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살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 - 닥터 유스케의 마음 처방전
스즈키 유스케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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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눈길을 확 끌은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을 말하기를 참고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이 책은 그것을 거부했다.

참고 살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


저자는 일본의 심료내과 의사이다.

심료내과는 심리적 문제와 육체적 증상이 결부된 질환에 내과적 치료와 심리 치료를 병행하는 의학 분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생소한 진료과목이다.

책은 잘 저술되었고, 잘 번역되 책으로 보였다.

단편적인 스킬을 전달하는 단순한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심오한 심리학과 의학을 다룬 전문 서적도 아니다.

일반인을 위해서 잘 쓰여진 교양서적이다.

의사가 옆에서 말해주듯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인생살이에 고민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고, 나만의 인생을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해법을 찾는데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심리학을 다루면서 치료 목적의 정신의학적인 내용이 곁들여져 있는 점이 좋았다.

심료내과 의사의 책이지만 내과학적인 처방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정신의학적인 조언에 주력한 책이다.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예의 바른,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런 사람은 어린 시절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거나 타인에게 수용되었던 경험이 부족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신보다 자신을 평가하는 그 누군가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습관이 붙어서 상대의 감정을 앞질러 느끼고 상대에게 수용되기 쉬운, 가장 최적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감정만을 선택한다.(p.13)"

이해되고 공감가는 글이었다.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자신이 안고 있는 결점을 가리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과정에서 실제로 본인은 불안과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행위를 하는 삶을 살지말고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내서 추구하는 행위를 하라고 말한다.

이 책의 다섯 개 챕터의 제목들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이다.

1. 인간관계는 공정하고 편안해야 한다.

2. 사회생활에 지칠 땐 내 마음 가는대로 하라.

3. 나다운 인생을 찾기 위해 맞지 않는 일은 포기해도 괜찮다.

4. 누가 뭐래도 내가 나여서 좋다는 감각이 중요하다.

5. 마음이 편치 않거나 즐겁지 않은 것은 버려라

저자의 메세지를 요약하면 결국 '내가 편한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내 마음대로' 살라는 것이다.

책 제목처럼 참고 살 만큼 인생은 길지가 않다.

내 마음대로 살려면 거절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거절능력에는 10단계의 수준이 있었다.

수준 1 : 직접 부탁받은 것도 아닌데 분위기상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 지칠 때까지 그 일을 한다

수준 2 : 부탁받지도 않았는데 분위기상 눈치를 보다가 그 일을 하지만 지칠 때까지는 하지 않는다

수준 3 : 어떤 부탁을 들어도 겉으로는 싫은 표정을 보이지 않고 흔쾌히 승낙한다

수준 4 : 약간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지만 결국 승낙한다

수준 5 : 상당히 주저하는 태도를 확실하게 나타내지만 결국 승낙은 한다

수준 6 : 일단 원하는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표명하고 그 뒤에 다시 요구하면 승낙한다

수준 7 : 일단 거절하고 다시 요구하면 재검토한다

수준 8 : 거절하고 다시 요구해도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한다

수준 9 : 단호히 거절하고, 상대방의 불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며 거절하는 태도를 관철시킨다.

수준 10 : 단호하게 거절하고 상대방이 다시 집요하게 요구할 경우에는 반격해야 할 사안을 생각한다

회사에서 나의 거절 능력은 어느 수준일까를 생각해보았다.

나는 '수준 5' 에서 '수준 6' 정도인 것 같다.

생계형 직장인이기 때문에 앞뒤 안가리고 단호히 거절할 수는 없다.

거절을 잘 하는 방법으로 제 삼자에게 논의한다, 감정을 전하려고 노력한다, 상대를 No로 분류하고 거리를 둔다를 추천했다.

거절을 단호히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저자는 책에서 저렇게 말하고 있지만, 가진 것이 부족하고 생계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하는 근로자가 회사의 부당한 요구에 단호하게 No를 말하는 것은 퇴사를 하겠다는 계획이 없이는 힘들 것 같다.

책에서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느끼는 관계 및 환경 상의 불쾌한 점, 개운치 않은 점, 탐탁치 않은 점에 대해서는 마음속으로 No라는 선을 그으라고 계속 조언한다.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 저자가 의사라는 전문직이라서 저렇게 조언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회사를 다니는 것에 대해서 당당해지려는 마음이 솟아오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회사에 다니는 이유에 대한 정의를 스스로 정해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월급이나 돈은 당신의 시간, 노동력, 능력이나 당신이 만들어 낸 가치, 당신이 제공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지불되는 것이지 당신이 얼마나 고생하고 참았는지 전혀 관계가 없다. 우리는 인내심과 돈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다. 월급이나 돈을 받을 때 '이렇게 편하게 돈을 벌어도 되나'라는 마음이 생기려 하면 '내가 그만큰 가치를 만들어낸 거야', '내겐 그만큼 가치가 있어'라고 생각해보자."(p.104)

책을 읽다보면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나온다.

저자에게도 잘못된 선택도 있었고, 부적응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저자는 의사로서 여러 직장에서 일하면서 이렇게 깨달았다고 한다.

"무리하게 애써서 일류나 승자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적당히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p.116)"

나도 적당히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

근데 그게 그렇게 잘 되지가 않는다.

'자기긍정감'이라는 키워드가 좋았다.

자기긍정감은 '특별한 건 없지만 내가 나라서 괜찮다'라는 감각을 말한다고 한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그런 마음이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힘으로는 스스로를 긍정하기 힘들다고 한다.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이 필요하다.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

저자가 말하는 자기긍정감에 대한 조언 중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문제나 고민을 쓰는 것'이다.

문제나 고민을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자기긍정감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감사일기를 쓰라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 것 같다.

고민일기를 쓰는 것이다.

이때 외재화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외재화 = 스스로가 안고 있는 문제나 고민을 일단 자신의 밖으로 꺼내는 것을 말하며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써내려가는 행위를 들 수 있다.

문제와 고민을 쓰면서 해결점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고민과 문제를 문자화해서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에게 보여줘서 어드바이스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기긍정감'과 '외재화'이다.

이것이 이 책이 주는 메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싫은 것에서 멀어진다.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거부한다. 맞지 않는 것은 그만둔다."(p.205)

기분좋게 살기 위해서 습득하고 실행해야할 기술이다.

그런데 생게형 직장인에게는 실행하기 쉽지 않은 기술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일하고 그런 기술을 실행할 수 있는 자신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의사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인 내용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당당하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는 느낌이 든다.

근본적인 실력이 없는 상황에서 당당한 것은 객기가 될 수도 있다.

자기긍정감으로 무장하고, 근본적인 실력을 갖춰야 당당하게 살 수 있다.

참고 살 만큼 인생은 길지 않다는데,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말을 삶에 실천하려면 갖춰야 할 것들이 있다.

외재화로 자기긍정감을 높여야 하고, 신뢰할 수 있는 타인을 구하고, 근본적인 실력을 갖추고, 거절능력을 높여야 한다.

이 책이 당당하게 살기 위한 해법을 바로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해법을 찾아가는 길과 방법은 알려준다.

※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예문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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