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외 4인의 한시 24수 - 한자 따라 쓰기 한자를 알면 어휘가 보인다
김정희 외 지음, 큰그림 편집부 기획 / 도서출판 큰그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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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멍, 불멍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었다.

바쁘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잠시 세상과 단절하고 멍 때리기를 하는 것이 휴식이고 힐링이 된다.

얼마 전 집 근처 산의 계곡에 가서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물멍을 하니 이것이 진짜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휴식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몇 년전에는 컬러링북이 유행을 했었다.

컬러링북에 스케치된 그림에 색칠을 하다보면 이것이 잠시 세상과 단절을 준다.

단절은 곧 또다른 연결이고 회복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집에서 세상과 잠시 단절할 수 있는 수단이 또 등장했다.

한시의 한자를 쓰면서 선조들의 느낌을 상상해보면서 잠시 현대사회와 단절을 하는 것이다.


김정희, 이황, 정약용, 김시습, 한용운 선생이 쓰신 한시 24수가 담겨진 책이다.

한시는 한문으로 이루어진 정형시로 짧은 시형 속에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한자를 한 획 한 획 따라 쓰면서 시구를 따라 읽고, 그 시가 보여주는 의미를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현대인들에게 한시를 통한 휴식의 시간을 주는 책이다.

첫번째 한시는 김정희 선생의 '낮잠'이다.

"한잠 자니 가볍고 편안하며 저녁에 시원하니..."

이 책의 의도를 담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자를 따라 쓰다보면 낮잠처럼 가볍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복잡해 보이는 한자로 이렇게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이 신기하다.

한자는 따라쓰기에 좋도록 한 획 한 획 순서가 잘 그려져 있다.

참 오랜만에 한자를 만난다.

요즘은 한글과 영어가 전부인 것 같지만 그래도 한자의 중요성을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한자를 따라서 쓰다보면 특별한 묘미가 있을 것 같다.

한자가 주는 특별함이 있다.

'잠깐 맑았다 비오네(乍晴咋雨)'는 김시습 선생의 시이다.

인생이 정말 그런 것 같다.

잠깐 맑았다가 또 다시 비가 온다.

답답한 일이 있을 때 한시를 따라쓰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지만 답답함을 잊게 해주고 새로운 시작의 마음을 줄 것 같다.

이황 선생의 '매화시'가 있다.

뜰 앞에 매화나무 가지 가득 눈이 쌓였고

바람에 날리는 티끌 같은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

옥당에 홀로 앉아 봄밤의 달을 보며

기러기 울음 속에도 생각이 애절하구나

"바람에 날리는 티끌 같은 세상살이 꿈마저 어지럽네"라는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의 내 마음인 것 같다.

정약용 선생의 한시 중에 '꽃을 찾아서(訪花)'가 마음에 들었다.

온갖 꽃을 다 꺾어 보아도

우리 집 꽃만 못하구나

그거야 꽃의 품종이 달라서가 아니라

단지 이것이 우리 집에 있어서라네

한용운 선생의 '홀로 지내는 밤'이라는 한시가 있다.

하늘 끝 티끌 없고 밝은 달 가는데

외로운 잠자리 긴긴밤에 솔바람 소리 들린다.

한 생각도 동문 밖을 나가지 못하고

오로지 온갖 산수와 더불어 사는 마음이네

숲에 내린 이슬은 달빛 싸락눈 같은데

물 건너 다듬이질 소리 강가 여인의 마음은 차갑겠지

두 언덕과 푸른 산은 모두 옛날 같아

매화꽃 필 때면 꼭 돌아오리라

한시라는 것을 처음 읽어보는 것 같은데 읽다보니 뭔가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한시를 통한 문화생활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답답할 때 한시의 한자를 따라 써봐야겠다.

그러면 그 답답함이 잠시 잊혀질 것 같다.

※김정희외 4인의 한시 24수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큰그림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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