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뛰어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24
데비 월드먼 지음, 김호정 옮김 / 책속물고기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일단 뛰어'라는 제목과 표지 그림이 활력과 생동감을 주는 책이다.

달리기 운동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해이다.

달리기를 도구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학교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화와 갈등을 그린 동화이다.

 

 

 

저자는 세 살 난 딸이 평생 보청기를 끼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책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앤디는 보청기를 끼고 살아야 하는 청각 장애인이다.

저자가 자신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쓴 동화책이라고 할 수 있다. 

총 16개의 장으로 이루어져서 학교생활, 달리기 훈련과 달리기 대회를 토대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애디가 관찰자로서 보고 생각한 바를 기술하는 식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책에는 여러 사람이 등장한다.

보청기를 차고 살아가는 주인공 애디, 애디의 절친한 친구이며 학교에서 몸집이 가장 큰 여학생인 루시, 애디를 짜증나게 하는 스테파니와 엠마, 애디의 친구이고 닮은 구석이 없는 쌍둥이인 미란다와 켈시,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받은 완벽소녀 스타일인 시에라가 등장한다.

애디는 스테파니와 엠마를 싫어하는데 이들을 썩은 덩굴이라고 부른다.

'얼마나 미워했으면 그렇게 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특히 청각장애인에 집중하여 쓰여진 동화이다.

비장애인과 함께 자연스럽게 학교를 다니는 청각장애인의 학교 생활이 잘 묘사되었고, 그 속에서 청각장애인들의 고민과 성장을 느낄 수 있게 하는 동화이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장애가 있거나 아이의 학교에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다면 학교 생활을 하는데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동화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들은 정말 친절하고 자상하다.

청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서 송신기를 몸에 차고 수업을 하고, 아이들에게도 교육자로서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많이 느꼈다.

 

슈척 선생님은 '못하는 아이들' 이라는 표현 대신에 '실력이 모자란 아이들' 이라는 표현을 쓰도록 아이들에게 조언했는데, 못한다는 단정적인 말보다는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다는 의미의 실력이 모자란 아이들이라는 표현이 훨씬 더 긍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사회 수업중에 한 경쟁을 금지시킨 한 고장에 대한 찬반 토론이 흥미로웠다.

도전이 있어야 발전이 있는데 경쟁을 금지시킨 것은 불합리하다는 아이들의 의견이 설득력이 있었다.

 



책 중간중간에 책 내용을 대표할 수 있는 그림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그림이 없고 글자로만 기술되어 있는 점이 조금은 아쉬웠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장면을 머리 속에서 상상하면서 많은 그림이 그려졌는데, 이런 장면을 중간중간에 그림으로 넣었으면 아이들에게 더욱 흥미를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애디는 사려깊고 성숙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에라는 완벽소녀를 표방하지만, 실제로 내면에서 느끼는 인공와우로 인한 부족한 자신감을 일부러 표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디와 시에라의 과학시간 모빌 만들기 수업에서 시에라는 자신의 본 모습을 애디에게 살짝 보여주기도 하였다.

시에라의 상반된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관심 받는 것을 좋아하는 시에라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든 다 알고, 다 잘하는 척 하는 모습을 보이는 시에라를 애디는 많이 싫어했다.

 

애디와 루시는 끈끈한 우정과 의리가 있는 친구 사이이다.

애디는 청각장애인으로 보청기를 사용하면서 자신이 듣고 싶지 않을 때는 보청기를 꺼버린다.

보청기의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살며서 가끔은 귀를 꺼버리고 싶을 때가 있으니 말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누구에게나 꼭 해야하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시에라는 자기에게만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옳지 않은 생각이라고 애디는 생각했다.

루시는 모든 사람들 앞에 똑바로 서서 엄마에게 '그만둘래요'라고 말하는데, 애디는 자신도 루시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애디는 엄마에게 보청기 얘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한다.

루시의 거절의 의사 표시, 애디의 요청의 의사 표시가 바로 꼭 해야하는 중요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달리기라는 소재를 통해서 학생들의 삶과 갈등을 보여주는 짧은 동화이다.

책 제목인 '일단 달려'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신의 장애, 결함을 넘어서 불편한 사실은 잊고 일단 달리면서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고 성취하자는 의미인가?

 

장애인 친구에 대한 배려 정신, 친구와의 의리 지키기, 비열한 친구 뛰어넘기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할 말은 하기를 느끼고 배우게 하는 어린이 동화책이다.

아이의 독후 반응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우리 아이는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까?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할까?

아이가 읽은 후 서로의 느낌을 공유하는 독후 활동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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