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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달리는 스파이들 ㅣ 바다로 간 달팽이 8
사카키 쓰카사 지음, 김미영 옮김 / 북멘토(도서출판)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일본 작가가 쓴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일본 소설의 인기가 높은데, 난 아직 일본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다.
그 유명한 무라야마 하루키 소설도 아직 읽어보질 않았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이라는 것과 책 제목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호기심을 가지고 읽은 책이다.
제목을 보았을 때는 미션임파서블과 같은 영화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스파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있다고 해서 영화속의 스파이는 아니었다.
전형적인 청소년 성장 소설이다.
원래 제목은 '밤의 빛'이다.
내 생각에는 원제가 책의 내용을 더 잘 보여준다는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은 모두 네명이고, 고등학생이며 천문부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조와 기는 여자이고, 게이지와 붓치는 남자이다.
천문부는 네명이 인원의 전부인데, 이들의 천문에 대한 지식은 미흡하고, 천문부 활동은 약간은 어설프다.
어떻게 보면 천문부 활동은 이들의 활동 무대이고 이야기가 펼쳐지기 위한 공간일 뿐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스파이라 생각하며 서로의 이름 대신에 코드명을 부른다.
조는 유복하지 않은 집에서 남동생을 두고 있는 공부를 잘 하고 과묵하고 고지식하고 얼굴도 예쁜 모범생 소녀이다.
기는 화목했던 가정이 화목함이 없어지며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는 불우한 환경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열심히 자신의 미래와 독립을 준비하며 자신을 가꾸고 꾸밀 줄 아는 당찬 소녀이다.
게이지는 조와 기에게는 '허니', '베이비'를 남발하고, 붓치에게는 '브라더'라 부르는 말주변이 뛰어난 로맨티스트이다.
붓치는 큰 체격을 가졌으며 삶에 대해 깊은 고뇌를 하는 철학적이고, 천문반에서 유일하게 천체망원경을 조립할 줄 아는 성실한 소년이다.
각 장별로 네명의 주인공이 돌아가면서 '나'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기술한다.
다소 특이한 구성이인데 주인공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구성이고, 4명의 시각에서 소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를 준다.
'계절을 빗나간 빛'은 조가 때가 아닌데 호수에 나타난 반딧불이에 대한 사건을 전개하고, '스페셜'에서는 게이지가 붓치가 일하는 피자가게에 피자를 주문하는 특이한 두 사람에 대한 사건을 전개하고, '편도 티켓의 허니'에서는 기가 고등학교 축제 중 발생한 사건을 전개하고, '화석과 폭탄'에서는 붓치가 나라는 관점에서 어느 여자가 소각장에 나타난 사건을 전개하고, 마지막 '단지 그뿐이다'에서는 조가 고등학교 졸업 일년 후 다시 만난 네명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 네명에게는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전쟁터 같은 삶을 살면서 상당한 고민과 난관이 있다.
조는 여자라는 이유로서 남동생과 비교하여 부모에게 차별대우를 받는다.
기는 자상했던 아버지가 구조조정으로 인한 해고 후 폭력적으로 변했고, 다정다감했던 어머니도 아무말도 하지 않는 상태로 변하고, 언니는 집을 떠나 멀리 떨어진 도시의 대학으로 탈출하는 상황에서 자신도 독립을 계획하며 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커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탈출에 필요한 비용을 모은다.
붓치는 독재자 수준인 엄격한 할아버지 아래에서 생활하는데 네명의 친구들 중 가장 성숙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게이지는 낙천적이고 로맨틱하다는 느낌인데, 나머지 세명의 친구가 겪는 고뇌와 난관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주인공 4명 모두의 삶과 성격을 보면서 친구를 하고 싶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이에 대해서 순응하지도 거부하지도 않고 자신의 빛깔을 찾아가며 미래를 열어가는 모습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 보여주는 사건과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재미있기도 하고 어떤 부분은 네명의 주인공이 스파이가 아니라 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석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책을 읽으면서 네명의 주인공들이 적을 속이고 정보를 빼내는 스파이보다는 어떤 사건에 대해서 관찰하고 해석하는 탐정에 가깝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주인공들에게 펼쳐지는 사건들은 다소 생뚱맞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건들을 해석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인공들이 성장하고 어둠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들은 전쟁터같다고 생각하는 고등학생 시절을 천문반 활동을 함께 하며 잘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조는 먼 도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고, 기는 먼 도시에서 음식점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게이지는 집에서 생활하며 대학에 다니고, 붓치는 양봉을 한다.
책 중간중간에 스파이에 대한 해석이 나온다.
스파이는 언제나 냉정하게 자신의 감정을 감출 줄 알아야 한다.(기)
스파이에게 있어서 적은 반드시 외부에 있다고만은 할 수 없다.(기)
내가 평소에 잠복해 있는 땅의 사람은 질이 나쁘다. 우선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고, 그다음은 힘이 있느냐 없느냐. 내가 조금이라도 약한 입장에 놓이면 가차 없이 때리려 든다. 내가 스파이기에 망정이지 평범한 인간이었더라면 벌서 도망갔을 것이다.(붓치)
스파이는 자기가 먼저 관계를 만들어 가는 자세는 삼가야 한다. 간섭하지 않고 우선 사태를 지켜본다.(붓치)
스파이에 대한 해석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를 작가가 조언해준다는 느낌이다.
스파이는 자기가 있는 세상과 현실에 속하지 않고 그 세상과 현실을 관찰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는 집단일 것이다.
세상살이가 언제나 만만한 것은 아니지만, 고등학생이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고등학생들에게 세상과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대상일 것이며, 오히려 한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는 스파이가 되고 싶은 심정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기술했다는 생각이 든다.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지만 일부 내용은 조금 자극적이기도 하고, 내용을 이해하기에 좀 복잡하기도 해서 고등학생 이상에게 적합한 책이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어서인지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나의 독서 몰입도가 높지는 않았는데, 책을 읽은 후 네명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삶과 생각들이 마음에 잔잔하게 남는 소설이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본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