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슬쩍 보는 헌법 - 100문장으로 이해하는 헌법
심독토 북클럽 지음 / 백북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나이를 더 먹어갈수록 세상을 더 살아갈수록 법 지식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회사를 다닐 때도, 부동산 거래를 할 때도, 아파트에 살면서도, TV와 신문을 볼 때도, 아이들을 양육하면서도, 운전을 할 때도 법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근로기준법, 노동법, 부동산법, 공동주택관리법, 상법, 민법, 도로교통법 등이 일상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대인의 일상생활은 법과는 떼어놓을 수 없고, 항상 법이 동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법 지식을 많이 아는 것은 생존 능력을 높이면서 자기 방어 능력도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헌법에 대해서 다룬 흥미로운 책이 읽어서 읽어 보았다.
일반인인 나에게 헌법은 머나먼 대상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헌법이 내 옆에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헌법재판소는 1988년 9월에 개소한 이래 약 5만여 건의 사건을 처리했다.
이 책은 그 중 명문장을 고르고 골라 100문장을 엄선했다고 한다.
헌법재판소의 판결문 중 명문장을 쉽게 읽으면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1장 인간을 목적으로 존중할 것, 2장 아는 만큼 보인다, 3장 다원적인 열린 사회, 4장 개개인의 자유 실현, 5장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로 5개의 챕터를 구성하여 헌법재판소 판결문 명문장을 소개하고, 헌법재판소 사건을 알려주고, 심독토 북클럽의 생각을 짧은 글과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다룬 사건들을 보면서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도 많았고, 언론에서 본 기억이 있는 사건들도 있었다.
운전자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합헌 사건이 2003년에 판결되었다.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을 줄여서 사회공동체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합헌이라고 판결했다.
운전할 때 안전벨트 착용은 가장 기본적인 의무인데 이것을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내다니 현대사회가 소송 전성시대라는 말이 실감이 되었다.
자신 또는 집단의 사익을 위해서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의뢰하는 사건은 이 책에서 여러 개 등장했다.
"우리 헌법질서가 예정하는 인간상은 사회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생활을 자신의 책임 아래 스스로 결정하고 형성하는 성숙한 민주시민이다. 이는 사회와 고립된 주관적 개인이나 공동체의 구성분자가 아니라, 개인과 공동체의 상호 연관 속에서 균형을 잡고 있는 인격체라 할 것이다.(p.18, 운전자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합헌 사건)"
공원관리청이 자연공원의 보호나 탐방객의 안전을 위하여 출입을 금지한 지역에 출입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은 합헌이다.
이것도 누군가가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가의 기준과 제약에 반기를 들고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유롭게 행동한다는 것은 어떤 일을 자유롭게 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일을 자유롭게 하지 않는 것도 포함됩니다. 때로는 당신이 하지 않은 그 행동이 당신을 자유롭게 하기도 합니다.(p.25, 심토토의 말)"
헌법재판소 명문장, 헌법재판소 사건에 대한 아주 짧은 두 줄 요약, 심도토의 말과 그림을 읽다보면 이 책이 그리 가볍게 보이지 않았다.
책 페이지의 글량이 적어서 가벼운 교양서적으로 보이는데 책을 읽다보면 깊이가 상당히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워보이지만 깊이가 있는 책... 짧은 글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게 유도하는 책...이런 책이 진짜 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법원의 판결로 사죄광고를 명하고 이를 강제집행 하도록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p.64)"
사과를 강요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다.
"문명사회는 사과와 굴욕을 강제할 수 없으며, 단지 잘못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 있을 뿐입니다.(p.65)"
그렇구나... 사과를 강요해서는 안되는구나...
그러나,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면 또 다른 해석이 있다.
"공직자의 자질, 도덕성, 청렴성에 관한 사실은 그 내용이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한 것이라 할지라도 순수한 사생활의 영역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p.118, 헌법재판소)"
그래서, 공직자의 개인적인 사생활 중 공직자의 자질, 도덕성, 청렴성에 관한 사실은 공적 관심 사안으로서 이에 대한 공개와 비판을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다.
심독토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완벽할 수 없지만, 윤리적인 사람이 지도자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비교적 윤리적인 사람이라면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멈추었으면 좋겠습니다.(p.119)"
사람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비교적'이라는 단어가 적합한 것 같다.
비교적 윤리적인 사람...
비교적 정직한 사람...
비교적 성실한 사람...
이 책을 읽으면서 '비교적'이라는 의미가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벽한 대신에 비교적이 사람을 정의하는데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미국산 소고기 소비자불매운동 처벌은 합헌이라는 판결이 있었다.
"집단적인 소비자 불매운동 중 정당한 헌법적 허용한계를 벗어나 신문사의 업무를 방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충분한 집단적 행위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합헌이다.(p.172)"
소비자가 하는 불매운동이 헌법적 기준에서 볼 때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소비자 불매운동의 목표는 상품의 질, 가격, 유통구조, 안정성 등 시장적 이익에 국한해야 한다.
상품과 아무 관련 없는 불매운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최저임금에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 일부를 산입하도록 한 최저임금법 규정은 근로자의 근로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아 합헌이다.(p.176, 헌법재판소 2021.12.23자 2018헌미629 전원합의체 결정)"
이 말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산입되었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적은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까지 산입되었다고 생각해도 된다는 것인가?
심독토의 말은 공감이 되었다.
"근로자는 노동생산성만큰 임금을 받게 됩니다. 근로자가 생활을 윤택하게 할 만큼 임금을 받기 위해서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합니다. 국가, 기업, 근로자가 함께 연구해야 합니다.(p.177)"
이 책에는 수많은 헌법재판소 사건이 등장한다.
사건의 내용과 범위는 참으로 다양했고, 내 관심을 끄는 사건도 많이 있었다.
세상에는 별의별 소송이 다 있다는 생각도 하게 해주었다.
이 책은 헌법재판소의 사건과 판결문을 인용하여 심독토가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써 놓은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일반인에게 헌법 지식을 알려주는 교양서적으로서 역할도 하면서 심독토의 자기 주장을 보여주는 책으로 보였다.
책을 읽는 내내 심독토 구성원인 변호사 3인의 생각은 현실적이면서도 매우 의미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심독토 구성원의 이름과 프로필은 책 표지에도 책 발행내용에도 적혀 있지가 않다.
이 책을 쓴 심독토 변호사 3인은 좋은 변호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변호사들인지 궁금했다.
앞으로 슬쩍보는 민법, 슬쩍보는 형법 책이 출간 예정이라는데 이 책에도 흥미가 가고 기대가 된다.
자신의 직업을 독서와 연관시켜서 책을 출간하고 세상에 지식과 의견을 전달하는 심독토 독서클럽이 참 멋지고 훌륭한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헌법에 대한 내 지식의 폭이 살짝 늘어났다.
그리고, 법률적인 사고에 대한 시야도 늘어났다.
이 책은 법률교양서적으로 매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며, 일반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