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그리는 언어
심현정 지음 / 푸른영토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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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즐겁게 유익하게 읽은 책이다.

저자는 국문학(현대소설)을 전공자인데, 이 책의 장르는 에세이이다.

 

 

 

 

 

책을 읽다보니 저자의 나이는 40대 또는 50대로 추정이 된다.

저자는 산다는 것은 스무고개를 넘는 일이라고 말하며, 삶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소소한 때로는 큰 행복을 주는 말들을 테마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에세이 형식으로 기술하였다.

 



 

 

국문학 전공자의 필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었고, 읽는 동안 편안하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주는 말들과 관련된 저자의 생각, 일화, 인용문 등을 이용해서 그 말이 주는 의미를 알려주었다.

책에는 인상적인 말들이 참 많았고, 새롭게 알게 된 지식도 많았고, 어떤 현상에 대해서 색다른 해석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봄날은 간다'

'인생은 뜨거웠다 얼었다 녹는 것'

항상 봄날을 기다리면서 살고 있는 나에게 참 인상적인 말이었다.

 

별이 아름다운 것은 거리때문이라고 한다. 

10만 광년이 떨어진 별은 아름답지만, 눈앞이 별은 공포라고 한다.

정말 맞는 말이다. 

사물을 볼 때 거리감을 두고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나의 현상에 너무 즉각적으로 일희일비하지 말아야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첫사랑을 추억하는 것은 기억이지 대상이 아니다'

나도 가끔은 첫사랑을 생각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 기억이었다.

정말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이 책이 참 좋은 점은 아마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편안함은 저자의 폭 넓은 지식 세계로 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는 영화, 가수, 책, 문화, 역사, 의학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그리고, 나의 나이가 저자의 나이대와 비슷해서인지 글에 대한 동질감과 공감이 매우 커서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바보는 밥보에서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밥 먹는 것 이외의 일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 밥보, 즉 바보라고 한다.

 

페이지가 넘어 가면서 저자가 제안하는 삶에 대한 여러 조언이 하나씩 하나씩 기술되었다.

부부생활, 고부갈등, 직장생활, 건강생활, 명품, 재취업, 문화생활 등 일상에서 많이 겪게 되는 부분에서 알찬 조언들을 접할 수 있었다.

 

현상을 해석하는데 정확한 시각과 색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었는데, 깊은 공감이 간다.

'결혼 준비에 낭만은 없다. 혼수와 예단은 날이 선 현실이다'

생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너무나 잘 해석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전문'이 있는 직장이 좋은 직장이라는 비유도 재미있었다.

 

어느 회사에나 싸이코상사, 독사동료, 도사견후배가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회사생활이 나의 마음과 건강에 해를 준다면 회사를 잘라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부에게 서로의 마음 속 쓸쓸함, 권태감, 힘듦을 안쓰럽게 쓰다듬어 줄 사람은 각자의 배우자 말고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부간의 갈등을 현실감 있게 기술했고, 부모와 자식은 자동차로 15분 정도의 거리 만큼 떨어져 살아야 한다는 저자의 설득력 있는 제안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고려시대에는 여자의 지위가 높았다고 한다.

일부일처제, 남녀균등상속, 남귀여가혼(남자가 혼례를 치르고 자녀를 낳을 때까지 처가에서 살다가 본가로 돌아감)이 시행되었다고 한다. 

처음 알게 된 내용이다.

이 책에는 내가 처음 알게 된 내용이 많았다.

치아건강이 실제로는 오복에 언급되지는 않았다는 것, 커피의 기원은 에디오피아에서 커피 열매를 먹은 염소들이 잠을 안자고 흥분하는 것을 본 것에서 시작되었다는 것, 욕의 다양한 어원들 ...

욕의 어원은 너무 원색적이고 적나라하기도 했다.

 

맞장구는 공감 기술이라는 말도 설득력이 있었고, 때때로는 맹목적일 필요도 있다는 말도 공감이 되었다.

 

우리의 삶이 여유롭고 아쉬울게 없다면 그리고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정당한 보수를 받고, 성실하고 검소한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다면 굳이 복권을 사서 부자가 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말한 부분에서는 한국 사회를 아주 살짝 비판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충분히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긍정적으로 노화를 받아들이면 더 오래 산다고 한다.

부정적인 인식이 기억력을 저하시킨다는 실험 결과를 소개했는데, 60∼70대 노인에게는 고령으로 기억력이 안 좋을 것이라고 미리 말하고 기억력 테스를 하고, 70∼80대 노인에게는 아무말을 하지 않고 기억력 테스트를 했을 때 결과는 70∼80대 노인의 기억력 점수가 더 좋았다고 한다.

역시 삶에서 긍정적인 마인드가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마음 깊이 새기게 되었다.

 

책 마지막 부분에서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언급하며, 가수 김광석, 만화책, 손편지, 고무줄놀이, 아날로그 라디오, 태엽시계, LP음악을 이야기 할 때 정말 디지털 속에 묻혀서 우리의 생활과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것들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저자와 비슷한 나이대라 생각되고, 살아온 시기가 조금은 비슷한 시기라는 생각에서 저자의 글에서 내 삶을 많이 비춰보고 또 공감하고 웃을 수 있는 책이었다.

 

책 제목이 말하는 '행복을 그리는 언어'는 과연 무엇을 말할까?

봄날이 오고 봄날이 가고, 뜨거웠다 얼었다가 녹는 것처럼 내가 살아온 삶 전부가 생각하기에 따라 모두 행복이었고, 삶속에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행복을 그리는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행복을 생각하기 보다는 삶을 생각하며 읽었는데, 아마도 삶이 곧 행복이고 행복이 곧 삶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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