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 넌! - 장자가 묻는다 후 엠 아이 Who am I 시리즈 1
명로진 지음 / 상상비행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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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장자 열풍이 불고 있었다.

장자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고, 공자와 맹자가 중국 사상가의 중심이었는데 그 사이에 장자가 당당히 한자리를 자리잡게 되었다.

장자 책에 대해서 관심은 많이 있었지만 실제로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의 저자 명로진 작가의 이력부터가 흥미롭다.

불문학을 전공하였고, 연예담당 기자로 활동을 하다가 배우가 되어 30여편의 작품에 출연하였고, 여러 분야의 책을 썼고. 지금은 동서양 고전의 세계에 빠져 책 읽고 사색하고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이력과 경험을 가진 특이한 저자이다.

이 책은 청소년에게 장자의 사상과 철학을 전달해주기 위한 청소년 서적이다.

중간중간에 청소년을 향한 저자의 직설적인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책이지만 어른인 내가 읽기에도 유익하고 좋은 책이었다.

저자가 청소년에게 조언해주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장자 철학에 대한 어른용 입문서로서도 적합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소년에게는 읽기 쉬운 장자 이야기 책이고, 어른에게는 장자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여러 일화와 저자의 해석과 해설을 통해서 장자는 이미 그 오래전 과거 시대에 지금의 세상을 내다보고 삶에 필요한 지혜를 역설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며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이 과거에도 그러하였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고전을 읽는가 보다.

 

장자의 말씀과 사상은 지금의 현대 시대에 적용한다해도 전혀 무리가 없는 시대를 초월한 내용들이었다. 



책 맨 처음에 나오는 일화부터가 매우 인상적이다.

요 임금은 오래 살면 욕보이는 일이 많고, 부자가 되면 할 일이 많아지고, 아들이 많으면 근심이 많아진다고 하며 이 세가지는 덕을 기르는데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장자는 오래 살면 신선처럼 도를 닦으면 되고, 부자가 되면 가진 것을 다른 이와 나누면 되고, 아들이 많으면 그들에게 천하를 위해서 각각 할 일을 맡기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놀라울 정도로 예리한 장자만의 해석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그리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삶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라는 느낌이 들었다.

욕심이 있으면서 욕심이 없는 것처럼 말하는 요 임금보다는 가치있는 욕심을 갖고 이로 인해 얻은 것을 대의적인 뜻에서 나누는 삶이 바람직한 삶이라는 의미를 주는 일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 책의 첫 일화를 읽으면서 이미 이 책의 매력과 저자의 필력에 빠져들었다. 



짧지만 깊은 의미가 있으면서 재미있고 교훈적인 일화가 많이 언급되었고 그 일화마다 저자의 탁월한 해석과 해설을 볼 수 있었다.

 

성질 급한 사람이 배로 강을 건너다가 다른 배와 부딪혔을 때 그 배에 사람이 없을 때는 조용히 있고, 그 배에 사람이 있을 때 화를 냈다는 일화에서 사람이 모두 자기를 비우고 인생의 강을 흘러간다면 아무도 그를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나 스스로가 빈배가 된다면 아무도 나에게 소리치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주는 일화이다.

의미심장한 일화로 가슴에 남았다.

장자 말씀 중 '타인에게 관심 갖지 말라, 그대의 삶만으로도 충분하다' 는 말씀도 내게 참 인상적이었다. 
남에 대해서 비난과 비판을 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의미가 장자의 말씀에 충분히 들어가 있었다.

 

싸움닭에 대한 일화도 의미 심장하다.

기성자가 주나라 선왕을 위해 싸움닭을 기르는데 교만하게 자기 기운만 믿는 시기를 지나고, 싸우려만 드는 시기를 지나고, 상대방을 노려보고 기운이 왕성한 시기를 지난 후 마치 나무로 만든 닭처럼 변화가 없을 때 비로소 진정한 싸움닭 강자가 된다는 이야기이다.

진정한 강자는 어설픈 실력과 열정으로 나대는 사람이 아니라 빈틈이 없고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라는 메세지를 받았다.

우물안 개구리에 대한 일화도 인상적이다.

놀기 좋고 먹이도 많고 자신이 절대 왕인 우물안에서 사는 것이 즐겁다고 자랑하는 개구리에게 바다에서 온 자라가 큰 홍수가 나도 불지 않고 아무리 가물어도 줄지 않는 바다에 사는 것이 좋다고 말하자 개구리는 놀라서 얼이 빠졌다고 한다.
우물안 개구리가 아니라 바다의 자라가 되라는 말씀이다.

조삼모사에 대한 해석이 새롭게 다가왔다.

축구를 예로 들어 색다른 해석을 했는데, 독일은 전반전에 4골을 넣었고 스웨덴은 후반전에 4골을 넣었다고 한다.

독일은 일찍 잘 나갔고 스웨덴은 뒤늦게 빛을 발한 것이다.

경기 결과는 무승부인데 한쪽(독일)은 실망하고, 한쪽(스웨덴)은 기뻐하며 춤을 춘다.

조삼모사에 대해서 새로운 생각이 들게 하는 비유이다.

젊은 나이에 성공했다가 노년에 불행해진 사람과 젊을 때 힘든 시절을 보내다가 노년이 되어 성공한 사람 중 우리는 어떤 사람의 삶을 원하는지 저자가 질문하면서 우리가 조삼모사에 나오는 원숭이와 무엇이 다르냐고 말한다.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조삼모사에서 원숭이 주인은 성인, 원숭이는 우매한 군중을 말한다고 한다.

원숭이 주인은 도토리로 원숭이를 농락하고, 성인은 지혜로 우매한 군중을 농락한다고 한다.

조삼모사의 의미를 원숭이 관점이 아니라 원숭이 주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한다면 다른 해석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고의 전환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해 준 부분이었다.




장자가 우리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자유로운 존재가 되자' 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유로운 존재는 무엇일까?

세상의 이치에 통달하고, 버려야 할 부질없는 욕심은 버리고 가져야 할 가치 있는 욕심은 갖고, 세상과 부정하게 타협하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장자는 지인은 자기가 없고, 신인은 공이 없으며, 성인은 이름이 없다고 한다.

지인무기 신인무공 성인무명(至人無己 神人無功 聖人無名) 이라는 말의 의미이다.

저자는 성인의 경지를 자신에게 집착하지 않고, 뭔가를 이루려 하지 않으며, 동시에 명예를 탐하지 않는 경지로 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옹졸한 마음을 갖지 말고 크게 생각하고 크게 거두어들이라'는 장자의 말씀을 인용하면서 인생을 산술급수로 살지 말고 기하급수로 살라고 조언한다.

사춘기와 수험생활에 지친 청소년들에게 주옥같은 교훈을 주는 내용이다.

 

잘난체 하다가 죽게 되는 원숭이 일화를 통해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는 사람은 드러내는 만큼 애정을 잃게 되고, 자신의 단점을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부끄러워하는 만큼 존경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일화들이 재미있으면서 전해주는 교훈과 메세지는 참으로 강렬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은 책을 읽는 집중도가 떨어졌고, 청소년에게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장자라는 중국 사상가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었고, 저자의 독특하면서 재미난 설명으로 장자 철학에 조금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책이었다.

 

장자는 대입 논술에 가장 많이 출제되었다고 한다.

청소년들에게는 대입 논술 준비와 사고력 확장과 향상을 위해서 그리고 어른에게는 장자 철학 입문서로서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몇 가지 일화들을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이야기한 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초등학생에게는 아직 이르지만 중학생부터는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나에게 장자에 대한 책을 좀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느끼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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