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 거예요
김서희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삭막하고 건조한 삶에 살짝 단비를 내려주고 싶은 마음에 시집을 펼쳤다.

제목에 '꽃길'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좋았다.

김서희 시인의 시집 '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 거예요'를 읽었다.

그런데 나는 이 시집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이렇게 읽었다.

'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꽂힌 거에요'

내가 생각한 '꽃인 거에요'와 '꽂힌 거에요'이라는 글자는 매우 작은 차이이지만 그 의미는 많이 다른다.

그대가 꽃길이라서 내가 꽃인 것은 동질감을 말하는 것 같고, 그대가 꽃길이라서 내가 꽃힌 것은 추종인 것 같다. 

아무튼 나는 그런 착각을 했다.

이 시집은 표지가 예쁘고, 시집 속 시도 예쁜 시집이다. 


시인은 이 글로 자기소개를 대신했다.

"네 힘듦을 내가 들어줄 수는 없어도 네 얘기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

제목에 꽃을 다루고 있지만 결국 시는 인생을 이야기하고 세상을 이야기한다.

인생과 세상의 공통점 중의 하나는 힘듦이 있다는 것이다. 

힘듦이 있기에 그 속에 숨겨져 있다가 가끔씩 모습을 보여주는 행복이 더 값진 것인지도 모른다. 

힘듦을 덜어줄 수는 없지만 힘들다는 얘기는 들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첫사랑'이라는 제목의 시를 읽었을 때 이 책이 진짜 시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사랑 

한 사람이 있었다

첫눈처럼 맑고 깨끗한데 녹지 않는

날리는 눈발에도 

혼자 솜털 같은 얼굴이 일그러져 미소가 얼었던

매일 그리고 생각하고자 하면

그제야 사라져 더 내리지 않던 첫눈

나는 가끔 당신의 옷차림을 생각해요

당신은 생각하면 안 될까 봐

첫사랑이라는 감정과 추억속의 첫사랑을 참 잘 표현한 시다.

마지막 구절인 당신을 생각하면 안 될까봐 당신의 옷차림만을 생각한다는 표현은 참으로 놀랍고 멋진 표현이다.

이런 게 시(詩)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책에는 이렇게 시를 느끼게 해주는 시적인 문장들이 참 많다. 

시를 통해서 꽃을 이야기하고, 인생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이야기하고, 추억을 이야기하고,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서희 시인의 시를 읽다보니 공감도 되고 저자가 전하는 감성도 많이 느껴진다. 

흐지부지...

하필이면...

일상을 보내면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시 제목으로 나오고 그 제목 아래 쓰여진 시 속에 누구나가 공감할만한 일상과 인생이 담겨져 있다. 

시 같기도 하고, 시인이 내 옆에서 대화하듯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은 사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보지 않는 것이다. 그 얕은 의지는 누군가의 시간과 아픔을 무시하기 쉽고 눈물이 가슴에 응고되는 동안 외면하기도 쉽다. 나는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서 그 사람은 나 없이도 행복한 거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진 참 오래 걸리지만. (김서희 시인의 시, 진실의 진실)

시인이 내 옆에 앉아서 자신의 생각을 편안한 대화체로 말해주는 것 같다.

내가 살아보니 이렇더라...

내가 싫고 자신감 없는 걸 내색하고 싶지 않더라. 나로 인해 다른 사람도 우울해지는 건 싫거든. 남에게는 밝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거든. 근데 이것도 다 내 욕심일 뿐인 걸까 (김서희 시인의 시, 욕심)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솔직한 감정을 시로 표현한 것 같다. 

자신의 약점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서 때로는 거짓 치장을 하고서 연기자처럼 연기하듯 살아가는 사람들은 결국 욕심쟁이인가보다.

행복에 목매며 살아왔는데 그렇지 않아도 괜찮더라. 나를 조금 포기하면서까지 살아도 행복은 그런 것까진 몰라줘서. 그냥 가끔 얕은 미소 지으면 좋은 하루여서 내 일기장 속 불행들이 문득 부끄러워졌다. 연필은 연필깎이 속으로 숨어버리고 지우개만이 바쁘게 움직이는 밤. 행복해지면 되지만 행복해야만 하는 건 아니야. (김서희 시인의 시, 행복1)

내가 행복에 목매이고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내게 닥친 작은 불행들에 너무 민감한 것 같다.

그런 내 삶을 이 시에 투영해보았을 때 결론은 꼭 행복해야만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꼭 행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은 나를 잡아주지 않는다. 내가 일을 잡아야 하는 거지. 하고 싶은 일을 더 잡기 힘들다. 별똥별 떨어지듯 잠깐 번쩍이고 사라져버리니까. 나는 그 잠깐 날 힘을 가지는 거고. 날 수 있으면 날자. 후회하지 말고. (김서희 시인의 시, 하고 싶은 일)

직장 생활에 힘들어하면서 회사 일을 어쩔 수 없이 하면서 버티기를 하고 있는 나를 콕 짚어서 말해주는 시처럼 느껴졌다. 

일이 나를 잡아주지 않고 내가 일을 잡아야 한다...

후회하지 말고 날 힘이 있을 때 날아야 한다...

그냥 가끔은 많이 투명해지자. 없어지지만 않으면 되잖아 (김서희 시인의 시, 빛과 어둠 그 사이에서)

회사에서 때로는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졌다.

근데 막상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면 서운하고 속상해진다.

이래도 저래도 만족이 안되는 욕심쟁이 회사원이다. 

그래서 가끔이라는 단어가 필요한가보다.

가끔은 투명해지되 없어지지만 않으면 된다. 

퇴근 후 집에 와서 이 시집을 읽는데 공감이 되는 시들이 참 많았다. 

감성적인 시를 읽으면 시가 주는 예쁜 감정이 느껴지고, 예리하면서 현실적인 시를 읽으면 메세지와 교훈이 느껴진다.

삶은 다 그런 것이다.

한 가지로 100%가 채워진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모이고 채워져서 만들어진 것이 삶이다. 

그 속에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고, 하나가 전부를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 

김서희 시인이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책 뒷 표지 안쪽에 숨겨진 듯 쓰여진 두 줄의 글이 있었다.

"다시 태어나도 이 삶을 살 만큼 가치있다.

당신도, 당신의 삶도"

이 두 줄의 글이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결국 희망이고, 그 희망을 품고 가는 길은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회사 일을 마친 후 귀가하여 기분 좋게 읽은 시집이다.

실용서적도 좋지만 때로는 이렇게 시를 읽으면서 감성적인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즐겁게 읽은 시집이다. 

※ 그대가 꽃길이라 내가 꽃인 거에요 독서후기 포스트는 책과콩나무카페 그리고 포레스트웨일에서 책만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