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웹기획자
흡혈마녀늑대 지음, 요물공쥬 그림 / 아무책방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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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체력도 떨어지고, 시력도 나빠지고, 기억력도 저하되고 이제 하나씩 하나씩 쇠퇴의 길로 들어선다.

그래도 젊은 시절 이후 나이가 들어가는 동안 해낸 것도 있고, 즐거웠던 추억들도 많이 있었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 돈도 좀 모았고, 이것저것 장만한 것들도 있으니 나이를 얻은 만큼 얻은 것도 있고 또 잃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제목에서 동질감이 확 느껴진다.

'늙은 웹 기획자'라는 제목을 읽으면서 난 '늙은 회사원'을 연상했다.

'늙은'이라는 표현이 달갑지는 않다.

꼭 굳이 '늙은'이라는 표현을 썼어야 했을까?

차라리 '늙은' 보다는 '꼰대'가 나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책 제목 그대로 자칭 늙은 웹기획자이다.

근데 늙은 것은 아니고, 40대를 훌쩍 넘은 나이를 가진 웹 기획 일을 하는 회사원이다.

40대를 훌쩍 넘었다고 늙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40대를 훌쩍 넘은 나로서는 동의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아직 늙었다고 말하기는 이른 나이이다.

지금 40대를 훌쩍 넘었지만 30대 때가 있었고, 20대 때가 있었다.

저자도 한 때는 미래가 기대되는 우수한 인재로 촉망받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흘러서 이제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회사에서 주는 월급만을 바라보며 고군분투 정신으로 버티고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회사원이 되어버린 웹기획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회사에서 중년 회사원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에세이처럼 모아 놓았다.

과거보다는 현재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

직무평가 A와 B를 오가던 20대와 30대를 지나서 이제는 C점에 만족해야 하는 40대가 되었다.

스트레스에 구안와사가 와서 얼굴이 돌아가기도 하고, 웹기획자인데도 젊은 직원들에게 밀려서 어떤 때는 전표처리가 주 업무가 되기도 하고, 웹기획이라는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과거는 지금과는 달랐겠지만 지금의 저자의 모습은 내려놓고 버티기가 전부인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하는 것을 보니 저자가 모든 것을 내려 놓은 것은 아니고, 희망과 열정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회사에서 하는 일이 기획인데 말을 잘 못하고 발표도 잘 못한다고 한다.

웹 기획일은 그냥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고,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조금은 슬픈 일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40대의 나이에 회사에 다니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솔직담백하게 기술했다.

마치 브런치에 실렸을 것 같은 리얼 직장스토리같은 글들이다.

책을 읽다보면 어떤 때는 공감이 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안스럽기도 하고, 어떤 때는 왜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의 삶이 일반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오디오를 좋아해서 160만원짜리 오디오를 구입하기도 하고, 가수 정동원이 부르는 트로트를 좋아하면서도 대다수 사람들이 다 하는 주식투자도 부동산투자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다보면 어느 40대 회사원의 출근, 근무, 퇴근, 휴가, 일상, 계획, 후회, 체념, 만족, 취미, 꿈이 보였다.

나와 비슷한 점이 보일 때면 작은 미소와 함께 다 그렇게 그렇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꼭 너무너무 고단하지도 않은 그냥 그렇게들 살아가는 회사원의 삶이 이 책 속에서 보인다.

아무리 회사생활이 힘들고 괴롭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책을 출간할 수 있는 사이드 일을 할 수 있는 저자는 어느 정도는 행복한 회사원이다.

힘들다 힘들다 말하지만 잘 버티고 있고, 결국 다시 허리를 펴고 밖으로 나서는 게 저자의 삶이고, 회사원 대부분의 삶이고, 내 삶도 그렇다.

나는 최근 몇 년 간 회사 생활이 매우 힘들었다. 지금도 힘들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보고서 동감되는 내용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읽었다.

저자의 바램대로 이 책은 나에게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공감을 주었다.

버티고 버티면서 그래도 궁극을 꿈을 잃지 않고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메세지는 나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

버티기...

이것밖에는 방법이 없는게 나이 많은 회사원의 현실이다.

그래도 꼭 꿈을 가슴에 품고 버텨야한다.

그냥 버티는 것은 너무 비참하다.

저자도 나도 잘 버티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보니 저자의 내공은 만만치 않은 것 같다.

저자의 강력한 내공이 나에게도 전파되었으면 좋겠다.

회사생활이 힘든 중년에게 내려놓고 버티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 늙은 웹기획자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아무책방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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