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남녀, 욕망과 삶
이문균 지음 / 밥북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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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독교학과 교수로 은퇴하신 작가가 쓴 책이다.

음식을 주제로 인간의 욕망과 삶을 설명하였다.

설명을 하는데 사용한 도구는 영화, 소설, 실화, 종교이다.

그래서 이 책 한 권으로 여러 콘텐츠를 접근하게 하는데 마치 식탁 한 상에 여러 음식이 차려진 것 같다.

사람의 욕망 중에서 가장 강한 욕망은 음식 먹는 것과 남녀관계라고 한다.

중국 고전 예기(禮記)에 음식남녀라는 말이 있는데, 음식과 남녀관계가 인간의 근본 욕망이며, 삶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소설, 영화, 실화, 기독교 속에 있는 음식과 욕망의 관계를 작가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설명한 책이다.

책 속에 여러 소설, 영화가 나오고 그 영화와 소설에 대한 해석을 해주고 스토리를 통해서 인간의 욕망을 음식과 남녀관계 관점에서 설명해 주었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여러 권의 책과 여러 영화를 보는 느낌을 주는 책이다.

평소 읽어보지 못했던 유명한 소설을 이 책으로 살짝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특히, 한강의 채식주의자 소설이 언급되었을 때 그랬다.

유명한 소설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 스토리를 전혀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서 어떤 스토리의 소설인지 알게 되었고, 채식주의자 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언급되는 소설과 영화는 여러 편이다.

김채원의 '겨울의 환-밥상을 차리는 여자'

고골의 '구시대의 지주들'

한강의 '채식주의자'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

영화 '음식남녀'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영화 '바베트의 만찬'

영화 '초콜릿'

'겨울의 환-밥상을 차리는 여자' 소설에서 주인공은 이혼을 하고 다시 어느 한 남자를 사귀게 된다.

새 남친의 제안으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쓴다.

여성의 일생과 음식의 일생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음식이 사람에게 건강과 생명을 주기 위해서 칼에 잘리고 뜨거운 불의 시련을 겪는 것처럼 여성은 다른 사람을 먹이고 살리기 위해서 자기를 희생한다고 말했다.

제목에 밥상이 등장하는 것처럼 여자의 일생 중 밥상 차리기에 큰 비중과 의미를 둔 스토리의 소설이었다.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부부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대략 알 수 있다고 한다.

식탁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식탁에서 그들의 현재 상태도 드러난다고 한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내용은 역시나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다룬 내용이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폭력성을 거부해 식물이 되려는 여자의 이야기이고, 한 평범한 여성이 자신의 집과, 가족, 사회를 묶는 관습을 거부하는 과정을 간결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담아냈다고 말했다.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만을 선호하는 여자...

그 이유는 남편과 아버지로 인한 가부장적 질서안에 있던 자신을 이제는 밖으로 내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의 제목이 그런 의미인지 몰랐다.

여자는 육식을 거부하고 남편과의 육체적 관계도 거부한다.

이 책에 소설 채식주의자에 대한 해석과 설명이 많았는데, 그 소설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내가 영화와 소설로 본 소설이 나오니 반가왔는데 소설 레미제라블이었다.

장발장에게 훔친 빵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해주고, 장발장을 처음으로 인간으로 대우해 준 미라엘 주교의 배려가 어떤 의미인지를 잘 설명해주었다.

장발장에게 훔친 빵은 생명을 살리는 빵이면서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이끈 빵이었다.

하지만, 미라엘 주교가 장발장에게 준 빵은 영혼을 살리는 빵이었다.

'사람은 어떻게 하면 좋은 인생이 될 수 있을까? 빛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 어둠이 아무리 짙더라도 빛을 이길 수는 없다. 아무리 어두운 영혼이라도 빛을 받으면 변화된다. 장발장은 미라엘 주교가 내뿜는 빛에 감염되었다.(p.77)'

빛...

빛을 줄 수 있고 빛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좋은 인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음식남녀는 음식과 남녀관계를 담은 영화이니 이 책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낸 콘텐츠인 것 같다.

인생은 요리처럼 절대 자기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아무리 똑같이 만들려고 해도 똑같이 만들어지는 요리는 하나도 없다. 삶도 상대에 따라, 상대의 기분에 따라 맞춰주기만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그렇게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늙어버린 것이다. 그나마 그렇게 맞춰주던 사람들도 어디론가 다 떠났다.(p.105)"

영화와 소설에 이어서 실화 이야기들을 다룬 책들이 등장한다.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가 언급된다.

수용소에 수감된 포로들에게 음식은 유일한 삶의 목적이다.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위한 소중하고 중요한 수단이 오직 빵이다.

'치유의 밥상'은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는 의사의 안내 속에 임종을 앞둔 환자를 만나 발견하고 깨달은 것을 음식을 주제로 정리한 책이다.

죽음을 앞 둔 사람에게 음식이 갖는 의미를 정리한 책이다.

먹는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그렇기 때문에 먹는다는 것은 삶의 확인이고, 삶의 목표라고 말한다.

매일 반복적으로 습관적으로 마주하는 음식과 식사가 이렇게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의미가 된다.

작은 것도 항상 소중히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는 다시금 생각하였다.

마지막에는 예수님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예수님의 생애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먹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예수님의 삶과 가르침은 음식, 식사, 식탁을 중심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베들레헴, 구유, 포도주, 빵, 최후의 만찬...

음식과 욕망을 주제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음이 놀랍고 흥미롭다.

태어나면서부터 살아가는 동안 내내 평생을 함께 하는 음식은 우리 삶 전반에 큰 의미로 자리 잡고 있는 중요한 존재였다.

음식과 욕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잘 담아 놓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음으로 인해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넓어지고,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의미 있어질 것 같다.

잘 쓰여진 좋은 책이다.

※ 출판사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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