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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펜과 비밀 쪽지 ㅣ 라임 어린이 문학 2
엘렌 리스 지음, 이세진 옮김, 앙투안 데프레 그림 / 라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를 보고서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가질 않는다.
까만 펜과 비밀 쪽지.
흑인소년과 백인소녀가 골목길처럼 보이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프랑스, 영국, 미국, 이탈리아 등으로 여행을 많이 다녔고, 다양한 문화 및 정체성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민족학과 사회학, 정치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쓴 첫 번째 동화라고 한다.
프랑스인인 저자가 쓴 어린이 동화책의 내용에 호기심과 기대를 안고서 책장을 넘기며 읽어나갔다.
주인공은 파트릭이다.
파트릭은 착하고 순진한 흑인 어린이이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착하고 배려심이 깊은 순수한 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날 파트릭의 반에 어느 백인 소녀인 에리파가 전학을 온다.
파트릭은 이 소녀의 첫 인상을 '북극에서 온 것 같은 소녀'라고 생각한다.
에리파의 차가운 인상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나 보다.
에리파는 전학을 온 날에 파트릭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까만색 사인펜을 집어 들어 선생님에게 보여 주고, 다시 파트릭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건 무슨 의미의 행동일까?
인종 차별?
에리파의 첫 등장 모습이 알 수 없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에리파의 황당한 행동에 파트릭은 상처를 받는다.
그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에리파는 어떤 아이일까?
그리고 에리파는 파트릭에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에리파가 인종차별주의자인가?
여러 궁금증이 생겼다.
에리파는 체체니아 출신으로 프랑스에 온 것이다.
에리파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파트릭에게는 친구로 톰과 아리안이 있다.
'톰은 바위처럼 단순하지만 밝고 유쾌한 모습마저도 바위처럼 단단하고 흔들림이 없다(p.20)'
'아리안은 두뇌 회전이 제일 빠르고 재주가 남다르다.(p.20)'
파트릭은 톰을 부러워하고, 아리안을 좋아한다.
상당히 무거운 스토리가 전개되는 중에 톰과 아리안의 등장은 이 책에 작은 재미를 준다.
어느날 파트릭은 책가방에 종이쪽지 한장을 발견한다.
그 종이에는 볼펜으로 그린 대포에서 폭죽 같은 것이 마구마구 터지는 거대한 탱크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한 귀퉁이에 AABABB라고 쓰여 있었다.
파트릭은 종이쪽지를 발견했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아리안이 보냈을 거라 기대하며 펼쳐 보았는데, 그것은 에리파가 보낸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뒤에 파트릭의 책가방에서는 에리파가 보내는 종이쪽지가 계속 나왔다.
그 종이에는 무섭게 생긴 군인 그림, 거대한 따발총 그림, 도로 한가운데 납작하게 눌린 악어 그림, 숲 속에 홀로 남은 새끼 고양이 그림, 번개가 번쩍거리는 거리를 달리는 트럭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까지도 읽으면서 난 이 책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파트릭은 에리파가 어떤 아이인지 굉장히 궁금해하다가 에리파가 살았던 체체니아에 전쟁이 나면서 많은 체체니아 사람들이 나라를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에리파도 전쟁 때문에 체체니아를 떠나 프랑스로 온 것이다.
착한 파트릭은 '언젠가 에리파의 마음이 좀 더 아물고 나면 스스로 입을 열지도 모른다. 그때까지는 그 애를 기다려 주고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할 터였다.(p.60)'라고 생각한다.
파트릭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정말 착한 아이이다.
파트릭은 에리파가 그린 그림들의 의미를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파트릭이 내린 결론은 에리파가 꾼 악몽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파트릭도 어렸을 때 악몽을 꾼 적이 있었는데, 그때 엄마는 악몽을 쫓아버리는 방법으로 악몽을 그림으로 그리고 그림 종이를 태우는 방법을 파트릭에게 보여 준다.
파트릭은 엄마가 한 방법을 실행한 후 악몽을 더이상 꾸지 않게 되었다.
이제 파트릭은 자신이 경험한 악몽을 꾸지 않는 방법을 에리파의 악몽을 없애는 방법으로 준비한다.

파트릭은 에리파에게 포켓몬스터 스페셜 카드인 생명 점수 300의 에리푸르 카드를 만들어주고, 학교에서 에리파가 그려 준 그림들을 에리파가 보는 앞에서 모두 불태운다.
파트릭이 그림 종이를 불태우는 모습은 학교 아이들과 선생님들께 들킨다.
학교에서 불을 가지고 놀은 것으로 오해를 받으며 파트릭은 벌을 받아야할 상황이 되었다.
그 순간 파트릭은 '착한 뜻을 품고도 지옥에 떨어진다'라는 속담을 생각한다.
이때 에리파가 울면서 처음으로 말을 한다.
'안 돼, 혼내지 마, 남자애. 나 혼내, 에리파'
에리파의 말에 파트릭, 플로랑스 담임 선생님, 교장 선생님 모두가 눈물을 짓게 되고, 에리파 덕분에 파트릭은 징계를 받지 않게 된다.
대신에 파트릭은 한 달 동안 방과 후에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을 돕는 벌을 받게 된다.
에리파도 파트릭을 도와 함께 청소를 했다.
이 사건 이후 에리파는 완전히 바뀌어 말도 하고 얼굴에 웃음도 생겼다.
다시 파트릭의 책가방에 수상한 종이쪽지가 있었다.
이번 종이쪽지는 아리안이 보낸것이다.
아리안이 파트릭에게 함께 알프스로 스키를 타러 가자는 것이다.
책 전반에 파트릭과 아리안의 순수하고 따듯한 이성 감정이 잔잔한 미소를 불러준다.

힘든 일을 겪은 친구를 도와주는 모습, 악몽처럼 힘들었던 기억을 친구의 도움으로 이겨내는 모습이 매우 교훈적이고 감동적인 책이다.
전쟁이 사람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를 에리파의 모습을 통해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켓몬스터카드가 등장하고,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종이쪽지와 이성 교제 감정 등이 등장해서 다소 어려운 내용 속에 작은 재미도 주는 책이다.
동화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깊은 메세지를 전달해주었다.
어른들이 만들어 낸 전쟁이라는 참혹한 상황에서도 건강한 성장을 하는 아이들에게서 희망과 긍정의 메세지를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교훈을 줄 책으로 기대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