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양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지난해 12월 영화 변호인을 정말 감동 깊게 보았다.

개봉 첫날 보았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스토리에 몰입하며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영웅의 참 모습을 보았다.

국가의 잘못된 행태들에 대해서는 분노를 느끼기도 하였다.

변호인이라는 영화에서 송우석 변호사라는 영웅을 보았고, 부유층으로 호의호식하며 살 수 있는 편안한 삶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간 모습에 존경심을 느꼈었다.

 

영화 변호인이 소설로 출간되어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영화를 본 후 그 영화를 책으로 옮긴 소설을 읽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영화를 볼 때는 몰랐는데, 양우석 감독은 고려대에서 철학과 영문학을 전공하고, MBC에서 프로듀서를 하였고, SK인디펜던스와 올댓스토리에서 일했고, 지금은 로커스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2008년에 만화 로버트 태권브이, 2009년에 만화 당신이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등의 스토리를 집필했고, 영화 변호인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했다고 한다.

영화 감독의 프로필을 제대로 보는 것도 책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새로운 내용이다.

 

소설 변호인은 영화 변호인의 처음처럼 '본 소설은 실제 인물과 사건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허구임을 밝힙니다.'로 시작한다.

 

우석이 박카스를 사들고 선배 변호사 상필에게 가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영화의 첫 장면이 생각났다.

변호사라기 보다는 영업사원같은 모습을 보이던 우석이 모습이 기억이 난다.

 

영화를 본 후 책을 읽기 때문에 보는 내내 영화의 장면들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떠올랐다.

감동 깊게 본 영화를 책으로 읽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챙기지 못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장면들을 글로 보면서 새로운 감동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우석과 함께 일하기 위해 온 사무장 동호를 보면서 우석은 이렇게 느꼈다고 한다.

'동호를 처음 본 순간 우석은 그가 마음에 들었다. 세상 돌아가는 것쯤은 대충 알아서, 비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올곧지도 않은 인상, 선해 보이기도 하지만 융통성이 있어서 일처리 하나는 끝내주게 잘할 것 같고, 오지랖이 넓어서 아는 사람들도 많아 보이는 인상이었다.(p.30)'

인간관계는 유유상종이듯이 우석의 동호에 대한 생각은 우석 자신의 성격을 표현한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굴하지 않고, 선하고, 융통성 있고, 일처리는 끝내주고, 오지랖이 넓은 것...

 

우석은 어려운 가정 환경 때문에 사법고시 준비를 하면서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아내의 큰아들 출산 소식을 듣게 된다.

그때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절이었다.

힘겨운 삶 속에서 성공한 사람이 진정한 성공인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바로 서민이 살 맛 나는 세상이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 평등한 세상이라 생각한다.

빈익빈부익부가 일반화되어 부가 비정상적으로 세습되고, 개천에서 절대 용이 날 수 없는 세상은 평등하지 못한 잘못된 세상이다.

 

우석은 자신의 힘든 처지를 비관하지만은 않았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공사장에서 인부로 일할 때 태어난 큰아들을 본 후 아파트 공사장의 벽에 새긴 글이다.

나중에 우석은 변호사가 되어 많은 돈을 벌은 후 자신이 새긴 글씨가 있는 아파트를 매입하여 그곳에서 산다.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생각났다.

벽에 새겨진 '절대로 포기하지 말자' 라는 글자와 그 글자가 새겨진 아파트를 매입하기 위하여 찾아가는 재밌었던 장면들이 생각났다.

 

우석에게 돼지국밥집과의 인연은 어쩌면 운명이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힘든 시절에 그곳은 그의 배를 배부르게 해주던 곳이었고, 변호사가 되어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그가 국가와 대의를 위해서 삶을 송두리째 전환하게해 준 곳이다.

 

'바위는 아무리 강해도 죽은 기고, 계란은 아무리 약해도 살은 기라고. 바위는 뿌사져서 모래가 되도, 계란은 깨나서 그 바위를 넘는다.(p88)'

돼지국밥집의 아들 진우가 우석에게 해 준 명대사이다.

 

내가 영화 변호인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말은 우석의 선배 변호사 상필이 우석에게 해 준 말이다.

법무법인을 만들자고 제안하러 상필에게 간 우석은 이런 말을 듣는다.

'송변, 내한테 제안해줘서 고마운데, 니랑 내랑은 가는 길이 마이 다르다.(p.120)'

 

너와 나는 가는 길이 다르다.

내가 정말 가장 인상 깊게 들은 명대사이다.

너와 나는 가는 길이 다르다.

 

상필은 시국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변호를 하고 있었다. 

이때까지 우석은 정의보다는 돈을 버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일반적인 변호사였다.

 

우석은 부독력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돼지국밥집 아들 진우의 변호인을 맡게 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

어쩌면 부동산 등기 전문 변호사, 세금 전문 변호사는 우석의 본래의 모습이 아니었고, 정의를 위한 인권 변호사의 모습이 우석의 참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연기를 할 수도 있지만, 대의와 공익을 위해서는 연기가 아닌 참 모습만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니까.

진정한 인간의 모습은 큰 일을 할 때 나타난다.

 

재판 과정에서 송우석 변호사와 정부의 대결은 전쟁처럼 펼쳐진다.

새우와 고래의 싸움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그런데 증인이야말로 그 국가를 법적 근거도 없이 국가란 개념도 모르면서 국가 보안 문제라고 마구 내질러서 국가인 국민을 탄압하고 법을 짓밟잖았소? 증인이 말하는 국가란 이 나라 정권을 강제로 찬탈한 일부 군인들, 그 사람들 아니오?(p.234)'

송우석 변호사가 고문을 실시한 경찰 동영에게 한 말이다.

 

국가는 국민이다.

이 영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상영될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국가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말이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다.

 

'첨에 니 봤을 때, 내는 니 돈독 바짝 오른 돈벌렌 줄 알았다. 근데 아니데. 내가 그런 돈벌레 스타일을 좀 알거덩. 글마들은 돈 좀 벌모 술에 빠지든가, 가시나한테 빠지든가, 아이모 도박에 빠지든가, 것도 아이모 아예 두개, 세 개 묶어서 빠진다. 근데 니는 겐또가 안 나오대. 그래서 이 자슥, 이거는 뭐지 하고 굉장히 헷갈렸어. 그러다 내 그때 알아삣다. 니 올림픽 나간다꼬 요트 타고 헛지랄할 때. 아! 이 자슥, 이거 바보구나. 바보라서 그래 죽어라 일하고, 바보라서 넘들이 헛지랄 말라꼬 떠들등가 말등가 올림픽 나간다 해쌌고. 돼지국밥을, 잉? 석달 열흘... 맨날! 맛나다고 쳐묵고 말이야. 스무 살 아도 아이고 니가 지금 정의, 민주, 인권... 뭐 이런 거에 혹할 나이야? 니 지금 뭘 버리고 뭘 선택한지 알기나 해? 나이도 처물 만큼 처묵고 그랬으모 때도 좀 타고, 세상에 이케 좀 쉽게 가고 그래야지, 어이? 해튼 내 니 바보짓 하는 거에 돌아삐겠다. 앞으로 자넬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네의 순수함이 좋아서 그럴 끼고, 자네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네가 순진해서 싫을 거여(p.240∼241)'

송우석 변호사가 재판에 집중하면서 사무소가 엉망이 되기 시작할 때 동호가 우석에게 한 말이다.

일...

바보...

정의, 민주, 인권...

순수...

순진...

우석을 상징하는 말들이다.

 

빛은 숨길 수 없다고 한다.

송우석 변호사가 가진 빛도 세상에 숨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국가가 가진 빛도 숨길 수가 없었다.

 

부독력 사건 재판은 절반의 승리로 끝나고, 송우석 변호사는 본격적인 민주화 운동 인권 변호사의 길을 가고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

법정에는 우석의 변호인 99명이 나왔다.

판사가 변호인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던 장면도 참 명장면이었다.

그런 명장면은 역시 소설보다는 영화가 더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정의와 민주화를 위한 길에 한 명 한 명을 참여하게 한 우석의 힘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다.

 

내가 송우석 변호사였다면 과연 저렇게 살 수 있었을까?

아마 나는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송우석 변호사는 영웅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영화를 본 감정이 다시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 분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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