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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는 돼지
송현승 지음, 서하늘 그림 / 아롬주니어 / 2013년 11월
평점 :
제목이 참 특이한 동화책이다.
꽃을 좋아하는 돼지 또는 꽃을 먹는 돼지라고 한다면 무슨 의미인지 예상이 될 것 같은데, 제목은 꽃이 피는 돼지이다.

책 표지 그림을 보았을 때 도대체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꽃 피는 돼지가 도대체 무엇일까?
표지 그림을 보니 심술궃어 보이는 어린이와 난폭해 보이는 돼지가 보일 뿐이다.
호기심을 갖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주인공 돼지는 흑두이다.
흑두는 다른 돼지들과는 다르다.
털이 검고, 목덜미에 사자의 갈기와 같이 털이 나있다.
흑두는 해미네 집에서 길러지는데 같이 있는 흰돼지와 닭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괴롭힘을 받는다.
흑두가 닭의 우두머리인 수탉에게 공격을 해보기도 하지만 수탉은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흑두는 꽃을 좋아하고 꽃을 먹기도 한다.
특이한 돼지다.
꽃을 먹은 흑두의 등에서 꽃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꽃 피는 돼지는 바로 꽃돼지 흑두이다.
장마철 비오는 어느날에 흑두는 수탉과의 결투에서 수탉을 이기게 된다.
흑두의 용맹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흑두는 일반 돼지가 아니라 흑멧돼지이다.
흑두는 꽃산의 흑멧돼지 우두머리의 후손이었다.
흑두의 등에서 꽃이 피는 신기함 때문에 흑두는 동물원으로 옮겨지고 거기서 같은 꽃돼지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흑두의 아빠와 엄마였다.
가족간의 상봉이 동물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세 흑멧돼지는 동물원을 탈출하고 꽃산으로 간다.
다시 찾아 간 꽃산에는 왕초라는 뿔 달린 멧돼지가 우두머리가 되어 있었다.
흑두의 아빠는 왕초와 싸워서 이기고 왕초를 꽃산에서 쫓아낸다.
동물원에서 보낸 포수들의 공격으로 흑두 엄마가 다치고, 흑두 아빠도 왕초의 싸움에서 다치게 된다.
흑두는 아빠를 이어서 꽃산의 왕이 된다는 해피엔딩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흑두는 남과 다름이라는 자신의 한계에 굴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된다.
흰돼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는 자기보다 작은 수탉에게도 괴롭힘을 당하지만 그것으로 절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탉의 싸움 기술을 배워서 왕초와의 싸움에서 그 기술을 적용하기도 했다.
흑두가 자신의 터전으로 다시 가서 우두머리가 되는데는 흑두의 강인한 정신이 그 바탕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여건에서도 굴하지 않고 생존하고 난관을 극복하는 정신을 흑두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동화였다.
흑두 멧돼지 무리는 착한 멧돼지 집단이다.
사람이 심어놓은 채소는 건드리지 않고, 구해온 먹이는 공평하게 나누어 먹었다.
나중에는 수탉이 닭들을 데리고 꽃산으로 와서 흑두와 함께 살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른인 나는 돼지의 몸에서 꽃이 핀다는 것이 조금은 징그럽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치 무슨 돌연변이를 보는 것 같았고, 이런 이상한 돌연변이가 동화책의 소재로 쓰인다는 것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아마도 꽃으로 주인공의 특징을 아름답고 특이하게 표현하려 한 것 같은데, 내게는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다.
아이들도 이런 생각을 할까?
함께 읽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는 내 반응이 이상하다고 했다.
재밌는 동화인데 아빠가 이상하다는 반응이다.
사람마다 생각이 이렇게 다루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어른이 읽기에는 작은 교훈이 있고, 아이가 읽기에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