재준에게 배신을 당한 것이다.
그동안 민수현은 자신이 근무하는 동우의료원의 세이버 수술 상황을 세종의료원에 흉부외과 의사로 근무하는 애인인 한재준에게 알려주었는데 그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박훈은 세이버 수술을 세 번 연속으로 성공한다.
네 번째 세이버 수술의 대상은 민수현의 아버지가 되는데, 수술 후 회복 가능성이 낮게 판단되어 문성주는 세이버 수술 실시를 반대한다.
그러면서 1편이 마무리 된다.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형성된 러브라인은 과연 해피엔딩일지 2편의 내용이 궁금하다.
1편의 마지막에 '북에 두고 온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메스를 잡은 천재 탈북 외과의 박훈. 하지만 끝내 마주하게 된 잔인한 현실 앞에 놓은 두 사람, 그들의 냉정하지만 애절한 갈등이 시작된다.'라는 말과 함게 2편에서 계속됨을 알리며 1편은 끝이 났다.
'닥터 이방인'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이 책은 원작 소설로서 충분히 흥미를 줄 것으로 생각된다.
'닥터 이방인'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어떤 배우들이 하는지 궁금하여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소설 '북의'가 드라마 '닥터 이방인'과는 다른 부분이 상당히 있었다.
병원의 이름도 다르고, 드라마에는 문성주와 노태수가 등장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2편에서 전개될 내용에 대한 궁금한 점이 정말 많다.
박훈은 세이버 수술을 10회까지 무사히 성공할 것인지, 북에 두고 온 아내 송채희는 남한으로 올 것인지, 명우의료원이 남북한 합작 병원이 될 것인지, 민수현의 아버지는 세이버 수술을 받을 것인지, 문성주는 과연 그녀의 꿈을 이룰 것인지, 민수현과 한재준의 러브라인은 어떤 결론이 날 것인지, 박훈은 윤하영과 새로운 사랑을 할 것인지, 최동찬과 은민세 사이에도 사랑이 싹 틀 것인지.
다양한 인물, 빠른 스토리 전개, 여러 갈등과 러브라인,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스토리들이 잘 버무려져 있어서 이 책은 참 재밌는 소설이었다.
병원과 수술실을 무대로 펼쳐지는 의학소설이 주는 재미는 소설 '북의'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2편의 내용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