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숀 - 나의 친애하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
임지은 지음 / 새서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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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60∼1970년대에 지어진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들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다음 책으로는 1970∼1980년대에 지어진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들도 책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저자는 경제 및 부동산 분야 인플루언서로 이 책을 혼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어서 넣고, 디자인하고, 펴낸 책이다.

저자는 2015년에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참 부럽다.

이 책에 소개된 아파트들의 특징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많이 알려진 아파트보다는 일반인의 시선에서 건축 구조나 아파트 도색이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아파트, 규모가 작아 알려지지 않았으나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아파트,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곳에 여전히 존재하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들을 다루었습니다.(p.10)"

서울길을 지나다보면 오래된 아파트들이 보이는데 이 책 속에 그 아파트들이 있다.

내가 직접 보고 들은 아파트들보다는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된 아파트들이 훨씬 많다.

아니 이 책의 대부분의 아파트들은 나에게 새로운 아파트들이다.

서울은 미래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기만 하는 것 같지만 아직도 서울은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고 있다.

이 책에는 18개의 맨숀이 나오고, 그 외에 몇 개의 상가형 공동주택이 추가로 등장한다.

사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세운상가, 낙원상가, 유진상가 정도였다.

나머지 맨숀형 아파트들은 모두 새로웠다.


책에는 오래된 아파트들의 이야기와 함께 그 아파트들 곳곳의 사진들이 담겨져 있다.

사진이 많다보니 이 책은 서울 아파트 여행책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책 속에 나오는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들을 살펴본다.

창신시영아파트는 1962년에 지어진 최고층이 4층인 아파트이다.

이 아파트는 오래됨 그 자체이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없어 보인다.

동대문아파트는 1966년에 지어졌는데, 사진의 모습을 보았을 때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세련되어 보였다.

외형은 요즘 지어지고 있는 오피스텔 같았다.

동대문구 나들이를 할 때 가서 직접 봐야겠다.

이 책은 보면 볼수록 서울 도심 여행책이다.

서울 도심의 과거의 흔적들을 여행하듯 다니며 기록하는 것이 이렇게 책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1965년에 지어진 홍제아파트 사진을 보면 이렇게 오래된 아파트에 여전히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음이 신기하다.

거주의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닐텐데 어떻게 거주할까 궁금하기도 했다.

오래된 아파트들은 이미 재개발 대열에 올라탄 곳도 있고, 올라탈 곳도 있고, 올라타지 못하는 곳도 있다.

다 나름 이유와 사연이 있을 것이다.

소유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 의견이 일치하지 않아 재개발이 되지 않는 곳들도 있고, 사업성이 적어서 재개발이 안되는 곳들도 있고, 고도 제한때문에 못하는 곳도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오래된 아파트들은 마치 현대 시대에 만들어진 문화재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결국 언젠가는 재개발이 될 것인데, 이 책에 나온 오래된 아파트들은 마치 과거의 역사를 품고 있는 건축물들로 보여서 새 아파트로의 바뀜이 마냥 반갑게만은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다.

그래도 아파트는 거주가 목적이니 거주민의 편익을 위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다.

서울맨숀 아파트는 1972년에 지어졌는데 지어질 당시 신문에 나온 분양광고가 책에 실려있다.

"특수난방, 위생시설 및 소방시설, 독립rP단, 완정방음, 방습, 옥내주차장, 급배수시설, 교환전화설치, 최적의 위치, 최적으 교통, 도시공해와 소음 완전해방..."(p.49)

지금 보면 구축 중에서도 완전 구축인데 분양 광고를 보니 웃음이 난다.

그 당시에는 최신축이었던 것이다.

저자가 방문을 가장 추천하는 아파트는 안암동의 대광아파트(1972년)이다.

대광아파트를 저자는 가장 유니크한 아파트라고 말했다.

부지가 오각형이고, 동끼리 옥상이 연결되어 있고, 창문에 설치된 다양한 컬러의 어닝들, 터널로 된 단지 진입로가이색적인 모습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한다.

이 아파트를 저자가 강추했으니 대광아파트도 꼭 가봐야겠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원도의 힘'에 대광아파트가 등장한다고 한다.

각 아파트를 소개할 때 준공연도, 주소, 토지용도, 세대수가 나온다.

읽으면 읽을수록 서울 구축 아파트 여행책처럼 보인다.

네이버로드뷰로 오래된 아파트의 도색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연희동에 있는 홍연아파트가 저자에게 이 책을 집필하게된 동기를 부여해준 곳이라고 한다.

오래된 아파트지만 빈티지한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저자의 추천에 따라서 가보고 싶은 아파트들이 많았다.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을 찾아다니다보면 서울 곳곳을 다닐 수 있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울 여행이 될 것 같다.

사진으로 보면 여행지같고 문화재같은 이 아파트들을 실제로 보면 과연 그 느낌이 그대로 날까?

오래된 구축 아파트를 투자의 대상으로만 보았는데 여행과 답사의 관점을 보면 어떨까?

책을 읽으면서 사물을 해석할 때 의도와 방향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생각했다.

이 책을 통해서 서울 완전 구축 아파트들의 낭만과 미학을 충분히 공감했다.

책 부록에 1930∼1980년초 서울 도심에 지어진 소규모 아파트 리스트가 있다.

아직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서 가서 볼 수 있는 아파트들이다.

132개의 아파트 리스트 중 준공연도를 보니 가장 오래된 것은 중구 남산동 미쿠니아파트가 1930년에 준공되었다.

무려 132개의 오래된 아파트를 목록화해서 보여주는데 이렇게 많다는 점이 신기하고 놀랍다.

책을 쓰는 소재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있는 분야를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그것이 바로 글감이 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 책을 통해서 재개발, 재건축, 투자의 대상으로 보았던 구축 아파트를 여행의 관점으로 보았다.

책 마지막에는 오래된 아파트들을 공부할 수 잇는 참고문헌이 있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 이 책에 나온 오래된 아파트들을 여행하듯 다녀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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