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책 제목은 '나이 들고 싶은 동네'이고, 부제목은 '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서울 은평구이고, '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를 실천하는 단체는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다.
저자 유여원 님과 추혜인 님은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설립자이다.
유여원님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해서 살림의료복지조합의 전무이사를 담당하고 있고, 추혜인 님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살림의원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을 읽은 후 느낌은 살림의료복지조합에 많은 관심이 생겼고, 유여원 님과 추혜인 님 모두 대단한 분이시지만, 특히 추혜인 님이 대단해 보였다.
추혜인 님은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 레진던트를 거쳐서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되어서 살림의료복지조합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의사로 활동한다는 것은 진정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와 명예 그리고 화려함이 함께 할 수 있는 의사로서의 최상류층 삶 대신에 사회적 공동체속 의사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분명 특별한 선택이고 대단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살림의료복지조합과 살림의원을 세우고 이끌면서 있었던 이야기들과 생각들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서 살림의료복지조합과 살림병원의 과거, 현재를 살펴볼 수 있었고 앞으로의 모습도 예상해볼 수 있었다.
유여원 님과 추혜인 님은 본인들이 여성주의자이고, 페미니스트라는 것을 강조하셨다.
여성주의자로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은행, 병원, 농장, 학교, 정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살림의료복지조합을 세우고 살림병원을 세웠다.
"결혼하지 않고 나이 들어서까지 건강하고 행복하게 여성주의자로 살려면 병원이 필요하다."
유여원 님과 추혜인 님은 이것을 모토로 뜻을 모으고 그 뜻을 실행하였다.
살림의료복지조합은 2009년에 시작되었고, 2012년에 살림의원을 개원하였다.
살림의원은 현재 살림치과, 살림한의원으로 확장되었고,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비롯해서 내과전문의, 산부인과전문의, 정신과전문의, 치과의사, 한의사 총 12명의 의료진이 진료를 하고 있다.
책에서 살림조합과 살림의원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있었던 여러 이야기들과 초심을 지키고 실행하며 나이 들고 싶은 동네의 일원으로서 자리잡아가는 과정을 에세이처럼 설명해주고 있다.
살림조합과 살림의원은 '돌봄'을 실행하고 있다.
'돌보는 사람을 돌볼 때, 돌봄은 계속될 수 있다. 그러려면 돌보는 사람이 다수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돌보는 사람, 그리고 그 돌보는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 다시 그들을 지원하는 사람 등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때로는 깊숙하게 때로는 앝게 돌봄에 연루되어야 한다. 늘 누군가를 돌보거나 돌보고 있는 이들을 돌보며, 숨 쉬듯이 돌봄이 일상에 당연히 스며들어 있는 사회가 되기를, 그리고 나도 돌봄의 자장 안에서 언제나 돌봄 받으며 살아가고 아프고 죽을 수 있기를 바란다.(추혜인, p.55)"
책은 유여원 님과 추혜인 님이 각각 쓴 페이지와 함께 쓴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다.
유여원 님은 조합 운영자의 관점에서 추혜인 님은 의료인의 관점에서 살림조합과 살림의원을 보여주었다.
책을 읽을수록 두 분의 저자와 살림의료복지조합이 참 대단해 보였다.
거주지 근처에 이런 조합과 병원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분의 생각과 실천은 진짜 진보이고, 두 사람의 삶이 실천하는 진보를 보여준다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지금 이 시대에 이런 분들이 계시고, 이 분들이 세운 조합(조직)에 동참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 매우 놀랍고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책에 여성주의라는 단어가 여러번 등장하지만 여성주의라기 보다는 차별과 혐오가 없는 공동체정신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서로가 외롭지 않도록 귀기울여주고, 서로 함께 나누는 삶을 공동체적으로 풀어가는 것이 살림의료복지조합의 목적이었다.
살림조합에는 병원 뿐만 아니라 여러 소모임이 운영되어 공동체적인 삶의 가치와 재미를 높이고 있었다.
알로하(훌라댄스 모임), 잠삼책(잠자기 전에 30분 동안 책 읽는 모임), 수분나눔위원회(물을 자주 마시자는 모임), 하루 시 한 수(하루에 시 한 수씩 나누는 모임), 퀴어근육키워 등이 있다.
살림조합이 운영하는 의원은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서 차별 없는 진료를 실행하고, 어떤 사람이든지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료로 건강한 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참으로 대단한 조합이고, 대단한 의원이고, 대단한 의사들이고, 대단한 운영진들이고, 대단한 조합원들이다.
살림조합의 추혜인 의사와 유여원 전무이사는 살림에서 5년을 일하고 얻은 안식년에 쿠바 여행을 함께 가서 아바나 시내의 작은 진료소를 찾아가 방문 진료를 벤치마킹하였다.
살림의원도 방문진료에 열심이며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평소의 소신과 의지를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행하고, 조직에는 안식년이 있어서 개인의 삶에도 배려가 있고, 또 구성원들이 타 기관의 사례를 배우고 실행하는 모습에서 살림 조합은 매우 건강한 조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살림에서 의사 결정은 매우 합리적으로 한다.
"조합원들이 의료기관의 이용자로서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을 제시하고, 또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의 소유자로서 의원의 지속성을 고민하는 사장의 입장에 서서 합리적인 가격을 도출했다. 이처럼 사장, 고객, 직원과의 조합원이라는 정체성이 대립항이 아니라는 것이 협도조합의 매력이다. 한 사람 안에 여러 정체성이 혼재되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공동의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함께 의사 결정을 했다.(p.297)
물론, 살림조합과 살림의원에 직원으로 참여했다가 중도 하차하는 사람들도 있고, 조합과 의원은 그들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명랑하게 안녕'을 말하며 직원으로서 협동하며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하되, 그러기 힘든 때에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한다고 말했다.
살림조합과 살림의원을 이 책으로 보았을 때 협동조합의 최고의 예시를 보여주는 것 같다.
공동체조합은 이렇게 시작하여 이렇게 운영되어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협동조합 교과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대단한 조직이다.
최근 내가 본 조직 중에서 최고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조직을 세우고 이끈 이 책의 저자 두 분을 비롯한 살림조합의 운영진들은 최고인 것 같다.
또한 살림치과를 이끌고 있는 박인필 원장님도 대단하신 분이라는 것을 책속에서 볼 수 있었다.
살림조합과 살림의원에 큰 관심이 생겼다.
특히 특별한 삶을 살고 있는 추혜인 의사 선생님의 삶이 매우 궁금해졌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추혜인 선생님은 서울공대를 입학했다가 뜻한 바를 실천하기 위해서 다시 서울의대에 입학을 해서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전문의 수련을 하고, 살림조합과 살림의원에서 의대 입학의 초심을 지키고 실행해나가고 있는 분이셨다.
살림조합과 살림의원에 더 관심을 갖고 나도 살림조합에 참여하는 것도 생각해보려고 한다.
나이 들고 싶은 동네가 은평구라는 점이 흥미롭고, 은평구가 살림조합 때문에 새롭게 보인다.
이 책은 공동체 조직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 어떻게 운영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잘 보여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